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 대책 이후 서울 상승거래 확대 추세…지방은 하락거래 증가하며 양극화 현상 심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0·15 대책의 효과가 온전히 반영된 11월 서울 아파트 시장은 관망세는커녕 전월보다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통상 고강도 규제 직후에는 매수 심리가 위축되며 가격이 조정받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서울은 이와 정반대 행보를 보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11월 서울 아파트의 ‘상승 거래(직전 1년 평균가 대비 1% 이상 높은 거래)’ 비중은 54.1%를 기록해, 대책 영향이 일부만 미쳤던 10월(52.2%)보다 오히려 확대됐다.
눈에 띄는 점은 하락 거래의 감소세다. 같은 기간 서울의 하락 거래 비중은 32.3%에서 30.2%로 2%포인트 넘게 줄었다. 보합 거래가 15%대에서 제자리걸음을 한 것을 감안하면, 저가 매물은 자취를 감추고 마음이 급해진 매수 대기자들이 높아진 호가를 따라잡으며 추격 매수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강남 3구의 상승 거래 비중은 전월 64.1%에서 11월 60.7%로 소폭 조정받았으나 여전히 60%를 웃돌며 서울 평균보다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를 두고 “정부의 규제가 반복되면서 역설적으로 ‘확실한 투자처’라는 신호를 준 셈이다. 규제만 해제되면 가격이 오를 것이기 때문에 마음이 급해진 수요자들이 투자해야 한다고 느끼게 된 것”이라며 “강남권 고가 아파트 시장은 가격 방어력이 있다. 30억~50억 원을 호가하는 강남권은 대출 한도에 구애받지 않는 현금 부자들의 시장”이라고 지적했다.
영등포·마포·동작구 등 이른바 ‘준상급지’의 상승 거래가 두드러지는 현상도 포착된다. 외곽 지역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낮고, 강남권은 자금 부담이 크다 보니 실거주와 투자를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이들 지역으로 매수세가 쏠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단순히 내 집 마련을 넘어 5~10년 거주 후 자산 가치 상승까지 기대하는 ‘똘똘한 한 채’ 심리가 직주근접성과 정비사업 호재를 갖춘 영등포와 마포 등으로 중첩돼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10·15 대책 이후 아파트 거래량은 급감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1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2350건으로, 전월(8475건) 대비 72.3% 급감했다. 신고 기한이 남은 점을 고려해도 10월 거래량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그간 상승장을 주도하던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한강 벨트’ 지역의 거래 가뭄 현상이 뚜렷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거래량이 감소할 경우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부동산 시장은 그렇지 않다. 매도자들이 헐값에 파느니 차라리 버티겠다는 심리로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향후 규제 해제 시 가격 상승을 기대하며 호가를 유지하는 경향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20억 원짜리 집을 팔고 양도세와 중개수수료를 떼고 나면, 강화된 대출 규제 탓에 다시는 동급의 아파트로 이동할 수 없는 구조가 됐다. 결국 집주인들이 주거 이동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호가를 더 높여 부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을 벗어난 지역은 10·15 대책의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도권인 경기도의 상승 거래 비중은 10월 45.7%에서 11월 44.2%로 감소했고 인천 역시 43.6%에 그치며 전국 평균을 밑돌았다. 전국 단위 상승 거래 역시 46.6%에서 45.3%로 위축된 대신, 하락 거래가 38.9%에서 40.7%로 늘어나며 서울과는 반대된 추세를 보이고 있다.
매수 심리 지표에서도 서울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지난 11월 17일 72.79로 단기 저점을 찍은 뒤 24일 75.93, 12월 1일 77.71을 기록하며 2주 연속 상승세를 탔다. 반면 전국 매수우위지수는 여전히 40선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뚜렷한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다. 서울 시장의 심리가 회복 국면에 접어든 것과 달리, 전국 시장은 관망세가 짙어지며 서울과 지방 간의 괴리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규제가 서울과 지방의 ‘펀더멘털(기초체력)’ 차이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규제 때문에 서울 주택 시장 가격이 오른 것이 아니라, 일자리와 산업 기반, 공급 부족 등 구조적인 요인이 규제라는 변수를 만나 시장의 양극화를 가속화했다는 분석이다.
김학환 숭실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방 전체가 침체된 와중에도 SK하이닉스 등 대기업 일자리가 풍부한 충북 청주 등은 오히려 그간 저평가됐던 점이 부각되며 아파트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결국 부동산 시장을 지탱하는 핵심은 ‘양질의 일자리’와 ‘산업 기반’이다. 기업과 인구가 몰리는 서울·수도권 핵심지는 규제로 누를수록 희소성이 부각되지만, 산업 기반이 약한 지방은 작은 충격에도 시장이 붕괴되는 구조적 취약점이 이번 하락장에서 확인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서울로 쏠린 수요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채 내놓는 규제 일변도 정책은 시장의 내성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반복되는 규제 강화는 매수 대기자들에게 지금 진입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조바심을 유발한다”며 “강력한 대출 규제로 인한 현재의 관망세가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이는 임시방편일 뿐 장기적으로 지속이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정부 역시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지방균형발전’을 통한 수요 압력 분산으로 정책의 방향성을 돌리는 모양새다. 지난 10월 8일 이재명 대통령은 지방시대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수도권 집중 심화가 국가 성장 잠재력을 훼손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을 ‘5극 3특(5대 초광역권·3대 특별자치도)’ 체제로 개편하는 다극화 전략을 국가적 과제로 제시했다. 재정 배분 시에도 수도권과 거리가 멀수록 인센티브를 가중하고 있으며 향후 다른 주요 국가 정책 집행 시에도 이런 방식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지난 12월 5일 충남 천안 타운홀 미팅에서 이 대통령이 서울 집값 문제의 뿌리를 인구·일자리·정책 금융의 수도권 집중에서 찾으며 ‘단기 처방만으로는 답이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대통령실은 “가격 안정화 정책이 준비돼 있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사실상 단기 규제책이 바닥났음을 시인하고 장기 과제인 균형발전으로 시선을 돌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당장의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인만 부동산연구소장은 “대통령이 ‘답이 없다’고 토로한 것은 공급 확대나 서울 수요 분산 같은 구조적 해결책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현실을 인정한 것”이라며 “현재 시장은 거래량은 급감하는데 신고가는 터져 나오는 기형적 구조로, 세수는 줄고 민심은 악화되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김 소장은 “정부가 ‘정책 카드가 있다’는 식의 공수표를 날리기보다는 솔직한 소통이 필요한 시점이다. 수요 분산과 구조 개혁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됨을 인정하고, 시장에 막연한 기대감을 불어넣기보다는 냉정한 현실 인식을 심어주는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