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젯거리 넘치는 ‘보도 공백기’ 사생활 노출 최소화…이혼 발표는 12월 27일~31일 사이 집중

새해 첫날부터 일본 연예계에 핑크빛 소식이 이어졌다. 가장 먼저 결혼을 알린 이는 배우 혼고 가나타였다. 그는 결혼 사실을 전하며 “상대가 일반인이기 때문에 조용히 지켜봐 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정오 무렵에는 보다 큰 화제가 뒤따랐다. 일본 국민 여배우 나가사와 마사미가 영화감독 후쿠나가 다케시(43)와 결혼을 발표한 것. 소속사 측은 “갑작스러운 발표로 놀라게 해드려 죄송하다”며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 달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마사미의 결혼 상대인 후쿠나가 감독은 홋카이도 출신으로, 뉴욕시립대 브루클린단과대학 영화학부를 졸업했다. 2015년 장편 데뷔작 ‘라이베리아의 흰 피’가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공식 초청됐고, 로스앤젤레스영화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제작된 드라마 ‘쇼군’의 7화 연출을 맡는 등 해외로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결혼 러시에 SNS의 반향은 컸다. 보통 연초에 서너 쌍 정도의 결혼 소식이 전해졌던 것과 달리, 올해는 7쌍이 넘는 커플이 한꺼번에 소식을 알리자 “드디어 일본이 저출산에서 벗어나는 신호가 아니냐”는 농담 섞인 반응까지 나왔다.
#사생활 지키는 가장 안전한 날짜
굳이 새해 첫날 결혼을 발표하는 이유에 대해 일본 매체 ‘주간여성프라임’은 “사생활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기”라고 분석했다. 일본의 연말연시는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2주 가까이 이어지는 장기 휴가 기간으로, 사실상 ‘보도 공백기’에 해당한다.
TV 업계만 봐도 12월 27일 전후로 생방송 정보 프로그램이나 와이드쇼가 연내 방송을 마무리하고, 연초 1월 5일까지 특집방송 위주로 편성된다. 주간지 역시 제작과 취재 일정이 느슨해진다. 이 때문에 연예인의 동선을 집요하게 추적하거나 사생활을 깊이 파고드는 보도는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

일본의 결혼 발표 특징은 대체로 담백하다는 것이다. 연애 과정이나 만남의 계기 등 구체적인 스토리를 덧붙이기보다 ‘결혼했다’는 사실만 간결하게 전한다. 연초라는 시점은 이런 방식과 특히 잘 어울린다. 여기에 새해 특유의 정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같은 결혼 발표라도 시기에 따라 받아들여지는 온도가 달라질 수 있다. 연초에는 새해 인사와 새 출발, 새로운 다짐이라는 정서적 전제가 깔리므로 이 시기의 뉴스는 대체로 밝은 방향으로 소비되고, 결혼 소식 역시 ‘새해의 좋은 뉴스’로 분류돼 축하 릴레이가 이어진다.
다만 이 공식이 항상 완벽하게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신년 연휴가 끝나갈 무렵, 나가사와 마사미를 둘러싼 스토커성 주간지 취재가 이어지자 소속사는 공식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소속사는 “사생활에 대한 과도한 취재와 접근이 배우에게 큰 정신적 부담과 두려움을 주고 있다”며 본인뿐 아니라 상대방과 가족, 관계자에 대한 무리한 접촉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국민적 인기를 누리는 배우의 사생활은 언제나 높은 관심의 대상이 된다. 연초 발표라는 완충 장치가 일정 부분 작동하더라도, 나가사와 마사미의 사례는 그 관심을 완전히 막아내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안전한 공식’이 늘 안전한 것은 아니다.
#이혼 발표는 왜 연말에 몰릴까
연초가 결혼 소식의 시기라면, 연말에는 또 다른 유형의 연예 뉴스가 반복된다. 예컨대 ‘인기 배우 전격 이혼 발표’라는 제목의 기사다. 일본 연예계에는 이혼 발표 역시 특정 시기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데, 그 시점은 대체로 12월 27일부터 31일 사이다.

또 다른 이유는 광고(CF) 계약 구조다. 일본에서는 CF 계약이 대체로 기업의 회계연도에 맞춰 초봄에 갱신하며, 계약이 유지될 경우 보통 3개월가량 앞선 12월에 재계약 절차에 돌입한다. 이 과정에서 소속사는 수면 아래에서 스폰서 기업과 조율에 나선다. 가령 “실은 이혼을 하게 돼 계약 갱신이 어렵겠다”는 식의 사전 설명이 오가는 것. 기업 입장에서도 계약 기간 중 불필요한 소동은 부담이 되기 때문에 양측은 암묵적인 합의에 이른다. 자칫 위약금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기존 계약이 무사히 종료된 뒤 연말에 이혼을 발표하는 방식이 선택된다.
주간여성프라임은 “재산분할이나 불륜 문제 등으로 갈등이 격화되지 않은 경우라면, 연말은 이혼 발표에 가장 적합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이혼 소식은 비교적 짧은 단신에 그치고, TV 프로그램에서는 다뤄지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세상은 분주하고, 관심은 흩어지며, 화제는 오래 남지 않는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