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윤과 이별 선언, 오렌지 넥타이 매고 이준석에 러브콜…한동훈 갈라치기 두고 보수 진영 우려 커져

새해 들어서자마자 다가오는 6월 지방선거의 보수 주자 선봉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장동혁 대표를 향해 날을 세웠다. 오 시장은 계엄으로부터의 절연과 범보수 대통합을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1월 1일 열린 국민의힘 신년인사회에서 오 시장은 장 대표 면전에서 “기다릴 만큼 기다렸고, 참을 만큼 참았다”고 했다.
같은 자리에서 TK 최다선 주호영 국회 부의장도 “길을 잃거나 애매하면 등대를 보고 항해해야 한다. 우리 당의 등대는 민심”이라고 일갈했다. 계엄 사과에 미온적인 장 대표를 겨냥, 등대를 향해 운전대를 돌리라는 요구로 풀이됐다.
장 대표는 기존 경로를 고수했다. 1월 2일 장 대표는 비상계엄 사과 요구와 관련해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계엄에 대한 제 입장을 반복해서 묻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발끈했다. 그리고는 ‘걸림돌’이라는 단어를 들고 나오며 한동훈 전 대표를 향한 되치기에 나섰다.
장 대표는 보수 통합에 대한 질문에 “통합·연대와 관련해 이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있을 수도 있다. 그 걸림돌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제거해야 할지 여러 고민이 필요하다”며 “걸림돌이 제거되지 않은 상태에서 형식적 통합과 연대를 이뤘다가 당의 에너지가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통합·연대의 걸림돌인 한동훈 전 대표 제거가 우선이라는 의미로 들렸다.
그러나 당내 변수가 생기면서 장 대표는 운전대를 돌려야 했다. 장 대표의 우클릭 기조에 반감을 보인 것으로 알려진 김도읍 의원이 정책위의장직에서 사퇴했고, 장 대표 발등엔 불이 떨어졌다. 친한계와 개혁 성향 의원들을 중심으로 제기되던 반성 요구가 주호영 부의장 등 TK 중진에 이어 당 지도부로까지 확산, 위기의 화염이 급속도로 번져가는 장면이 나왔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불끄기에 나서는 동시에 자신을 향한 공격에 대해 되치기를 했다. 그는 1월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이기는 변화’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어 12분가량 과거와의 절연,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반성·사과, 향후 당 쇄신 방향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언론이 내다봤던 발표일자를 며칠 당긴 것이었다.
장 대표는 이 자리에서 “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이었다” “(당시) 여당으로서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 “잘못과 책임을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과 역사의 평가에 맡기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넘어 미래로 나아가겠다” 등과 같은 발언을 했다. 그동안 보여왔던 스탠스와는 상반된 메시지였다.
장 대표는 이날 윤 전 대통과의 절연에 대한 직접적 발언을 내놓지는 않았다. 하지만 “과거의 일들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과 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했다. 이를 두고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이별을 고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곧바로 호의적 반응이 쏟아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당 대표께서 잘못된 과거를 단호히 끊어내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변화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한 데 대해 적극 환영한다”고 했다. 사과를 강력하게 촉구해왔던 박형준 부산시장도 페이스북 글에서 “고심 어린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1월 7일 기자회견에서 장 대표는 지방선거 후보 경선 때 당심 반영 비율을 현행 50%에서 70%로 상향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한 발 물러서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장 대표는 “공천은 경선을 원칙으로 하되, 이기는 선거가 되도록 지역과 대상에 따라 당심 반영 비율을 조정하겠다”고 했다. 일률적으로 당심 비율을 70%로 올리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마이웨이를 외치며 운전대를 꺾지 않던 장 대표가 현재 상황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통해 통 크게 사과를 받아들였다”며 “몸을 일단 낮췄지만 향후 자신의 입지를 넓히는 전술도 구사하면서 되치기 효과도 봤다”고 했다.

1월 7일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넥타이에 주목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물론, 의원들도 중요한 날에는 당의 상징색인 붉은색 계열을 착용하는데 이날 장 대표는 다른 색깔 넥타이를 맸다. 장 대표 넥타이 색깔은 주황색이었고, 이는 개혁신당 상징이었다. 이 넥타이는 장 대표가 기자회견을 준비하며 직접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위해 적극 나서겠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장 대표는 1월 7일 6·3 지방선거 전 보수 대통합 요구와 관련, “이기는 선거를 위해 폭넓게 정치 연대도 펼쳐나가겠다”며 “자유민주주의 가치에 동의하고 이재명 정권의 독재를 막아내는 데 뜻을 같이한다면 마음을 열고 누구와도 힘을 모으겠다”고 했다. 연대를 공식화한 셈이다.
그는 연대를 위해 “당명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뜻도 내놨다. 보수 대통합을 위해 모든 것을 원점에서 시작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국민의힘은 향후 전체 책임당원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당명 개정 추진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1월 9∼12일 자동응답전화(ARS) 조사를 통해 당원 의견을 수렴한다. 조사 대상은 당비를 내는 책임당원 약 100만 명이다.
국민의힘은 개명 추진이 확정되면 늦어도 2월 말까지 완료할 방침이다. 국민의힘이 당명을 개정하게 될 경우 2020년 9월 미래통합당에서 지금의 이름으로 개명한 이후 5년 4개월여 만에 간판을 바꿔단다.
장 대표는 1월 7일 당 쇄신안도 공개했는데 개혁신당의 눈길을 충분히 끌 수 있는 것이라는 게 정치권 반응이었다. 특히 청년과 전문가 중심 네트워크 정당을 내세웠다. 청년 중심 정당을 위해 지방선거 청년 의무 공천제 도입, 2030 청년들로 구성된 쓴소리 위원회의 당 상설기구 확대, 2030 로컬 청년 태스크포스(TF)의 시도당 설치, 2030 인재 영입 공개 오디션 실시 및 선발된 청년 인재의 당직 기용을 약속했다.
국민의힘 한 당직자는 “장 대표가 1월 7일 발표문을 꼼꼼하게 준비하면서 젊은 냄새와 미래로 가는 지향점이 보일 수 있도록 노력했다”면서 “이는 결국 개혁신당에 대해 손짓을 하는 것이고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해 결코 호의적이지 않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를 향해 힘을 합치자고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했다.
장 대표는 1월 8일 김도읍 의원 사퇴로 공석이 된 정책위의장에 경남 3선 정점식 의원을 내정했다. 정 의원은 2024년 ‘황우여 비대위’ 체제에서 정책위의장에 임명됐으나 이후 한동훈 당 대표 체제가 출범하면서 당시 한 대표에 의해 교체됐었다. 당시 국민의힘 내부에선 한 전 대표가 ‘친윤’ 정점식을 밀어냈다는 게 정설로 통했다.
장 대표는 지명직 최고위원으론 수도권 원외 호남에 민주당 출신 인사인 조광한 전 남양주 시장을 임명했다. 조 최고위원은 2024년 한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 출마했을 당시 ‘당 대표 후보 사퇴’ 촉구에 관여했던 인물이다. 정책위의장과 최고위원 인선 등을 감안하면 한 전 대표와는 함께 갈 수 없다는 시그널을 내보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와의 전선을 확대하면서 뒤집기를 노리는 양상이다. 그는 1월 8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 장 대표 쇄신안에 대해 “윤 어게인, 절연 없는 계엄의 극복이란 허상”이라고 깎아내렸다. 한 전 대표는 이날 “아직도 윤 어게인과 계엄을 옹호하는 사람들을 골라 주요 인사로 기용하고, 입당시키고, 그런 사람들이 당을 대표하는 것처럼 행동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최근 국민의힘에 입당한 보수 유튜버 고성국 씨에 대해서도 “계엄 직전까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민심과 다른 방향으로 가도록 영향을 줬던 사람”이라며 “(장 대표는) 계엄 사과 발표 하루 전 보란 듯이 부정선거 음모론의 상징 격인 사람을 공개적으로 당에 영입하는 그림을 만들어줬다”고 혹평했다.
장 대표가 청년과 당원 권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평가절하했다. 한 전 대표는 “민심과 괴리된 당심이 있다는 걸 상정하고 당심 중심으로 가겠다는 뉘앙스가 포함돼 있는데, 그러면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소수의 윤 어게인 청년을 끌어들이겠다는 말이라면 당의 미래를 위해서 잘 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자신의 가족이 연루된 ‘당원게시판 사태’를 놓고 1월 9일 당 윤리위원회 첫 회의가 열린 점을 두고도 “조작된 감사 결과”라고 거듭 주장했다. 12월 30일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이 이 사태와 관련해 당원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을 쓴 작성자가 사실상 한 전 대표 가족이라는 감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는데, 한 전 대표는 이를 문제 삼으며 윤리위 회의 강행에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한 전 대표는 장 대표에 대한 공격을 통해 위기를 만들어내고 이후 위기 해결사로서 판을 뒤집는 등판을 원할 것”이라며 “우재준 의원 등 일부 친한계 의원조차 장 대표의 사과에 대해 호평을 내놨는데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 전 대표가 계속 싸우는 모습을 지속하면 장동혁·한동훈이 공멸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최병준 언론인 mast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