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여중생에게 남자친구 있다는 얘기에 격분…경찰 “조건만남과 관련없다”

112 신고가 접수된 현장은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 소재의 4층짜리 모텔이었다. 경찰이 출동해 해당 모텔 객실을 두드리자 20대 남성 A 씨(26)가 창밖으로 뛰어내렸다. 모텔 객실 안에는 10대 여성 B 양(14)과 10대 남성 C 군(14)과 D 군(14) 3명이 흉기에 찔린 채 쓰러져 있었다.
바로 병원 이송이 이뤄졌지만 A 씨와 B 양, C 군 등 세 명은 사망했고, D 군은 중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A 씨가 10대 남녀 세 명을 흉기로 찌른 뒤 모텔 밖으로 투신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 수사 결과 모텔에 가장 먼저 입실한 것은 A 씨였다. 3일 오후 2시 45분경 A 씨가 혼자 모텔에 입실했다. 먼저 객실을 잡고 입실한 A 씨의 연락을 받은 B 양이 C 군, D 군 등과 함께 모텔을 찾았다가 A 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같은 초기 경찰 수사 상황이 공개되자 이번 사건이 조건만남 미끼 금품 탈취 사건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요즘 10대들이 조건만남을 미끼로 성인 남성을 모텔로 유인한 뒤 감금, 협박, 폭행 등을 가해 돈을 뜯어내는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20대 남성과 10대 미성년자의 모텔에서의 만남, 여기 동행한 10대 남성 2명 등의 정황은 일반적인 조건만남 미끼 금품 탈취 사건과 유사한 구조를 띄고 있다.
그런데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드러난 실체는 조건만남 미끼 금품 탈취 사건과 전혀 달랐다. 우선 A 씨와 B 양은 이날이 두 번째 만남이었다. 사건 발생 2주 전쯤 A 씨는 오픈 채팅방을 통해 B 양과 E 양(14)을 알게 됐다. B 양과 E 양은 친구 사이로 E 양도 당시 사건 현장에 있었고 직접 112에 신고를 했다. E 양 역시 A 씨가 흉기로 목을 겨누는 등 협박 피해를 입었지만 다행히 흉기에 찔리지는 않았다.
A 씨는 B 양과 E 양을 한 차례 만난 뒤 B 양에게 호감을 보이며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했다고 한다. 당시 만남도 조건만남은 아니었다. 경찰은 첫 만남 당시 B 양과 E 양이 A 씨 자택에서 만나 함께 놀았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조건만남과 관련이 없다는 게 경찰 입장이다.
A 씨는 3일 오후 B 양에게 만나자고 연락을 취해 할 말이 있다며 모텔로 오라고 했다. 이에 3일 4시 24분경 B 양은 E 양과 함께 모텔을 찾았다. 그런데 A 씨는 E 양에게 B 양과 할 얘기가 있다며 객실 밖으로 내보낸 뒤 문을 잠갔다.
그런데 객실 안에서 큰 소리가 나자 E 양은 친구인 C 군과 D 군에게 연락해 도움을 요청했다. C 군과 D 군이 도착하자 E 양은 모텔 객실 문을 두드렸고 A 씨가 문을 열어주자 안으로 들어갔다. 이후 시비가 붙었고 A 씨는 E 양의 목을 흉기로 겨누며 협박하는 것으로 흉기 난동을 시작해 결국 B 양과 C 군, D 군 등을 흉기로 찔렀다. 이런 와중에 E 양이 112에 신고를 했는데 그 시각이 5시 7분이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4분여 뒤인 5시 11분에 모텔 객실 앞에 도착해 문을 두드렸고, 이에 A 씨가 창밖으로 투신했다.

E 양은 경찰 조사에서 ‘A 씨가 B 양에게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격분해서 이런 범행을 저지른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찰은 호감이 있던 B 양에게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A 씨가 흉기를 사서 모텔 객실을 잡고 B 양을 부른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A 씨는 미성년자 성범죄 전력이 있다. 2019년 미성년자 의제강간 혐의로 기소돼 2021년 7월 징역 5년과 신상정보 공개·고지 명령 5년을 선고받았다.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미성년자와 성행위를 한 성인은 미성년자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의제강간 혐의로 처벌받는다. A 씨는 출소한 뒤 다시 중학생에게 호감을 보이다 결국 흉기 난동을 일으킨 뒤 스스로 투신해서 사망하고 말았다.
이미 피의자인 A 씨가 사망한 상황이라 경찰은 공소권 없음으로 불송치할 예정이다. 다만 사망자들의 시신 부검, 휴대전화 포렌식 조사,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의 수사를 진행해 범행 동기 등은 규명할 계획이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