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시절 범죄는 교정 목적 고려해야” vs “가해자 화면 노출이 피해자에게 트라우마 안겨”

반면 사회적인 물의를 빚어 원치 않는 은퇴를 하는 사례도 많다. 우선 공식적으로 은퇴를 선언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은퇴 상태의 연예인들이 있다. 준강제추행·준강간 등의 혐의로 기소돼 유죄가 확정된 배우 강지환, 미성년자 성폭행 및 강제추행 혐의로 실형을 산 고영욱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일정 기간의 자숙기간을 가진 뒤 컴백을 시도했지만 여론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은 연예인들도 있다. 필로폰 투약에 간통 혐의까지 더해진 황수정은 지상파 드라마로 컴백했지만 여론은 싸늘했다. 상습 도박에 뎅기열 논란까지 더해진 신정환도 예능 프로그램으로 컴백했지만 역시 대중의 외면에 봉착했다.

박유천도 2019년에 은퇴를 선언했는데 마약 투약 의혹 때문이었다. 기자회견을 자청한 박유천은 “마약 투약이 사실일 경우 연예계를 은퇴하겠다”고 밝혔다. 은퇴 선언보다는 마약 투약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기 위한 표현이었는데 결국 마약 양성 반응이 나왔다.
그리고 최근 ‘배우 조진웅’이 은퇴를 선언하며 ‘조원준 씨’가 됐다. 조진웅의 경우 최근에 불거진 사안이 아닌 과거 행적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은퇴 선언으로 이어졌다. 10대 시절에 절도죄, 강도강간죄, 장물죄 등에 연루됐으며 성인이 된 뒤에도 폭행죄, 음주운전죄 등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조진웅의 소속사는 대부분의 의혹을 인정했지만 성폭행 관련한 부분만 부인했고, 하루 정도 지나 조진웅이 직접 은퇴 선언을 했다.
조진웅의 은퇴가 이례적으로 과거에 벌어진 일 때문이라는 점에서 그를 옹호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우선 연예계에선 배우 정준과 가수 이정석은 이름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조진웅을 옹호하는 글을 SNS에 올렸다.
법조계에서도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한인섭 서울대 로스쿨 명예교수는 SNS에 올린 글을 통해 “조진웅은 청소년 시절에 잘못을 했고, 응당한 법적 제재를 받았다. 청소년 범죄에 대해서는 처벌을 하면서도, 교육과 개선의 가능성을 높여서 범죄의 길로 가지 않도록 한다”고 밝혔다. 김경호 법무법인 호인 변호사는 조진웅의 소년범 전력을 최초 보도한 기자 2인이 소년법 제70조를 위반했다며 고발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조진웅을 옹호하는 반응과 비판하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한편 조진웅 은퇴 선언을 두고 “안타깝다”는 글을 SNS에 올렸던 개그맨 서승만은 “조진웅이 연기를 그만둔다고 해서 안타깝다고 포스팅을 했더니 후배가 당시 기사를 보내왔다. 아 근래 느껴보지 못 한 배신감이다. 헉!”이라며 “내 글로 상처 입었을 분께 사과드리고 싶다. 앞으로는 신중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허철은 12월 7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을 통해 조진웅에게 일방적인 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털어 놨다. 2014년, 조진웅이 주연급 배우로 활동하던 시절에 벌어진 일이니 이미 의혹이 제기된 10대 시절과 무명 시절의 일과는 별개인 또 다른 사건이다. 당시를 회상하며 허 감독은 “(조진웅은) 기억이 안 난다고 며칠이 지나도 사과하지 않았다. 그 이후로 난 그의 얼굴이 화면에 보이면 껐다”며 “자꾸 그날 그 순간이 생각나고 분노가 치밀어 트라우마가 됐다”고 밝혔다.
허 감독의 글은 “언젠가 다시 만나면 소주 한잔하고 나한테 뺨 한 번만 맞고 쿨하게 털어내자”는 용서의 메시지로 마무리됐지만 “화면에서 그의 얼굴만 보이면 껐다”는 대목은 여전히 눈길을 끈다. 법적 제재가 마무리된 과거의 일일지라도 가해자가 연예인으로 활동하면 피해자는 원치 않아도 그 얼굴을 화면에서 계속 보게 된다.
연예인이 된 가해자가 성범죄의 경우 피해 회복이 더 어렵다. 그러다 보니 은퇴를 직접 선언했거나 사실상 은퇴 상황이 된 연예인 가운데 상당수가 성 관련 범죄에 연루된 이들이다.
조진웅 의혹 중 가장 논란이 큰 부분은 고교 2학년 때 특가법상 강도강간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미성년자라 사건이 소년부로 송치돼 고등학교 3학년 시절의 절반을 교정기관에서 보냈다는 주장도 있다. 다만 조진웅의 소속사는 공식입장을 통해 각종 범죄 의혹을 대부분 인정하면서도 ‘성폭행 관련 행위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연예계에선 ‘언젠가는 컴백이 가능하도록 만든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디스패치 단독 기사에서 가장 구체적으로 언급된 부분이 강도강간 혐의 사건이었다. 소속사가 이 부분만 부인하면서 진위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되는 시점에서 조진웅은 은퇴를 선언했다. 그렇게 강도강간 혐의를 둘러싼 논란은 ‘연예인 조진웅의 과거사’에서 굳이 진위 여부를 따질 필요가 없는 ‘일반인 조원준 씨의 과거사’가 됐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