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무개 씨에게 “돈은 내가, 기술은 네가”…박성재 전 장관에 보낸 메시지도 확보해 수사 확장

이 씨는 필명 ‘새강자’로 활동하며 주식투자 전문가로 이름을 알렸던 인물이다. 34세이던 2003년 이 씨는 주식투자대회에서 4차례 우승하며 증권가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한 대회에서 3개월 만에 4650%라는 경이로운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씨는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초등학교 졸업장도 겨우 땄고, 중·고등학교 과정은 검정고시를 거쳤다고 털어놨는데 이후 책과 SNS를 통해 주식투자 방법 등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후 이 씨 이름은 주가조작 업계에서 등장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1차와 2차에 모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언론에서는 ‘주포’로 거론됐지만, 당시 분위기에 정통한 이들에 따르면 1~2차 주가조작 때마다 투자에 관여했던 인물 중 한 명일 뿐 시세 조종을 주도한 핵심 인물은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2차의 경우 김 씨가 주포였고, 이 씨는 함께 움직였던 세력 중 한 명”이라며 “투자 과정에서 갈등이 있다 보니 멀어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특검에 이 씨는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인물이다. 김건희 씨가 도이치 모터스 투자에 깊숙하게 관여했음을 입증할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 씨는 지난 10월 17일 김건희 국정농단 특검이 압수수색에 나서자 건물 2층에서 뛰어내린 뒤 종적을 감췄다. 한 달여 만인 11월 20일 특검은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와 공조해 충주시 소재 휴게소 인근에서 이 씨를 체포했다.
특검은 이 씨가 김건희 씨의 DB증권 계좌를 관리해 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최근 공판에서는 김건희 씨와 이 씨가 주고받은 대화 내용이 일부 공개됐다. 여기서 이 씨가 “내 이름을 노출시키면 내가 뭐가 되느냐, 도이치 2차 주포가 내 이름을 알고 있다”며 “도이치는 손 떼기로 했다”고 말하자, 김건희 씨는 “내가 더 비밀을 지키고 싶은 사람”이라고 답했다. 2013년에는 김 씨가 “난 돈을 대고 너는 기술을 대는데”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는데, 특검은 이 씨가 제공하는 ‘기술’을 주가조작이라고 보고 있다. 김 씨가 ‘전주’ 역할을 하고, 이 씨가 ‘선수’ 역할을 했음을 시사하는 대화라고 특검은 의심하고 있다.
#“김 씨 투자 말렸을 뿐” 선 그은 이 씨

김건희 특검팀은 이 씨를 통해 ‘김건희 주가조작 사전 인지 여부’를 입증한다는 생각이다. 특검은 그가 2009~2010년 1차 주가조작 당시 김건희 씨 계좌를 관리한 경위와 건진법사 전 씨를 김건희 씨에게 연결한 과정 등을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휴대전화에서 확인된 김건희 씨와 이 씨의 대화 내용을 집중적으로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씨의 진술을 최대한 끌어낸다는 계획이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보낸 메시지도 위법성 검토
김건희 씨의 휴대전화에서 시작된 수사는 새로운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은 김건희 씨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게 김명수 전 대법원장 사건의 수사 지연을 질타하는 취지로 보낸 메시지도 확보해 본격 법리 검토에 나섰다.
김 씨는 지난해 5월 15일 박성재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김명수 대법원장 사건이 2년이 넘었는데 방치된 이유가 뭐냐”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 같은 날 “내 수사는 어떻게 되고 있나, 김혜경·김정숙 여사의 수사는 왜 진행이 잘 안 되나”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날 박성재 전 장관에게 김 씨는 ‘전담수사팀 구성 지시에 관한 검찰 상황분석’이라는 ‘지라시’ 성격의 글도 전달했다. 해당 글은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이 대통령실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자 이 총장이 항의성으로 김건희 씨에 대한 신속 수사를 수사팀에 지시했고 결국 수사팀 지휘부가 교체됐다”는 내용이었다.

김건희 씨의 메시지에 대한 박 전 장관의 답변 내용, 수사 상황 보고가 이뤄진 과정 등은 더 확인이 필요하다. 다만 김 씨는 건강상 이유로 특검의 소환에 불응하는 동시에 휴대전화 비밀번호 등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15년 전부터 스마트폰이 본격 보급되면서 위치부터 통화 상대방, 누구와 어떤 메시지를 주고받았는지, 포털 사이트에 어떤 검색을 했는지 고스란히 드러난다”며 “김건희 씨 휴대폰을 발견한 것이 특검 입장에서는 신의 한 수가 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