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국회 앞 1,000여 명 운집…“선택권·24시간 지원체계 빠진 탈시설, 삶을 흔드는 법안”

# “시설 폐쇄 전제한 법안…장애인 현실 외면한 탁상행정”
집회를 주최한 두 단체는 지난달 1일 발의된 탈시설 지원법이 “장애인의 실제 삶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한 법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법안은 궁극적으로 시설의 단계적 폐쇄를 전제로 하고 있으나, 중증·발달·중복·고령 장애인을 위한 24시간 지원체계, 지역사회 기반 서비스, 긴급 돌봄 인프라 등 기본 토대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설을 대신할 실질적 대안이 없다는 점이 핵심 문제로 꼽혔다.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김현아 대표는 단상에 올라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진정한 인권은 단일한 방식의 강요가 아니라 개인의 선택에서 출발합니다. 시설 안에서도 자립생활이 가능합니다. 선택권을 빼앗는 탈시설 강요는 인권이 아닙니다.”
주최 측은 특히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의 취지를 잘못 해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협약 제19조는 ‘시설 폐쇄’가 아닌 장애인이 원하는 곳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라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 “시설은 누군가의 집… 무조건 밖으로 내모는 건 또 다른 폭력”
참가자들은 시설이 “과거의 수용시설이 아니라, 이미 많은 장애인이 일상을 살아가는 ‘삶의 공간’”이라고 강조하며, 시설을 무조건 나쁘다고 규정하는 방식에 강한 반발을 드러냈다.
부모와 종사자들은 “시설을 떠날 수 없는 장애인도 있다”, “살고 싶은 곳에서 살 권리도 인권”이라며 국회를 향해 현실적 논의와 다양한 주거 선택권 보장을 요구했다.
한 시설 종사자는 “중증 자녀를 둔 부모님은 지역사회에서 돌봄 인력을 확보하는 자체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 빈틈을 시설이 메우고 있는데, 이를 없애겠다는 건 사실상 방치하겠다는 말”이라고 토로했다.

이날 집회에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참석해 정치권의 무관심을 비판하며 힘을 보탰다.
이 대표는 “장애인 부모들이 주거 선택권을 지켜 달라 외치는데도 정치권은 전장연 눈치만 보고 있다”며 “무리한 탈시설 추진에 맞서 장애인의 실질적 삶을 위한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
또한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에 대해서는 “수백만 서울시민을 볼모로 삼는 방식은 옳지 않다”며 “장애인 문제 해결의 적은 합리적 논의를 막는 극단적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 “어디서 사느냐보다 ‘어떻게 살 수 있느냐’가 중요”…여의도에 남은 울림
집회 참가자들은 입을 모아 “탈시설”이라는 단일한 방향 강요가 아니라, 장애인의 욕구와 특성에 맞춘 ‘다양한 선택지 보장’이 국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부모는 “우리 아이는 중증 발달장애를 앓고 있어 24시간 보호가 필요합니다. 시설을 떠나 살라고 하면 우리는 하루도 버틸 수 없습니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집회는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됐지만, 참석자들의 목소리는 바람이 잦아든 여의도 도로 위에 길게 남았다. 비에 젖은 현수막과 흩어진 구호 사이로, 부모와 종사자들의 마지막 외침이 부드럽지만 깊게 스며들었다.
“장애인의 삶은 장소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살아낼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합니다.”
이날의 여의도는 단순한 집회 장소가 아니라, 누군가의 삶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신호탄처럼 오래도록 흔들리고 있었다.

김현술 경인본부 기자 ilyo0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