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대학병원에 유리한 교육·연구 중심 지표로 설계…필수·응급의료 가치 밀려

협회는 2026년 초 의료질 평가제도 개선과 관련한 토론회를 개최하고, 수렴된 지역 의료계의 의견서를 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향후 각 지역 거점병원과 함께 ‘완결의료 평가체계 구축’에 대한 연구 용역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에 따르면 현행 의료질 평가는 환자안전, 의료질, 공공성, 전달체계 및 지원활동, 교육수련, 연구개발 등 6개 영역과 54개 세부 지표로 구성된다. 이 평가 결과에 따라 지원금이 차등 지급된다.
교육수련·연구개발·전달체계 지원활동 영역이 대학병원을 전제로 한 구조여서 전공의 수련 기능이나 연구 인프라가 약한 지역 종합병원들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게 협회 측의 주장이다. 특히 SCI(E) 논문 실적이나 임상시험 수행 역량 등은 광역권 의료 책임을 수행하는 병원들이 중증·응급 진료에 자원을 집중할수록 달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부산지역 모 거점종합병원 관계자 A 씨는 “우리는 상급병원이 맡지 않는 필수·응급의료를 담당하지만, 이런 역할은 평가지표에 반영되지 않는다”며 “결과적으로 보험급여 가산이 줄고, 인력과 투자 유치에서도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의료질 평가가 애초 환자 안전과 질 향상을 위한 취지에서 벗어나 병원 규모 중심의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지역 거점종합병원들은 응급실부터 수술, 중환자실, 회복기 관리까지 한 병원 안에서 책임지는 ‘완결의료’를 수행하고 있지만, 현행 제도에서는 이러한 역할이 충분히 지표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협회는 이를 위한 해결책으로 의료질 평가에 중증·응급 진료 책임도, 지역 내 진료 완결률, 필수의료 유지 기여도, 지역 의료 안전망 역할도, 의료인력 지속 가능성 등 역할 기반의 지표를 새로 포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협회 관계자는 “이런 지표가 포함돼야 지역병원이 수행 중인 ‘완결의료’의 가치가 제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며 “지금처럼 수도권 중심의 단일 평가 모형으로는 지방 의료 기반을 지탱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발표된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에서 “의료질 평가는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제도로, 병원 유형별 특성을 반영하기 위한 보완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역 의료계는 “검토만으로는 늦다”며 제도 개편 로드맵과 구체적 일정 공개를 촉구하고 있다.
부산지역 B 종합병원 병원장은 “의료질 평가가 공정해야 지역 의료가 지속 가능하다. 현 제도는 지방 중추병원의 의욕을 꺾는 구조”라며 “지금이야말로 정부가 지역 완결형 의료를 국가자원으로 인정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하용성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