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 부진 신성장동력 압박, 물류비 절감 필요도…포스코이앤씨 사망사고 후 정부 기류 살펴야 할 상황 놓여

포스코는 삼일회계법인, 보스턴컨설팅그룹, 대형로펌 등과 자문 계약을 체결하고 HMM 인수 타당성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차원에서 물류 효율화를 통해 연간 3조 원에 이르는 물류비를 절감하는 동시에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반복되면서 물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라 인수 검토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포스코는 약 30%가량의 산업은행 지분(약 7조 원)을 인수를 목표치로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가 HMM 인수 검토에 나선 것은 본업인 철강에서 부진 심화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50% 관세 부과와 중국의 저가 공세로 수익성이 악화됐고, 포항 등 국내 제철소는 선별 감산·라인 조정이 진행 중이다. 게다가 국내 주택 경기 침체와 자동차 내수 생산 둔화를 고려하면 부진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2차전지 소재 사업 역시 조정 국면을 겪고 있어 신성장동력 확보 압박이 커졌다는 것이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글로벌 8위 선사인 HMM의 수송 능력은 97만 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수준으로 1·2위를 다투는 MSC(682만 TEU)와 머스크(463만 TEU)는 물론 7위 선사 에버그린 라인(188만 TEU)과도 격차가 상당하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은 “글로벌 선사들이 치킨게임을 벌이며 선복량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어 HMM도 선대 투자가 불가피하다. 포스코가 모회사로 들어오면 자금 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지난해 하림·JKL 컨소시엄의 경우 인수 규모 대비 현금 여력이 부족해 ‘투자보다 현금 유출’ 우려가 컸지만, 포스코가 인수할 경우 이러한 우려를 상당 부분 덜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화주사가 물류기업을 인수한다는 점 때문에 여러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국내에는 마땅한 HMM 매수자가 없어 해외 기업이나 사모펀드로 넘어가는 것이 가장 큰 우려 요인이다. 언제까지 산은이 들고 있기도 부담스럽다”며 “국내 조선업과 달리 해운업은 글로벌 경쟁력에서 크게 뒤처져 있다. 국내에서도 경쟁 구도를 만들어야 해운업이 현상유지에 머무르지 않고 폐쇄적 구조를 벗어나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준우 성결대 글로벌물류학부 교수는 “당장은 물류기업들의 손해로 이어질 수 있어 조심스럽지만, 장기적으로는 대기업의 HMM 인수가 국내 해운산업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준수 서강대 경영대 명예교수는 “포스코 같은 대기업이 HMM을 인수하면 해운업 불황에도 버틸 수 있다”며 “포스코 입장에서도 철강산업이 사양화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기간산업을 확보하는 의미가 있다. HMM은 현금 보유도 많아 매력적인 대상”이라고 평가했다.

포스코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형 화주사인 만큼 해운법 규제를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운법 제24조 7항은 원유·제철원료·액화가스 등 대량화물 화주가 직접 운송사업에 진출하려면 해양수산부 장관이 정책자문위원회 의견을 거쳐 등록 여부를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정책자문위원회가 관련 업계, 학계, 해운전문가 등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해운업계의 의견이 강력한 변수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해수부 장관이 해운업계 의견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사실상 구속력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해운업계는 포스코의 해운업 진출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포스코 물량이 국내 해운 물동량의 약 10%에 해당할 만큼 비중이 큰 탓에 자체 해운사를 통해 내부거래화한다면 기존 선사들의 매출 기반이 흔들린다는 것이다. 고객사가 갑자기 경쟁사로 바뀌는 셈이다. 한국해운협회도 지난 9월 10일 공식 반대 입장을 밝혔다. 협회는 “포스코가 HMM을 인수해 철강 원자재 운송에 이어 철강제품 수송까지 확대한다면 기존 국내 선사들은 시장에서 밀려날 수 있다”며 “해운 생태계 붕괴와 수출입업계 전반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해운물류학회 부회장인 김현 변호사는 “다른 화주들에게 불리한 운임을 책정하거나 선복 배정을 제한하는 등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할 소지도 있다. 현대제철 등 다른 대형 화주사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철강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포스코에 HMM이 편입될 경우 해운 전문기업이 본연의 역할보다 모기업 보조에 치중하게 될 위험이 크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인수 논의가 정치적 배경과 맞닿아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포스코이앤씨 사망사고 이후 재계 6위인 장인화 포스코 회장이 미주 방문단에서 제외되면서 정치권 기류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는 것이다. 내년 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HMM 본사 이전이 지역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포스코가 정부 기류를 살피며 인수 검토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한종길 성결대 글로벌물류학부 교수는 “포스코가 HMM을 인수해 부산으로 이전을 추진하면 ‘민간 기업 결정’으로 포장돼 정치적 부담이 줄어든다”며 “그러나 해운업 진출은 철강 경쟁력 강화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쟁사인 신일본제철은 보유하던 해운사를 매각해 US스틸을 인수했고, 아르셀로미탈 역시 해운자회사를 매각하고 제철소와 광산 인수·합병에 집중하고 있다”며 “해운이 철강 경쟁력에 필수적이라면 글로벌 철강사들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 반응 역시 부정적이다. 최용현 KB증권 연구원은 9월 5일 발행한 리포트에서 “물류비 절감이라는 명분은 있지만 재무 리스크, 핵심 사업과의 낮은 시너지, 자본 효율성 측면에서 우려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포스코홀딩스의 2분기 현금성 자산은 16조 5000억 원으로 인수 여력은 있으나 올해 8조 8000억 원에 달하는 설비투자 계획, 철강·2차전지 산업의 업황 둔화, 포스코이앤씨 사고에 따른 현금 유출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인수는 곧바로 재무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실제로 인수할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한다.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 등 이미 추진해야 할 과제가 많아 버거운 상황”이라며 “그동안 포스코가 여러 차례 검토는 했지만 실행으로 이어진 경우가 드물었다. 가시화되기에는 아직 이른 단계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포스코그룹은 과거에도 물류업 진출을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1990년 박태준 회장 시절 거양해운을 인수했으나 불과 5년 만에 한진해운에 매각했고, 2009년 대우로지스틱스, 2011년 대한통운 인수전에서는 고배를 마셨다. 2018년에는 산은으로부터 HMM 인수를 제안받았지만 경영 정상화 가능성에 회의적이라는 이유로 거절했다. 2020년 출범을 추진했던 물류 통합 법인 ‘포스코GSP(가칭)’ 역시 업계 반발에 부딪혀 철회했다.
이와 관련,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그룹은 지난해부터 그룹사업 전반에 대한 구조개편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철강과 2차전지 중심의 그룹 핵심사업에 더해 새로운 미래 성장을 위한 신성장동력 발굴을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본 건에 대해서 포스코그룹은 향후 성장성이 유망하고 그룹사업과 전략적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지를 검토하는 수준에 있으며, 인수 참여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