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은 안보이고 빚만 차곡차곡
▲ 정용진 부회장은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 로 검찰 수사를 받는 등 각종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지난 16일 오전 10시 30분.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이마트 직원사찰 폭로 기자회견’이 열렸다. 민주통합당 노웅래·장하나 의원, 전수찬 이마트 노동조합위원장 등 기자회견을 연 사람들은 이마트가 노조를 말살하고 직원들의 노조 가입을 막거나 노조 탈퇴를 유도하기 위해 해당 직원을 불법 사찰하고 일부 직원에 대해서는 퇴사를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사태가 확산되자 이마트 측은 ‘사과문’을 발표하고 “노조탄압 의혹과 관련해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서 사과 말씀 드립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대부분 내용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마트 측은 “해당 권역 담당자가 본인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다소 과도한 업무를 진행했다”면서 “관련자 문책 및 징계”를 약속했다. 또 “향후 임직원 개개인의 자의적 판단으로 회사의 방침과 다른 업무진행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회사 차원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라 일부 직원들의 과잉충성 탓이라며 책임을 회피한 것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 8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고객에게 더욱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며 올해 경영 화두로 ‘책임경영’을 선포한 바 있다. 그러나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과 직원 사찰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 부회장의 다짐에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의 눈초리가 쏠리고 있다.
정 부회장으로서는 최근 자신과 관련해 터지는 일련의 사건을 허투루 보아 넘길 수 없을 듯하다. 여태까지 이처럼 동시다발적인 악재를 경험한 적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규제가 날로 강화돼가면서 향후 시장 상황과 실적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이가 적지 않다. 홈플러스의 인적 구조조정 등 유통업계에도 구조조정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위기를 돌파할 만한 마땅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대형마트의 신규 출점이나 기업형슈퍼마켓(SSM) 진출 등 사업을 확장할 만한 배경은 사실상 사라졌다. 이마트 측은 “교외형 복합쇼핑몰, 인터넷몰 등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집중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아직 요원한 일이다.
면세점 인수, 아웃도어·편의점 사업 진출 등 정 부회장은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이들 사업은 이미 ‘레드오션’이라는 이유로 긍정적인 평가를 얻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반면 신세계이마트의 차입금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교외형 복합쇼핑몰을 조성하기 위한 자금도 결국 차입금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 부회장은 지난해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로 압수수색과 관련자 소환 등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도덕성에도 큰 흠집이 생겼다. 재계 일각에서는 ‘MB정부에서 김승연 회장이 타깃이었다면 다음 정부에서는 정용진 부회장이 타깃이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2개월간 벌인 검찰 조사에서 비자금 관련 혐의가 나오지 않았다는 데 주목하기도 한다. 한 재계 인사는 “기업 조사의 하이라이트는 비자금”이라면서 “정 부회장과 관련된 수사는 다음 정부로 가는 중간다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기업과 관련한 본격적인 검찰 수사는 새 정부가 정식으로 들어서고 자리를 잡고 난 후인 4월쯤이 될 것”이라면서 “정 부회장과 관련한 비자금이 나오지 않는 이상 주 타깃은 유통업계의 다른 거대 기업과 그 총수일 수 있다”고 예견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