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불만 DS부문 ‘초기업노조’ 가입 급증, 단일 교섭 가능성…삼성전자 “달라질 것은 없다”

삼성전자는 크게 5개 노조가 활동하고 있다. 초기업노조의 급격한 조합원 가입이 있기 전까지 최대 규모의 노동조합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2만 3230명)이었다. 하지만 DX부문(디바이스경험) 노조에서 출발한 초기업노조의 조합원 수가 증가하면서 초기업노조가 삼성전자 내 최대 노조가 됐다.
당초 삼성전자의 초기업노조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연합을 통해 대표성을 부여받기 위한 노력을 했다. 초기업노조 측에 따르면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복수노조 체제에서의 근로자대표 지위 확인’에 관한 질의 민원을 제출했지만 부정적인 판단을 받았다. 중복 가입에 따른 조합원 숫자를 단순 합산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초기업노조 최승호 지부위원장은 “삼성전자 내 과반 노조를 달성해 법적으로, 회사로부터도 인정받는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이 첫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과반 노조에게는 법적인 권리가 보장된다. 대표적인 것이 단체교섭권을 단독으로 행사할 수 있다. 단체교섭권은 경제적 약자인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통해 경제적 강자인 사용자와 근로조건의 유지·개선에 관하여 교섭하는 권리를 말한다.
매년 조율하는 임금 협상도 단체교섭을 통해 진행하게 되는데 이때 과반 노조가 대표성 갖고 회사에 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 노조가 없는 경우 노사협의회에서 임금교섭을 진행하지만 협상이 불발돼도 파업 등의 쟁의활동을 할 수 없다.
단체교섭권을 초기업노조가 가져가게 되면 협상이 무산될 경우 파업에 나설 수 있는 법적인 장치가 마련된다. 삼성전자의 경영진으로서 고려해야 하는 변수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눈여겨 볼 점은 초기업노조 조합원의 구성이다. 초기 DX부문 노조에서 출발한 초기업노조는 노조명을 바꾼 후 DS부문 조합원의 가입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현재는 DX부문 조합원보다 DS부문 가입자가 더욱 많은 상황이다. 초기업노조 측이 파악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초기업노조에 가입한 DS부문 조합원은 4만 2096명으로 DX부분 조합원 1만 1799명을 크게 웃돌았다. DS부문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초기업노조의 규모 확대를 이끈 DS부문 조합원은 반도체 업계 호황에 따른 역대 최대 실적에도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가 성과 보상을 위해 도입하고 있는 OPI는 각 사업부가 연초에 설정한 목표치를 웃도는 성과를 거둘 경우에 한해 지급되는 보상 체계다. 재원은 목표 초과로 발생한 이익의 최대 20% 범위에서 조성되며, 개인별 수령액은 연봉의 절반을 넘지 않도록 제한돼 있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OPI 산정 과정에 EVA(Economic Value Added·경제적 부가가치) 지표를 활용하고 있다.
노조 측은 EVA가 영업 성과에서 법인세와 설비투자 등 자본 투입 비용을 먼저 공제하는 방식이어서, 실적이 개선돼도 성과급 규모에 충분히 반영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초기업노조는 OPI 지급 기준을 영업이익과 기타수익을 합산한 금액의 20%로 조정하고, 지급 한도를 폐지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회사는 EVA가 단기 성과에 치우치지 않고 주주 가치와 중장기 투자 효과를 함께 반영하는 평가 방식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 경쟁사 SK하이닉스의 성과급 제도 개선이 초기업노조의 규모 확대에 불을 지폈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진행된 노사 교섭에서 성과급 제도 가운데 하나인 초과이익분배금(PS)의 지급 한도를 없애고,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합의했다.

과반 노조가 현실화될 경우, 삼성전자 사측 입장에서는 창구를 단일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유재원 법률사무소 메이데이 대표 변호사는 “삼성전자가 노조 측과 협상하기에는 과반 연합 노조의 공동교섭단보다는 대표 노조(단일 과반 노조)가 좋다”라면서 “사측이 협상을 위해 관리해야 할 대상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표 노조의 어용화 문제와 소수노조 배제 문제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다”라고 덧붙였다.
초기업노조는 정치적인 이슈와 거리를 두겠다는 입장이다. 초기업노조 관계자는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민주노총과의 끈이 있었다”면서 “초기업노조는 정치적인 건 아예 안 하겠다고 선언했다”면서 “모든 것들은 조합원의 동의를 구해 진행하기 때문에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도 노조를 협상 대상으로 인정하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단일 과반 노조가 탄생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고 밝혔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