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AI 열풍 업고 상장 준비 몸값 8조 원대 거론…보스턴다이내믹스 CES에서 반전 가능할지 주목

1984년 현대중공업 용접기술연구소 내 로봇전담팀이 전신으로 1988년 현대로보트산업이란 사명으로 독립했으나 1993년 현대중공업에 다시 흡수됐다. 2017년 현대중공업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때 지주회사 현대로보틱스 산하에 있다가 2020년 다시 물적분할하며 현재의 구조를 갖췄다.
#HD현대로보틱스, 기업가치 1위 로봇 기업되나
HD현대로보틱스는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해 2026년 1월 주요 증권사 8~9곳이 프레젠테이션을 할 계획인데, 참여 예정인 증권사가 모두 8조 원대 몸값을 제시했다고 전해졌다. 당초 목표 몸값이 6조 원대 정도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지난 12월 이후 글로벌 증시 전반적으로 피지컬 AI(인공지능)와 관련한 로봇 기대감이 불붙으면서 희망 몸값이 덩달아 뛰었다.
2025년 10월 산업은행과 브레인자산운용의 자회사인 KY프라이빗에쿼티(KY PE)를 대상으로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를 받을 때 몸값이 2조 원가량이었으니 불과 3달여 만에 몸값이 4배나 퀀텀 점프를 한 셈이다.
HD현대그룹이 2020년 ‘다시 한번’ HD현대로보틱스를 물적분할할 때만 해도 앞날에 대한 기대감이 높긴 했지만, 경쟁사들에 비하면 그렇게까지 순탄하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매출이 1000억 원대에서 정체되면서 산업로봇보다는 협동로봇 분야가 유망한 것 아니냐는 예상이 주를 이뤘다.
현대차그룹이 2021년 당시 환율 기준으로 9963억 원에 지분 80%를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 2023년 상장한 뒤 곧바로 몸값이 7조 원대로 뛰어오른 두산로보틱스, 2023년 삼성그룹이 품에 안은 레인보우로보틱스 등에 관심도에서 밀렸다.
HD현대로보틱스 입장에서 변곡점이 된 것은 물론 피지컬 AI에 대한 기대감도 있지만, 두산로보틱스의 주가 흐름도 영향을 줬다. 두산로보틱스가 상장 이후 약속했던 매출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으나, 그럼에도 시가총액은 5조 원대를 지켜내면서 투자자들이 생각보다 오래 인내해 주고 있음이 드러난 때문이다.
HD현대로보틱스는 두산로보틱스에 비하면 이미 실력을 입증하고 있다. 산업로봇 중 일반 제조업용 로봇과 평판디스플레이(FPD) 운반용 로봇 등에서 강점을 드러내고 있다. 현대차나 현대중공업 등 대형 제조사 고객이 많은데, 고객 입장에서 거래처를 바꿀 경우 전환 비용이 높다는 것이 HD현대로보틱스에는 장점으로 작용한다.
처음 두산로보틱스가 상장할 때만 해도 산업로봇은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멀리 있었다. 산업로봇이 인간과 완전히 분리된 공간에서 대량 생산, 고속 생산을 모토로 한다면 협동로봇은 인간의 작업을 보조한다. 산업로봇보다는 협동로봇 시장이 훨씬 크다는 인식이 있었고, 실제로 두산로보틱스는 2023년 상장 당시 2024년 매출 1172억 원(영업이익 흑자), 2025년 매출 2642억 원 달성을 예측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2024년 매출이 2023년보다 11.7% 감소한 468억 원에 그쳤고, 2025년 매출도 400억 원대 초반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이 성장하고 있음에도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증권가에서는 더 이상 두산로보틱스의 예상 실적을 내놓지 않을 정도인데, 그런데도 주가가 튼튼하게 버티고 있다는 점이 중요한 지점이다.
HD현대로보틱스의 주관사 후보들은 이 같은 점을 근거로 HD현대로보틱스가 상장하면 7조~8조 원의 시가총액이 큰 무리가 없다고 관측한다. 최근엔 피지컬 AI를 계기로 산업로봇 시장 성장이 협동로봇에 뒤지지 않을 것이란 낙관론도 커지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 비관론 팽배하나 미국 CES가 변곡점
HD현대로보틱스가 상장하면, 범현대가 로봇 기업 중 가장 높은 몸값을 인정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2020년 기준 몸값이 1조 원을 넘어 가장 앞서나갔지만, 2022~2025년의 추가 유상증자 과정에서 사실상 기업가치를 올리지 못했다.
현대글로비스가 2025년 초 제출한 2024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보스턴다이내믹스 장부가액은 1조 7200억 원으로 기록됐다. 환율 등과 추가 유상증자를 감안하면 기업가치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상태다. 현대차그룹은 4번의 유상증자를 통해 2400억 원, 2040억 원, 5380억 원, 1461억 원(회사 발표 기준)을 추가 수혈했다.
일각에서는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우리나라에서 상장했다면, 현대차그룹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두산로보틱스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최대 30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을 텐데, 괜히 나스닥 상장을 고집했다가 이도저도 안 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미국 현지의 보스턴다이내믹스에 대한 냉랭한 시선을 고려하면, 아무리 국내 시장이라고 하더라도 상장 추진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 적지 않다. 미국 투자자들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술 개발을 21년간 이끌던 애런 샌더스가 2025년 9월 구글 딥마인드로 이직한 일에 대해서도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다만 CES 2026에서 공개될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와 현대차그룹의 ‘데이터와 소프트웨어로 운영되는 첨단 스마트팩토리 소프트웨어 중심 공장(SDF)’을 기대하는 의견도 나온다. 소프트웨어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경쟁력을 입증하면, 아틀라스의 하드웨어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으리라는 기대다.
#기대 이하 목표치 발표에 주가 출렁였던 HL만도
투자자들이 로봇 사업에 환호한다는 것은 주가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실제 성적이 이를 입증하지 못할 경우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최근 또 다른 범현대가 기업인 HL만도가 비슷한 일을 겪었다.
HL만도는 2025년 12월 11일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2035년 휴머노이드 액추에이터 부문 매출을 2조 3000억 원 달성하겠다는 목표치를 제시했는데, 업계에서 현실성이 높지 않다는 진단이 나왔음에도 정작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너무 낮은 목표치라는 반응이 나왔고 이에 주가가 5% 가까이 뒷걸음질쳤다. 이 과정에서 현재까지 수주가 전무하다는 점이 재부각되면서 주가 하락폭이 더 커지기도 했다.
증권가에선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어떻게 살아남느냐가 변수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이는 보스턴다이내믹스, HD현대로보틱스 등 다른 범현대가 로봇 기업들의 과제이기도 하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HL만도는 이미 중국 자동차 부품 시장에서 중국 현지 업체들의 가격 공세로 성장 둔화를 보이고 있고, 휴머노이드 부품에서도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으로 시장을 공략 중”이라며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은 장기적 과제로 보인다”고 했다.
HD현대그룹 관계자는 “기업공개(IPO·상장) 추진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 “IPO 추진 시 모회사 주주가치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시장과 적극 소통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에 대한 평가에 대해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민영훈 언론인 master@ilyo.co.kr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