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시행되는 정기인사 향한 청와대 불법 개입 도 넘어…차라리 나를 해임해라”

그는 “공기업의 인사권은 법률로 사장에게 주어져 있으며, 그중 정기인사는 구성원들이 가장 기대하고 기다리는 조직의 중요한 이벤트”라며 “필수적인 정기인사를 사장 퇴진의 수단으로 삼아, 승진/보직 이동 등 인사권 행사를 ‘신임 기관장 취임 이후’로 미루라는 대통령실의 불법적인 압박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 1월 1일 자 정기인사를 앞두고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대통령실의 뜻’이라며 신임 기관장이 올 때까지 인사를 시행하지 말라는 국토부를 통한 지속적인 압력이 있었다”며 “제가 정기인사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며 뜻을 굽히지 않자 ‘3급 이하 하위직만 시행’, ‘관리자 공석 시 직무대행 체제 전환’, ‘인사 내용 대통령실 사전 보고 및 승인 후 시행’ 등 초법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불법적 인사 개입을 이어갔다”고 부연했다.
이어 “법과 원칙대로 인사를 시행하자 ‘대통령실에서 많이 불편해한다’는 노골적인 불쾌감을 전해왔다”며 “정기인사가 마비되면 조직에 구멍이 생기고, 직원 사기가 저하되며, 이는 공항 운영의 불안정과 국민 안전 위협으로 직결됨에도 이런 만행이 저질러졌다”고 꼬집었다.
이 사장은 “정기 인사뿐만 아니라 전방위적인 인사 방해가 계속되고 있다”며 “지난해 12월 31일 자로 퇴임 후 쿠웨이트 해외사업 법인장으로 부임해야 할 부사장의 퇴임을 막음으로써, 현지 법인장의 복귀가 무산되는 등 해외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부사장은 퇴임식 일정까지 사내에 고지하고도 퇴임식을 치르지 못한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신임 상임이사의 인사 검증 절차를 고의로 지연시켜 상임이사 교체가 막혀있으며, 국토부와 이미 협의가 끝난 SPC(특수목적법인) 상임이사 선임마저 ‘신임 사장이 온 이후에 진행하라’라며 시간을 끌고 있다”라며 “이 또한 직권남용이고 업무방해”라고 질타했다.
이와 함께 “대통령실 논리대로 후임 사장이 인사권을 행사하려면, 저의 임기가 6월 19일까지이므로 퇴임 즉시 후임 사장의 선임 절차를 진행하더라도 최소 3개월이 걸리며, 신임 사장의 업무 파악 및 실무자들의 인사 준비에도 2~3개월이 소요되어 사실상 올해 모든 인사업무는 마비된다”며 “인사권 행사를 못하게 되면 임직원은 불만에 가득 차게 되고, 조직은 마비되며, 공항 운영에 차질이 생기게 되므로 제가 못 버틸 것이라는 걸 노리고 인사업무를 방해하며 퇴진을 압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장은 “대통령실의 불법 지시를 공사에 전달하고 그 결과를 보고해야 하는 국토부 관계자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외부로 알려지면 감당 못 할 것’이라며 불안에 떨고 있다”며 “저와 매일 얼굴을 맞대야 하는 인천공항공사의 실무자들 역시 국토부를 통해 불법적인 요구가 내려올 때마다 저에게 보고하며 괴로워하고 있다. 실무를 수행하는 공직자들이 무슨 죄가 있나”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불법 부당한 지시로 실무자들을 괴롭히지 말고, 차라리 사장인 저를 해임하길 바란다”며 “인천공항은 특정 정당이나 정권의 소유물이 아니다. 그러므로 공기업 사장의 권한은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보장되어야 하며 그래야 공기업 운영이 안정화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 정권과 국정 철학을 같이하는 사람끼리 공기업을 운영하고 싶다면 법을 바꿔서 시행해야 한다. 불법을 동원해 퇴진압력을 행사할 일이 아니다”라며 “문재인 정부에서 공기업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해 장관과 비서관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것이 불과 5년 전 일이다. 비극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