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 부산사상지사 행정지원팀장 강말숙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모든 국민이 납부한 보험료로 운영되는 사회보험 제도이다. 흡연 여부와 관계없이 같은 건강보험 제도 안에 속한 이상, 흡연으로 발생한 질병의 치료비 또한 국민 전체가 공동으로 부담한다. 문제는 흡연이 단순한 개인 기호가 아니라 명백한 위해성과 중독성을 지닌 행위라는 점에서 문제의 본질은 달라진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담배를 예방 가능한 사망 원인 중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흡연으로 인해 매년 전 세계에서 800만 명 이상의 사망을 초래하는 주요 위험요인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흡연은 폐암·후두암·구강암은 물론 심근경색, 뇌졸중,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 수십 종의 질환과 과학적으로 입증된 인과관계를 갖는다.
공단의 연구원이 세계은행(World Bank)과 공동으로 수행해 2026년 1월초 국제학술지(The Lancet Regional Health-Western Pacific)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4년까지 직·간접 흡연으로 인해 발생한 건강보험 의료비 누적액은 약 40조 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2024년 한 해에만 흡연 관련 의료비는 약 4조6천억 원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약 80% 이상이 건강보험 재정에서 지출된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는 흡연으로 인한 비용의 대부분을 흡연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 전체가 보험료를 통해 부담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폐암·후두암·만성폐쇄성폐질환 등 주요 흡연 관련 질환의 의료비는 연간 수조원 규모에 이르며, 치료기간도 장기화·만성화되는 경향을 보이는 등 암 관련 진료비만 해도 누적 기준으로 10조원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 났다.
담배 사용이 개인 건강을 넘어 국가 재정과 보건의료 체계에 중대한 부담을 초래한다고 분석하며, 흡연으로 인한 의료비 지출과 생산성 손실이 저소득층과 비흡연자에게까지 전가되는 구조를 문제로도 지적했다. 특히 공적 의료보장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일수록 흡연 관련 비용이 사회 전체의 부담으로 귀결되는 점을 강조했다.
공단은 단순히 급여비만 지급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민건강보험법은 질병의 치료뿐 아니라 예방과 건강증진을 통한 국민보건 향상을 제도의 목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공단은 이 법에 따라 보험료 부과와 급여 관리뿐 아니라 질병 예방과 건강관리 사업을 수행하는 제도 운영주체다.
흡연으로 인한 질병 치료비 부담이 건강보험 재정을 지속적으로 잠식하는 상황에서, 그 원인을 제공한 주체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제도의 목적과 운영 취지에 부합하는 대응이다.
이번 담배소송은 단순한 공단의 손해배상 청구를 넘어선 공공적 의미를 지닌다. 공단이 부담한 흡연 관련 의료비는 곧 국민이 낸 보험료이며, 그 손실은 장기적으로 보험료 인상이나 보장성 축소라는 형태로 국민에게 되돌아올 수 밖에 없다.
항소심의 판단은 담배회사의 책임 범위를 가리는 문제를 넘어, 흡연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누가 어떤 원칙으로 부담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기준을 세우는 과정이다.
공단의 승소로 국민건강보험법이 명시한 국민 건강 보호와 재정 안정이라는 공적 목적을 실현하는 출발점이 되어,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건강보험 제도의 신뢰를 지키는 방향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부산사상지사 행정지원팀장 강말숙
강말숙 mast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