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일본인 멤버 포함된 그룹 양국 눈치 봐야 하는 상황…적절한 대응 시 K-팝 시장에 기회 될 수도
과거 한국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설치 이후 비공식으로 발동된 한한령으로 인해 한국 콘텐츠의 중국 수출 및 K-팝 가수들의 중국 내 활동에 제동이 걸렸었다. 이번에는 일본 엔터 업계가 중국에서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다. 한일령 강화가 한한령 해제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분석도 나오고 있지만 중국인과 일본인 멤버들이 포함된 K-팝 그룹들은 숨죽이며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이 영상은 삽시간에 중국과 일본 네티즌 사이에 공유되며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오쓰키 측은 “부득이한 여러 사정으로 급거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혔지만, 정확한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하마사키 아유미가 11월 말 열기로 했던 상하이 공연에 제동이 걸리자 텅 빈 객석에서 예정대로 공연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관련 영상까지 공개됐는데 항의성 무관중 공연 영상이 아닌 리허설 영상으로 밝혀지며 ‘가짜뉴스’ 논란까지 불거졌다. 이외에도 일본 가수 유즈, 피아니스트 우에하라 히로미의 중국 공연은 취소됐고, 일본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 시리즈 개봉도 연기됐다. 이런 상황에 대해 일본 산케이 신문은 “다카이치 총리 발언에 중국 정부가 강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일본 예능 콘텐츠에 대한 영향이 확산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불똥은 K-팝 시장에도 튀었다. 일본인 멤버가 포함된 K-팝 그룹은 중국에서, 중국인 멤버가 포함된 그룹은 반대로 일본에서 각각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 중국인 멤버 닝닝이 포함된 걸그룹 에스파의 경우 일본을 대표하는 연말 특집 프로그램인 NHK ‘홍백가합전’에 출연할 예정이었으나 반대 여론에 봉착했다. 지난달 중순 글로벌 청원 플랫폼 ‘체인지’에 “에스파의 출연을 막아야 한다”는 청원이 올라왔고 삽시간에 7만 명이 넘는 이들이 동의의 뜻을 밝혔다.

K-팝 시장은 비교적 슬기롭게 이 상황을 타개해 가고 있다. 11월 28, 29일 홍콩 카이탁 스타디움에서 국내 최대 규모 K-팝 시상식인 ‘2025 마마 어워즈’(MAMA AWARDS)가 열렸다. 그런데 공연을 이틀 앞두고 홍콩 북부 타이포 지역의 고층 아파트 단지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시상식 불발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에 놓였다.
이때 K-팝 그룹과 이들이 속한 기획사, 그리고 주최 측이 온정의 손길을 내밀었다. 주최사인 CJ 그룹 측은 중국 SNS 웨이보를 통해 “CJ그룹과 MAMA어워즈는 홍콩 특별행정구 정부가 설립한 웡푹 코트 원조 기금에 2000만 홍콩달러(한화 37억 8100만 원)를 기부한다”고 밝혔다. 하이브·SM·JYP·YG·웨이크원 등도 여기에 동참해 100만 홍콩달러에서 최대 266만 홍콩달러를 기탁했다. 이 시상식에 참석하는 아티스트들도 동참했다. 지드래곤과 스트레이키즈를 비롯해 슈퍼주니어 등도 각각 100만 홍콩달러를 전달했다.
‘2025 마마 어워즈’는 레드카펫 행사를 없애고, 묵념의 시간을 갖는 등 추모 분위기 속에서 시상식을 진행했다. 무대에 선 이들도 최대한 정숙한 의상을 택하고 무대 구성을 수정하는 등 애도 분위기에 동참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한한령은 벌써 8년째 이어지고 있다. 중일 관계가 극적 타결을 이루지 못한다면 한일령 역시 어느 정도 지속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중간에 놓인 K-팝 시장은 위태로운 줄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의 문화 교류 단절이 가시화되는 상황 속에서 K-팝 시장의 적절한 대응은 오히려 한한령을 뛰어넘어 중국 시장을 다시 개척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