분담비율 재산정 결과 기존보다 늘자 “부당” 제소…원료사 SK케미칼 상대로도 340억 구상금 청구
#분담비율 2:1에서 2.32:1로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환경부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가습기살균제 특별법)’에 따른 추가분담금의 부과·징수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 중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분담금은 가습기살균제 특별법에 따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지원 등에 드는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가습기살균제 사업자와 원료물질 사업자에게 부과·징수하는 분담금이다. 애경산업은 2002년 10월부터 2011년 8월까지 SK케미칼이 제공한 원료로 ‘홈크리닉 가습기메이트’ 제품 약 170만 개를 시중에 판매했다.
이번에 법정 다툼이 일어나게 된 추가분담금은 2023~2024년 한 차례 논란이 있었다. 앞서 2017년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특별법에 따라 애경산업, 옥시, SK케미칼 등 가습기살균제 사업자와 원료물질 사업자에게 1250억 원 규모의 분담금을 부과했다. 지원금이 소진되자 2023년 2월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사업자들에게 같은 규모의 분담금을 재부과했다. 이에 따라 애경산업에는 107억 4500만 원의 추가분담금을 부과됐다. 같은 해 5월 애경산업은 서울행정법원에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 제3부는 지난해 11월 부과처분 취소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추가분담금 제도 자체의 법률적 타당성은 인정했다. 다만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추가분담금 처분 과정에서 판매단가를 조사하지 않는 등 분담비율을 정하는 절차를 준수하지 않아 재량권 행사 한계를 일탈했다고 판결했다. 분담비율을 2 대 1로 정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당시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재판부 판결을 수용하고 추가분담금을 재산정해 애경산업에 다시 부과 처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2월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애경산업에 기존 처분 때보다 많은 112억 원의 분담금을 부과했다. 애경산업과 SK케미칼 징수 비율을 2 대 1에서 2.32 대 1로 재조정한 결과다. 그러자 애경산업은 처분이 부당하다며 다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앞서의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한 관계자는 “징수 비율이 부당한지 아닌지가 소송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2023년 제기한 소송에서도 분담비율이 부당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며 “소송이 진행 중이라 구체적으로 답변을 드리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판매사일 뿐인데…"
애경산업은 가습기살균제 판매사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9월 4일 애경산업은 서울서부지방법원에 SK케미칼을 상대로 제조물책임에 기한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가습기살균제 사건 관련해 애경산업이 부담한 343억 원을 물어내라는 소송이다.
애경산업과 SK케미칼과 2001년 5월 물품장기공급계약, 2002년 10월 제조물책임계약을 맺었다. 제조물책임계약엔 ‘SK케미칼이 제공한 상품 원액의 결함으로 제3자의 생명·신체·재산에 손해를 준 사고가 발생하면 SK케미칼이 전적인 책임을 진다’고 명시돼 있다. 애경산업이 SK케미칼을 상대로 가습기살균제 관련 미국 법무 비용을 돌려달라며 제기한 31억 원 규모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는 애경산업이 올해 3월 최종 승소했다.

한편 지난 10월 29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애경산업과 SK케미칼이 법원의 확정판결에도 시정조치를 제때 이행하지 않은 혐의로 두 회사와 두 회사의 대표이사 4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2018년 3월 공정위는 두 회사의 가습기살균제 제품 광고가 표시광고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과징금 납부명령과 함께 행위금지 및 중앙일간지 공표명령을 내렸다. 두 회사는 불복해 각각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법원에서 공정위 승소가 확정됐다. SK케미칼은 지난 3월 7일, 애경산업은 지난 3월 10일에 공표명령을 이행했다. 이는 각각 약 7개월과 1년 2개월이 늦은 시점이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2011년 원인 미상 폐 질환에 걸린 임산부들이 대거 발생하면서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정부가 대규모 조사를 벌인 결과 1994년부터 2011년까지 시중에 유통된 가습기살균제가 원인으로 밝혀졌다. 1994년 유공(SK케미칼 전신)이 최초로 ‘가습기메이트’를 출시했고, 옥시와 애경산업 등 생활용품 기업들이 이를 벤치마킹한 제품을 내놨다. 이들 제품은 인체에 무해하다고 광고했으나 정부가 흡입 독성을 인정한 성분이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폐암·폐 섬유증·간질성 폐질환·태아 사산과 유산 등을 겪었다. 지난 10월 31일 기준 정부가 인정하고 구제급여를 지급하기로 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5942명이다. 이 중 사망자는 1380명이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