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잘나가는데 주력 브랜드 북미·유럽서 존재감 미미…“인력구조 수술 넘어 R&D에 집중해야”

업계에선 코로나19 이후 중국 매출 부진으로 실적 회복이 더뎠던 아모레퍼시픽이 최근 실적 반등 흐름에도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이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연결기준 연간 매출은 4조 2599억 원으로 전년 대비 5.9% 증가, 영업이익은 2493억 원으로 64% 상승했다. 2021년 인수한 스킨케어 브랜드 ‘COSRX(코스알엑스)’ 실적이 지난해 5월부터 연결기준 실적에 반영된 것이 전체 실적 개선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특히 코스알엑스 인수 영향으로 연간 기준 미주 매출이 처음으로 중화권 매출을 추월하는 등 미국과 유럽·중동·아프리카지역 매출이 개선됐다.
다만 코로나19 유행이 한창이던 2021년 실적(매출 5조 3261억 원·영업이익 3562억 원)과 비교하면 지난해 매출은 약 20%, 영업이익은 약 30% 줄어든 수준에 머물렀다. 그사이 국내 화장품 상장사 중 시가총액 1위 자리도 2014년 설립해 초고속 성장한 ‘APR(에이피알)’에 넘어갔다. 에이피알은 지난달 초 시가총액 10조 원을 기록하며 아모레퍼시픽(시가총액 약 7조 원대)을 제치고 뷰티업계 대장주로 올라섰다.

뷰티업계 한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은 1990~2000년대 초반 방문판매 비중이 높던 때와 2010년대 면세점 등을 중심으로 럭셔리·메스티지(가격 대비 실용성이 높은 명품) 브랜드가 인기를 구가하던 때의 인력 구조 중심에서 아직 못 벗어나고 있었던 것으로 진단된다”며 “사실상 전성기가 한 번 지나간 아모레퍼시픽이 제2의 전성기를 기대한다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조직을 슬림화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희망퇴직 조치에서 K-뷰티 흐름을 선도하지 못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의 위기감을 읽어내고 있다. 현재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K-뷰티 인기 확산이 한창이지만 자체 브랜드가 현지에서 뚜렷한 성공을 보이지 못한 채 인수 브랜드인 코스알엑스에 의존해 이익을 창출하는 것에 머물고 있다는 평가다.
설화수, 라네즈, 이니스프리 등 주력 브랜드는 현재 북미 시장에서 국내 인디브랜드보다 존재감이 약하다는 평가가 있다. 더마코스메틱(피부과학을 기반으로 성분과 효능을 내세운 화장품군)과 인디 브랜드가 각광을 받는 흐름에서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 전략이 시장 변화 대응에 다소 뒤처졌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요즘엔 어느 회사에서 만든 제품인지 알고 쓰는 사람이 많지 않다. 제품력이 좋으면 쓰기 때문”이라며 “제품력에 집중한 브랜드를 많이 만들어내야 하며 이런 시도들을 많이 하려면 조직이 젊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이번 희망퇴직 프로그램은 국내외 경영환경 속에서 조직 및 인력구조를 재정비하고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진행하는 것”이라며 “미국 시장에서는 설화수, 라네즈, 이니스프리 외 더마 화장품과 메이크업, 헤어 케어와 같은 새로운 카테고리에서도 지속적으로 다양한 브랜드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