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동장치 결함 상당수, 특정 부품 사용 고집 차량본부 뒷말…‘선급금 70%’ 방만 경영 대통령 질책도

코레일은 2020년 화차 제작사 A 사에 신조 화차 251량을 발주해 인도받았다. 대당 1억 3000만 원을 호가하는 이 최신형 화차들은 도입 직후부터 제동장치 민감도 제어 실패와 오작동으로 인해 제대로 운행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복수의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초기에는 전체 물량의 약 70%에서 불량이 발생했고, 수차례 리콜과 수리를 거친 현재까지도 약 30%의 물량이 현장에 투입되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 부품은 ‘탈선 감지 밸브’다. 해외에서는 효용성이 낮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이 장치는, 실제 탈선을 예방하기보다 진동에 과도하게 반응해 멀쩡히 달리는 열차를 급정거시키는 ‘민폐’ 부품으로 전락했다. 코레일 한 내부 관계자는 “이미 시장에는 설치가 쉽고 성능이 뛰어난 5세대 신기술이 나와 있지만, 1.5세대에 불과한 구형 부품을 더 비싼 값에 달았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서는 해당 장치의 잦은 오작동으로 기관사들이 아예 밸브를 잠그고 기능을 끈 채 운행하는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다.
코레일이 결함이 속출하는 신조 화차에 대해 제작사에 책임을 묻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코레일 스스로 ‘특수제작설명서’를 통해 특정 부품 사용을 강제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철도안전법과 국토교통부의 기술기준을 충족하는 최신 부품이 있음에도 코레일 측에서 특정 업체가 독점 생산하는 부품을 의무 장착하도록 안내했기 때문이다. 앞서의 관계자는 “코레일 측에서는 미운행 사실을 숨기기에 급급한 채 알음알음 수리하고 있지만 쉽게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부품 문제가 오죽 심각하면 2026년 상반기 인도 예정인 민간 발주 화차 208량은 해당 부품을 배제했다”고 꼬집었다.
특정 업체의 부품을 고집하는 행태는 이미 수차례 국정감사와 자체 감사를 통해 지적된 고질적 병폐라는 지적이 나온다. 코레일 자체 감사에서도 2018년부터 규격서에 특정 업체의 특허번호를 명시해 해당 업체만 입찰할 수 있도록 특혜를 준 사실이 적발되어 담당자들이 징계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2025년 개정된 규격서 역시 문제의 특허번호만 삭제됐을 뿐, 상세 사양은 여전히 해당 업체의 제품만 충족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이런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코레일 차량본부에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차량본부가 업체 선정, 제작 감독, 인수까지 전 과정을 독점 관리하고 있어 내부 부서 간 상호 감시와 견제 기능이 없다는 것이다. 코레일 다른 내부 관계자는 “민간 운송사라면 화물트럭 100대 중 30대가 섰을 경우 경영진이 난리가 났겠지만, 코레일 경영진과 물류본부는 차량 관리를 차량본부에만 떠넘긴 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고 꼬집었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은 “구매는 구매부서가, 검수는 검수부서가, 돈은 재무부서가 따로 관리해야 비리를 막을 수 있는데, 코레일은 ‘전문성’을 핑계로 차량본부가 모든 결정권을 쥐고 있다”며 “겉으로는 구매팀이 계약하는 형식을 취하지만 실제로는 차량본부가 뒤에서 특정 업체를 선정하고 시방서를 주무르는 구조이다 보니, 구매부서는 ‘허수아비’로 전락하고 유착 고리는 끊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내부 통제 부재는 최근 불거진 ‘다원시스 납품 지연 사태’와 본질적으로 맞닿아 있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업무보고에서 철도차량 제작사 다원시스가 규정상 최대치인 70%의 선급금을 받고도 이를 사옥 건립 등에 유용해 납품을 지연시킨 점을 언급하며 “정부가 사기를 당했다”고 질타한 바 있다. 여객 열차 부문에서 드러난 방만 경영과 유착 의혹이 철도 업계 전반의 화두로 떠오른 만큼, 특정 부품 독점 논란 등을 빚고 있는 화물 열차 분야 또한 고강도 감사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 일요신문이 입장을 물었으나 화차 제작사인 A 사 측은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코레일 측 역시 관련 질의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신조 화차의 결함 사태에 더해 기존 화차의 ‘불량률’까지 치솟으며 현장에서 운용 가능한 화차 수는 급감하고 있다. 코레일 내부에서 통용되는 불량률은 단순 기계 고장뿐만 아니라, 정비 대기로 인한 ‘운행 불가’ 상태를 포함한다. 코레일 내부의 방만 경영으로 철도안전상 필수인 주기적(6개월·1년·2년) 검수를 위해 입고된 화차들이 제때 정비를 마치고 나오지 못하면서 ‘차량 회전율’이 급감했고, 이에 따라 불량(운행 불가) 차량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것이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과거 5% 미만 수준에 불과했던 불량률은 최근 내부 전산(X-로지스) 조회 기준 15%까지 치솟았다. 데이터 관리가 부실한 현장 실태를 감안하면 실제 운행 불가 비율은 수치보다 훨씬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코레일 측도 고객사들과의 회의석상에서 이러한 ‘정비 마비’ 사태를 일부 시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코레일의 한 고객사 관계자는 “2023~2024년 열린 회의 당시 코레일 마케팅 담당자들이 스스로 ‘불량률이 약 27%에 달한다’고 언급했다”며 “현장에서는 2025년 들어 상황이 더 악화돼, 전체 화차의 3분의 1이 정비고에 묶여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내구연한 30년이 도래한 민간 화차들이 2024~2026년까지 줄줄이 폐차 수순을 밟고 있지만 이를 대체할 신규 화차(약 1100량)의 투입인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의 코레일 다른 관계자는 “코레일 물류본부가 민간 화차 운임 할인율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는 바람에 발주 자체가 늦어졌다. 폐차 전에 신차 가동이 이뤄져야 하는데, 신규 물량의 10% 정도만 가동이 가능할 것 같다”며 “기관차와 화차를 적기에 배차하는 것이 물류의 핵심인데, 정비도 안 되고 신차 도입도 늦어지는 총체적 난국이다. 누구 하나 신경 쓰는 사람 없이 국가 물류 자원을 방치 수준으로 내팽개친 셈”이라고 질타했다.
이 과정에서 철도 화물 수송량은 지속 감소하고 있다. 2008년 4680만 톤(t)에 달했던 수송량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거듭해 2024년 약 1940만t 수준으로 급감했다. 수송분담률 20%대를 유지하며 성장하는 독일, 일본 등과 대조적으로 국내 철도 물류의 수송분담률은 1%대로 내려앉았다. 적자 구조도 고착화됐다. 2015년부터 7년간 물류 분야 누적 손실만 1조 7222억 원에 달해 코레일 전체 영업적자의 약 70%를 차지했다.
연간 물동량이 2000만t 미만으로 급감하자, 코레일이 줄어든 매출을 방어하기 위해 고운임 정책을 고수하면서 고객사 이탈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레일은 안전운임제가 일몰된 2022년 말 리터당 1900원대의 고유가 상황에 책정한 운임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앞서의 고객사 관계자는 “2023년에는 유가가 1500원대로 하락했는데도 고유가 시절 가격을 고집해 도로 운송 대비 가격 경쟁력을 잃었다. 코레일의 경직된 태도에 화주들이 이탈하고 있어 2025~2026년 철도 수송량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레일 또 다른 내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이견이 있더라도 고객사와 치열하게 소통하며 해법을 찾았으나 현재는 그렇지 않다. 2000년대 중반 6%대였던 수송분담률이 1% 초반 수준으로 추락했는데도 개의치 않는 분위기”라며 “컨테이너뿐만 아니라 철도 물류의 근간인 시멘트 등 벌크 화물조차 화차 부족과 정책 부재로 흔들리고 있다. 도로 파손 방지와 탄소 저감이라는 철도 수송 고유의 기능을 감안할 때 현재의 부진을 타파할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