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손 유독 아낀 고모 박근혜는 불참…박 회장은 EG 경영에, 아내 서 씨는 변호사 휴업 후 육아 전념

세현 씨는 수료식에서 주한미해병대사령관이 수여하는 ‘겅호상(Gung ho Award)’를 받았다. 겅호는 ‘무한한 열정’이라는 의미가 담긴 미 해병대 구호다. 수료식을 마친 뒤 박 회장은 자신에게 경례하는 아들의 어깨를 두드리고 포옹을 했다. 이때 세현 씨가 감격에 겨운 듯 울음을 보이기도 했다.
세현 씨는 10월 27일 해병대에 입대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회장 일가 사정을 잘 아는 정치권 한 인사는 “모친인 서 씨는 반대했지만 세현 씨가 완강하게 해병대를 원했던 것으로 들었다. 박 회장은 아들의 뜻을 존중해줬다고 한다”고 전했다. 세현 씨는 자대 배치를 받은 뒤 18개월간 복무하게 된다.
박 회장이 언론 등을 통해 근황이 알려진 것은 2년여 만이다. 박 회장은 2023년 12월 11일 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JP) 장남 김진 운정장학회 이사장 빈소를 다녀갔다. 박 회장은 JP 부인인 고 박영옥 여사와 사촌지간이다. 당시 박 회장은 “생전에 챙겨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애도를 표했다.
수료식을 앞두고 당초 고모인 박 전 대통령이 올 수도 있다는 말이 돌았다. 박 전 대통령이 살고 있는 대구 달성에서 포항까지의 거리는 1시간 남짓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박 전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 장손인 세현 씨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대표 시절인 2005년 10월 12일 세현 씨가 태어나자 병원을 방문해 조카를 직접 안았다. 그 후 바쁜 정치 일정에도 틈틈이 세현 씨를 찾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박 전 대통령은 주변에 “아버지가 살아 계셨다면 장손을 가장 예뻐했을 것”이란 말을 종종 했다고 한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수료식에 나타나지 않았다. 한 친박계 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세현 씨를 아끼는 것은 맞지만 최근 외부 일정을 거의 다니지 않는다고 들었다. 박 회장 부부는 물론 세현 씨와도 관계가 좋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세현 씨가 고모인 박 전 대통령 걱정을 많이 한다고 하더라. 아마 휴가를 나오면 찾아뵙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박근혜-박지만 남매는 한때 불편한 사이였다. 박 회장은 둘째를 출산한 직후인 2014년 1월경 부인인 서 씨와 함께 청와대를 방문한 이후 박 전 대통령과 만나지 않았다. 박 회장이 정윤회를 주축으로 하는 비선실세 라인과 갈등을 빚었고,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과 틈이 벌어졌다는 게 정설로 통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앞서의 친박계 인사는 “피가 물보다 진하다는 걸 그때 다시 느꼈다. 많은 말은 하지 않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먼저 동생의 손을 잡았고, 박 회장 눈가는 촉촉해졌다. 그때 옆에 있던 서 씨도 눈물을 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그 후 박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의 재판과 수감 생활, 대구 이사 등에 있어서 금전적인 부분은 물론 여러 부분에서 지원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박 회장은 또 다른 누나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과는 여전히 연락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둘은 과거 육영재단 소유권 등을 놓고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 회장은 EG 경영에 집중하고 있다. 박 회장은 EG 지분 24.22%를 가진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EG는 2024년 650억 원의 매출액을 올렸지만 50억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3년에 비해 매출액은 35억 원 늘었고, 영업손실은 90억 원가량 줄었다. 회사 사정이 조금은 나아진 셈이다.
EG에서 일했던 박 회장 측 핵심 관계자는 12월 23일 통화에서 “박 회장이 EG에서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한 건 2019년부터다. 박 회장은 회사 실적 개선에 많은 공을 들였다. 동시에 에너지 분야 등 사업다각화도 추진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사업가 박지만으로서 이름을 많이 알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박 회장 부인 서 씨는 변호사 활동(사법연수원 31기)을 했다. 박 전 대통령이 박 회장 결혼 당시 서 씨에게 여러 차례 고마움을 표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부친 사망 후 방황하던 박 회장이 서 씨를 만나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게 됐다는 이유다. 대한변호사협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서 씨는 현재 휴업 상태다. 서 씨는 육아에 전념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박 회장은 1999년부터 강남구 청담동 한 빌라의 펜트하우스에서 거주하고 있다. 옆집엔 유명 배우 부부가 산다. 한 주민은 “가끔 박 회장 가족들을 마주친다. 서 씨가 아이들과 다니는 모습을 종종 본다. 특별한 사람들이지만 우리가 보기엔 정말 평범하다”고 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