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 자본잠식에 올해도 그룹 차원 지원…AK홀딩스 “매각 계획 없어, 지역 맞춤형 전략 가능성 보여”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9월 23일 AK플라자는 캡스톤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의 수익증권 일부를 610억 원에 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에 처분했다. 캡스톤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은 AK플라자 분당점을 투자자산으로 하는 부동산 펀드다. AK플라자는 올해 1월 이 수익증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AK홀딩스로부터 1000억 원을 빌렸다. AK홀딩스는 수익증권을 인수해 AK플라자에 빌려준 대여금과 상계 처리하기로 했다. AK플라자의 재무적인 부담을 덜어주려는 선택으로 풀이된다.
지난 9월 25일에는 AK플라자와 KB국민은행 간 122억 원 규모의 대출계약 연장을 위해 애경자산관리가 담보를 제공했다. 담보물은 애경자산관리가 보유한 애경산업 주식 114만 7000주와 제주항공 주식 45만 주다. 6월에는 AK플라자가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빌린 415억 원에 대해 AK홀딩스가 채무보증을 연장했다. 담보물은 AK홀딩스가 보유한 애경산업과 애경케미칼 주식 일부다. 8월엔 애경스페셜티가 AK플라자에 100억 원을 빌려줬다.
애경그룹이 AK플라자에 대한 자금 지원에 나선 것은 AK플라자의 곳간이 비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AK플라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AK플라자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 연속 영업적자를 냈다. 누적된 손실로 지난해 기준 자본총계(953억 원)가 자본금(2199억 원)보다 적은 부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AK플라자는 2023년 주식수를 10분의 1로 줄이는 무상감자를 단행했다. 2023년 1050억 원, 2024년 1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실시하며 자본잠식률은 2022년 94.8%에서 지난해 56.7%로 낮아졌다.
애경그룹이 2007년 경기도 분당의 삼성플라자를 인수하면서 출범한 AK플라자는 한때 롯데, 신세계, 현대에 이어 백화점 업계 4위까지 올랐다. 하지만 백화점 명품 유치 경쟁에서 밀리면서 위기를 맞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 보복 소비 열풍으로 명품 소비가 확산했으나, AK플라자는 코로나 특수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AK플라자는 ‘명품 없는 지역 백화점’ 전략을 취하고 있지만 AK플라자의 백화점 시장 점유율은 2020년 3.9%에서 지난해 2.8%로 줄었다.
#실적 회복 절실한데…NSC 쇼핑몰 작은 규모 한계

애경산업 매각에 따라 애경그룹 사업 포트폴리오 중 항공과 화학 사업의 역할이 보다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제주항공 매출은 1조 9358억 원, 애경케미칼 매출은 1조 6424억 원이었다. 각각 AK홀딩스 전체 매출(4조 4883억 원)의 43%, 37%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생활용품과 화장품 사업을 영위한 애경산업 매출은 6791억 원으로 그룹 매출의 15%에 그쳤다. 다만 애경산업은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춰 그룹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애경그룹 입장에선 유일한 유통 계열사인 AK플라자의 실적 회복이 절실해졌다. 시장에선 한때 AK플라자 매각설이 돌기도 했으나 AK홀딩스는 AK플라자를 그룹의 이번 구조조정에 따른 매각 대상 리스트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유통업계에선 AK플라자를 시장에 매물로 내놓아도 매수자를 찾기가 어려운 실정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오프라인 유통업 중에선 쇼핑몰 사업이 유일하게 온라인 유통업에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을 갖추고 있다”며 “때문에 그룹에서도 오프라인 유통업에 미련이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AK플라자는 NSC 쇼핑몰에서 지역 상권 콘셉트에 맞는 MD(상품기획)를 강화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전략은 나쁘지 않지만 규모가 작아 한계가 있을 수 있단 이야기가 나온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AK플라자 쇼핑몰은 일본의 NSC 쇼핑몰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역세권에 있긴 하지만 규모가 작아 체험 기반 마케팅 공간을 크게 만들기엔 한계가 있다”며 “최대한 팝업 스토어를 많이 여는 등의 방식으로 역세권 유동 인구를 잡아야 승산이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AK홀딩스 관계자는 “AK플라자의 매각 계획은 없으며 (애경산업 매각 이후 계열사 지원 계획은) 딜 클로징(거래 종결)이 아직 되지 않아 말씀드릴 내용이 없다”며 “코로나19를 겪으면서 AK플라자가 세웠던 NSC 전략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한 것은 맞다. 다만 NSC 쇼핑몰 중 하나인 홍대점에선 오픈런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지역 상권의 특성을 반영한 백화점 중 특히 수원점의 경우 주변에 경쟁사의 대규모 리뉴얼이 있었지만 경쟁력을 보이는 등 (지역 맞춤형) 전략에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라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