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일가 지분 있는 티투PE 인수전 참여 논란…상법 개정 반하는 자사주 EB 발행에 투자자들 삐딱한 시선

#신생 사모펀드 어딘가 했더니…
태광산업은 이번 M&A(인수합병)에 혼자 뛰어들지 않았다. 티투프라이빗에쿼티(티투PE), 유안타인베스트먼트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그런데 티투PE는 지난 1월 설립된 신생 사모펀드로, 태광그룹 계열사다. 티투PE 최대주주는 지분을 41%씩 보유 중인 그룹 계열사 티시스와 태광산업이며, 이 전 회장 장남 이현준 씨가 9%, 장녀 이현나 씨가 9%를 보유 중이다. 이현준 씨는 티시스 지분도 보유하고 있어 따지고 보면 총수 일가 직간접 지분율이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티투라는 사명 또한 태광과 티시스의 앞 글자를 따 티투(T2)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사모펀드를 동원해 M&A에 나서는 것은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사모펀드는 기본적으로 인수금융(대출)을 일으켜 M&A에 나선다. 연 5~6%의 이자를 지불하고 돈을 빌려 기업을 인수한 뒤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면, 기업가치 상승분은 고스란히(대출이자 지급분은 제외하고) 사모펀드가 가져가기 때문이다. 일반인이 부동산을 매입할 때 갭투자(전세 끼고 투자)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이 때문에 티투PE가 애경산업 인수에 주력으로 나서고, 태광산업은 인수금융을 제공하는 정도의 역할에 그친다면, 추후 애경산업 기업가치가 뛰면 그 수혜는 고스란히 오너 일가가 가져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기업이 실제로 자녀 승계 차원에서 고민했던 모델”이라며 “자녀 명의 PE가 주도권을 쥐고 M&A에 나서 성공하면 그 PE가 이익을 독식할 수 있다. 설령 망하더라도 손실은 대부분 투자금을 대출 형태로 댄 그룹 계열사한테 떠넘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논란을 태광그룹도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만 해도 티투PE가 홀로 인수전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도 거론됐으나 태광산업이 전면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그럼에도 티투PE가 아직 컨소시엄 내 이름을 올리고 있는 만큼, 어떤 형태로든 자녀 이익 극대화가 진행될 수 있다고 업계에서는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금 상황은 애경산업 인수 적기로 꼽힌다. 화장품 수출의 80%가 중국으로 향하는 애경산업은 그동안 중국 경기 불황으로 고초를 겪었지만, 점차 살아나는 모습이다. 올해는 예상 영업이익이 334억 원으로 전년 대비 29% 역성장하지만, 내년엔 다시 390억 원으로 증가할 것이란 게 증권사들 컨센서스다.
#자사주 EB 발행에 투자자들 삐딱한 시선
태광산업이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를 활용하는 것도 증권가에서는 우려한다. 태광산업은 자사주 27만 1769주(24.4%)를 기반으로 3200억 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키로 했다. 태광산업 2대주주는 이와 관련해 “현 태광산업 이사진이 주주 충실 의무를 저해하고 있다”고 반발하는데, 일단 법원은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최근 정치권은 자사주 의무 소각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잇따라 발의하고 있다. 주가 관리를 위해 취득한 자사주를 제3의 세력에 넘기거나 자금 조달 수단으로 쓰는 방안을 막겠다는 것이 현재 정치권 기류다. 이 같은 분위기 때문에 태광산업의 자사주 EB 발행에 투자자들이 삐딱한 시선을 보내는 것이다. 심지어 태광산업은 연초 2대주주 트러스톤운용과의 미팅에서 자사주 소각을 계획하고 있는 것처럼 발언하기도 했다는 것이 트러스톤 측의 주장이다. 뒤통수를 크게 맞은 트러스톤은 차라리 이호진 전 회장이 그룹 총수로 복귀하고, 오너로서 책임감 있는 자세로 경영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주주들이 이를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증권사 보고서까지 나왔다. 박세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만약 대주주 지분에 한정된 거래라면 우려할 만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업계 전문가들은 M&A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의 지분을 매수하지 않으면 애경산업 주주들이 거세게 반발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경영권을 매각할 때 소액주주를 등한시하는 풍토를 막으려는 것 또한 정치권에서 논의 중이다. 상장사 최대주주가 바뀔 때 소액주주 지분도 최대주주와 동일한 조건으로 취득하게 하는 의무 공개매수 제도 도입을 다수 국회의원이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때문인지 최근 상장사를 인수하는 PE들은 실제 소액주주 지분을 공개매수하는 방안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 IT기업 더존비즈온을 인수 추진 중인 EQT파트너스도 공개매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흥국생명 자본 확충은 언제쯤
정부 내에서는 태광그룹이 M&A에 뛰어들 정도의 자금력이 있다면, 그룹 계열사인 흥국생명의 자본 확충을 지원하는 것이 먼저라는 것이 솔직한 속내다. 2022년 흥국생명은 2017년 발행한 외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매수할 수 있는 권리)을 이행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사실상 갚아줄 것이라고 믿고 투자했던 것인데, 콜옵션을 이행하지 않으면서 보험사 채권에 대한 신뢰도가 대폭 깎인 적이 있었다.
당시 사태는 기본적으로 흥국생명이 자금 조달 능력이 낮다 보니 발생한 문제다. 이후 금융당국은 흥국생명 최대주주인 이호진 전 회장 일가가 흥국생명에 자금을 추가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을 넌지시 피력했다. 이에 이 전 회장은 본인이 아닌 태광산업을 출격시켰는데, 그러자 당연히 당시에도 2대주주였던 트러스톤이 발끈했다. 태광산업이 사업적 시너지가 전혀 없는 보험사에 투자하는 것은 주주들을 무시하는 결정이라는 것이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입장에 동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당국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당국은 당연히 대주주 일가 주도의 자본 확충을 바라지만, 전혀 무관한 산업 계열사 보고 자금을 투자하라고 지시하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다른 M&A는 열심히 하면서 금융회사는 내버려두는 것이 탐탁지 않은 것이 사실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영훈 언론인 master@ilyo.co.kr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