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양산 중국 앞섰지만 구글 딥마인드 협력 고성능 아틀라스 보급 땐 판도 달라질 수도
2024년 공개됐던 유압식 아틀라스가 ‘기술 시연’에 가까웠다면, 이번 전동식은 실제 생산현장 투입을 전제로 한 ‘상용화’에 한 발 더 다가선 모습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시선이 달라졌다. 유압식이 아닌 전동식이어서 더욱 정교한 움직임이 가능했다. 현대차그룹은 아틀라스가 최대 50kg의 하중을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은 열광했다. ‘인류의 진보를 위한 위대한 도약’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현대차그룹 주가도 사상 최고까지 올랐다. 하지만 승리의 축배를 들기엔 일렀다. 이어 등장한 중국의 로봇 때문이다.

‘명품 로봇’을 선보인 현대차에 맞서 중국은 ‘로봇의 일상화’를 선포했다. 유니트리(Unitree)의 ‘G1’은 아틀라스의 10분의 1도 안 되는 1만 6000달러라는 파격적인 가격표를 내걸었다. 심지어 유비테크(Ubtech)는 2026년 한 해에만 휴머노이드 5000대를 양산하겠다는 계획으로 시장을 놀라게 했다.
매년 CES에서 가장 많은 혁신상을 수상하는 것은 여전히 한국 로봇이다. 하지만 보급형에 가장 가까운 로봇을 선보인 것은 중국이다. 한국과 중국의 로봇 전쟁이다. 한국과 중국의 로봇 산업 현황은 어떨까.
국제로봇연맹(IFR)과 산업연구원(KIET)의 자료를 보자. 2023년 기준 근로자 1만 명당 로봇 수는 한국(1012대)이 1위로 3위인 중국(470대)를 앞선다. 2024년 기준 산업용 로봇의 글로벌 설치 비중은 중국이 54%로 한국의 6% 보다 높다. 부품 국산화율(품목별로 다양)도 수직계열화에 성공한 중국이 한국보다 높을 것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한국은 세계 1위의 로봇 밀도를 자랑하지만 아직 ‘잘 사다 쓰는’ 나라에 가깝다. 한국의 공장에서 사용하는 로봇의 심장은 일본이나 독일산이 많다. 최근에는 중국산까지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연구개발(R&D), 조립·생산, 서비스 전 단계에서 양적으로 한국을 추월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중국은 자국 내 신규 로봇 설치량의 절반 이상을 자국 기업 제품으로 채우는 ‘공급망 독점’ 체제도 구축하고 있다. 거대한 자국 시장을 발판으로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밸류 체인’을 수직 계열화하며 ‘가전화’ 단계로 접어들었다.
중국이 앞선 것일까. 승부의 추는 아직 완전히 기울지는 않았다. 현대차그룹의 아틀라스는 한국 로봇의 새로운 희망이다. 승부처는 ‘피지컬 AI’다. 단순히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는 로봇을 넘어 스스로 데이터를 생성하고 AI를 진화시키는 ‘움직이는 데이터센터’ 개념이다. 피지컬 AI는 로봇·설비·물류가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스스로 최적화하는 공장 지능망과 연결돼야 한다. 피지컬 AI의 완성도는 결국 얼마나 정교하게 움직이느냐에 달려 있다. 최고급(High-end) 부품 시장에서 한국의 기술력은 여전히 중국을 앞선다. 일례로 고성능 액추에이터(Actuator)는 로봇의 핵심 부품 중 하나인데 아틀라스에는 현대모비스 제품이 장착됐다. 관건은 소프트웨어다.
중국은 이미 AI 소프트웨어에서 미국에 버금가는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의 거대한 제조업 생태계에서 수집되는 데이터량은 어마어마하다. 특히 중국은 수백만 대의 저가형 로봇을 전 세계에 뿌리고, 거기서 얻은 막대한 데이터를 피지컬 AI 학습에 다시 쏟아 붓고 있다.

한국은 AI 소프트웨어 기술은 중국에 열위이지만, 제조업 데이터의 품질이 뛰어나고 로봇 제조 능력도 상당하다. 현대차의 승부수는 구글 딥마인드의 협업이다. AI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구글과 협업해 반전을 노렸다. 현대차그룹은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이 “대부분의 산업 공정을 단기간에 학습할 수 있다”고 공언했다.
현대차는 2028년 미국 조지아에 신설될 공장 투입을 전제로 아틀라스를 연 3만 대 규모로 양산할 계획이다. 휴머노이드 양산은 중국이 앞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고성능 아틀라스가 보급되기 시작하면 판도는 달라질 수 있다.
#투자 매력도에서 현대차 주목받는 이유
로봇 관련 투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틀라스는 중국이 독점하던 로봇 양산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그동안 기대가 중심이던 로봇주 투자의 기준을 실적으로 바꾸는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다. 테슬라도 휴머노이드 ‘옵티머스’ 양산 의지는 밝히고 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아틀라스 발표 직후 현대차그룹주가 급등한 이유다.
아틀라스 양산 자체도 주가 상승 재료이지만, 아틀라스가 현대차그룹의 공장에 투입된다는 점은 그 매력을 배가시킨다. 현대차그룹이 이번 CES에서 유독 강한 프리미엄을 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휴머노이드를 만들겠다는 선언은 이미 휴머노이드의 경제적 부가가치가 제품 판매 외에 기존의 본업(자동차)의 생산효율을 높이는 데에도 적용된다는 뜻이다.
두산로보틱스나 레인보우로보틱스 같은 로봇 전문 기업은 로봇을 ‘남에게 팔아야’ 매출이 발생한다. 영업비용이 들고 시장 경기에 민감하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로봇의 최대 소비자가 바로 자신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통해 제조 원가를 약 1.5~2%포인트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 아틀라스는 그 자체로 판매 상품이기도 하지만, 완성차의 이익률을 끌어올리는 ‘고효율 설비’로서 주가수익비율(PER) 재평가(Re-rating)의 근거가 된다.
심지어 현대차는 아틀라스의 구동 부품을 만드는 현대모비스, 데이터와 운영체계 등 소프트웨어를 담당하는 현대오토에버, 물류를 담당하는 현대글로비스까지 피지컬 AI 생태계의 주요 거점에 핵심 계열사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아틀라스에 고정밀 액추에이터를 공급한다. 기존 자동차 부품보다 마진율이 두세 배 높은 로봇 핵심 부품 매출이 가시화되는 셈이다.
현대오토에버는 이 로봇들을 제어하는 두뇌(SW)와 공장 내 수천 대의 로봇을 관제하는 ‘디지털 트윈’ 시스템을 담당한다. 단순 SI(시스템 통합) 업체가 아니라 ‘AI 플랫폼 기업’으로 밸류에이션을 받을 수 있는 근거다. 물류 로봇을 실제 현장에 가장 먼저 적용해 데이터를 쌓는 현대글로비스 역시 ‘스마트 물류’라는 새로운 성장판이 열린다.
반면 두산로보틱스 등 국내 로봇관련주 대부분은 적자이거나 수익성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미 돈을 잘 벌고 있는 현대차그룹 관련주가 로봇 테마를 장착한다면 투자자에게 차별화된 매력을 호소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주는 대부분 대형주다. 기관 자금이 움직여야 주가가 크게 반응할 수 있다. 한국과 중국 로봇 관련주 가운데 어느 쪽이 더 기관들이 보유비중을 높일 정도로 매력이 클까. 중국 로봇기업들은 대부분 적자이거나 이익이 미미하다.
일례로 휴머노이드 양산 계획을 밝힌 홍콩 상장사 유비테크는 2024년 매출은 13억 위안 수준이지만 순손실이 11억 위안 이상이다.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해 아직 R&D와 판매비가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비상장사인 유니트리는 연간 매출은 10억 위안이 넘었다고 발표했지만 흑자 여부는 아직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중국 로봇기업들의 생존 전략은 많이 파는 데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값을 싸게 해야 한다. 판매가 부진하면 수익성에는 치명적이다. 중국 로봇기업들은 정부 보조금 비중도 크다. 정책이 바뀌면 재무 위험이 증가할 수도 있다.
최열희 언론인 mast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