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정 하나 틀리지 않는 완전무결한 AI 연예인과 인간 연예인의 대결

아직 놀랄 일은 남아 있다. 빌보드 차트에서 정상에 오른 최초의 AI 가수는 러스트가 아니다. 지난 9월 또 다른 AI 가수 저니아 모네의 노래 ‘하우 워즈 아이 서포즈드 투 노우?’(How Was I Supposed to Know?)가 빌보드 알앤비(R&B) 디지털 송 세일즈 차트 정상에 올랐다. 모네가 부른 ‘렛 고 렛 고’(Let Go, Let Go) 역시 가스펠 차트에서 3위에 올랐다.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 이론이 있다. 로봇이 실제 인간과 흡사한 모습을 가질수록 인간은 로봇에 대해 느끼는 호감도가 증가하는데, 일정 수준에 도달하게 되면 갑자기 강한 거부감이 생긴다는 이론이다. 그런데 기술의 발달로 인해 이제는 그 다음 단계로 접어드는 수준에 도달했다. 인간과 로봇의 구별이 불가능할 정도 수준이 되면 다시 호감도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상대가 로봇’이라는 것을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단계에 다다른 것이다.
스트리밍 서비스 디저에 따르면 전 세계 음원 플랫폼에 하루 동안 업로드 되는 음악 가운데 약 34%에 해당하는 5만 곡이 AI를 통해 생성되고 있다. 인력으로는 수급이 불가능한 수준이지만, AI를 활용한다면 하루에 수백 곡도 만들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97%가 AI로 만든 음악과 인간이 작곡한 음악을 구별하지 못한다면 이제 이를 나누는 행위조차 무의미해진다.
빌보드는 이런 현상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최근 빌보드는 “AI 음악은 더는 환상이나 호기심이 아니”라며 “이미 존재하며 빌보드 차트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최근 몇 달 동안 최소 6팀의 AI 또는 AI 지원 아티스트가 다양한 빌보드 차트에 데뷔했는데 누가, 무엇이, 어느 정도까지 AI의 도움을 받고 있는지 구별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고백했다.

이는 실제 영상이 아닌 AI로 만든 가상 영상이다. 네티즌은 1만 개가 넘는 댓글을 달며 이 영상에 크게 호응했다. 무려 1.8만 명의 ‘좋아요’를 받은 댓글 내용은 “와! 팬서비스로 짧은 실사화 찍는 알았네, 이게 AI라고? 무섭다”였다. 불편한 골짜기를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 댓글에 달린 대댓글은 더 인상적이다. “(AI 영상이라는 것을) 댓글 보고 알았네요”, “AI가 성장 단계임에도 이 정도인데, 앞으로는 아예 구분조차 안 될 텐데” 등의 반응이 뒤따랐다. 그 정교함에 ‘AI가 만든 영상’이라는 것을 인식조차 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불편한 골짜기 단계를 이미 넘어선 것이다.
AI 기술은 국내 드라마 시장에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지난해 방송된 JTBC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가 대표적이다. 이 드라마에는 지난 2022년 고인이 된 방송인 송해가 KBS 2TV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하는 장면이 삽입됐다. 제작진은 딥페이크 기술로 그의 생전 모습을 부활시켰다. 넷플릭스 드라마 ‘살인자ㅇ난감’(2023)에는 주인공 장난감 역을 맡은 배우 손석구의 어린 시절 장면이 삽입됐다. 실제 손석구의 유년 시절을 보는 듯한 모습이 화제를 모았는데, 이 역시 AI 기술로 아역 배우의 얼굴에 손석구 어린 시절 모습을 덧씌워 완성했다.
또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2023)에서는 디에이징(De-aging. 출연 배우의 외모를 젊게 복원하는 시각효과 기술) 방식을 적용해 배우 최민식의 젊은 시절 모습을 이질감 없이 화면에 담았다.
이런 AI 기술 도입에 대한 반발도 거세다. 지난해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에이리언:로물루스’에는 2022년 숨진 배우 이언 홈을 닮은 인조인간 캐릭터가 등장했다. 이 배우는 지난 1979년 개봉한 리들리 스콧 감독의 원조 ‘에이리언’에서 인조인간 ‘애쉬’ 역을 맡은 적이 있는데, 제작진은 신작을 만들며 그의 얼굴과 목소리를 AI 기술로 활용해 새로운 캐릭터 ‘루크’를 탄생시켰다. 이는 많은 관객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켰고, 윤리적 문제도 제기됐다.
아울러 최근 영국 배우이자 제작자 엘린 반 더 벨던이 AI 여배우 ‘틸리 노우드’를 공개한 데 대해 할리우드 배우·방송인 노동조합은 즉각 성명을 내고 “창의성은 인간 중심적이어야 한다. AI 배우는 현실 배우들의 연기를 훔치고 몰아낸다”고 성토했다.
이처럼 이제는 배우와 가수들도 AI 인간과 경쟁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놓였다. 다양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AI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반응도 적잖다. 늙지 않고, 음정 하나 틀리지 않는 완전무결한 AI 연예인과의 대결에서 과연 인간은 어느 정도 승산이 있을까.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