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전 식탁 ‘빨간 뚜껑’ 소주에 중년 요리사의 진솔한 고백 담겨…“상금은 노년에 국숫집 열 때 쓰려고요”
최강록 셰프는 넷플릭스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요리계급전쟁 시즌’(흑백요리사2)에 다시 도전장을 내며 이렇게 출사표를 던졌다. 눌변에 숫기가 없어 보이는 최 셰프가 재도전에 나섰다는 것 자체로도 화제였다. 하지만 그는 당당히 우승을 거머쥐었다. 2013년 ‘마스터셰프코리아 시즌2’에서 최종 승자가 된 이후 13년 만이다. 강산이 한 차례 변하고 남을 시간이 흘렀지만, 별다른 욕심 없는 표정으로 덤덤하게 우승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최 셰프를 1월 16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흑백요리사1’ 이후 손님들이 기대감을 갖고 몰려왔어요. 그런데 이미 식당 폐업은 정해진 수순이었어요. 운영하기도 힘들었고 체력적으로 힘에 부친 상황이었죠. 다행히 잘 탈출했어요. 다만 저도 먹고 살아야 하니 (JTBC ‘냉장고를 부탁해’ 등) 방송에 출연했어요."
그렇게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던 최 셰프에게 ‘흑백요리사2’를 준비하던 제작진이 다시 찾아왔다. 망설이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재도전이기에 핸디캡도 있었다. 안성재, 백종원 두 심사위원에게 모두 ‘합격’을 받아야 경연을 이어갈 수 있었다. 최 셰프는 그 가혹한 룰도 기꺼이 받아들였다. ‘마스터셰프코리아 시즌2’ 우승을 거머쥐었던 최강록 특유의 승부사 기질이 발동한 셈이다.
“외식업이 침체된 시기에 ‘흑백요리사1’ 제작진과 만났어요. 당시 제작진이 제게 ‘불쏘시개가 돼 달라’고 했죠. 이번에는 ‘불쏘시개’ 말고 ‘완전 연소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어요. ‘마스터셰프코리아 시즌2’에서 우승하고 벌써 13년이 지나서, 스스로 ‘고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즌2를 통해 완전히 연소돼 없어지는 게 좋은 결말이라 생각했어요. 두 심사위원에게 합격을 받아야 한다는 룰이 공포스러워, 무를 수만 있다면 무르고 싶었죠. 그런데 세트를 보니 제작진이 돈을 많이 쓴 것 같아서, 여기서 무르면 안 될 것 같았어요. 첫 번째 목표는 ‘떨어지지 말자’였습니다.”
최 셰프의 ‘흑백요리사2’는 민물장어 조림으로 시작해 국물 요리로 끝났다. 그는 ‘마스터셰프코리아 시즌2’ 때부터 조림 요리의 대가였다. “다 조려버리겠다”고 외치곤 한다. 그런 그가 민물장어 조림을 택했을 때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배경에는 고(故) 신해철이 있었다. 그의 장례식에 울려 퍼진 ‘민물장어의 꿈’은 최 셰프의 삶에 큰 영감을 줬다.
“신해철 님을 굉장히 좋아해요. 시즌1 때 결승에 올라가면 제 인생 요리로 ‘민물장어의 꿈’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죠. 하지만 탈락해버렸어요. 그 아픔을 곱씹으면서 시즌2의 첫 번째 음식은 장어로 정했죠.”

“‘마스터셰프코리아 시즌2’ 때 조림을 잘한다는 이미지를 얻었지만, 스스로 ‘잘하는 척’하기 위해 가면을 쓰고 살았어요. 맛이 있고, 없고를 떠나 그 시절의 제 거짓말을 자기 고백할 수 있는 시간을 얻은 것 같았어요. 결승 때 선보인 국물 요리는 가게에서 먹던 ‘직원식’이었어요. 직원식을 따로 주문하기도 하지만, 남은 재료를 쓸 때가 많죠. 내일 쓰지 못하거나 버릴 수는 없고 먹어야 하는 재료들 말이에요. 성게알 같은 재료가 남는 날은 행운이죠. 그건 함부로 먹을 수 없는 비싼 식재료니까요.”
최 셰프는 결승전 요리를 앞에 두고 심사위원 둘과 마주 앉았다. 그때 그의 식탁 위에는 소주 한 병이 놓여 있었다. ‘파란 뚜껑’보다 더 독한 알코올 도수 20.1도의 ‘빨간 뚜껑’ 소주였다. 최 셰프가 평소 즐겨 마시는 술을 제작진에게 직접 부탁해 준비했다.
“곧 50세가 됩니다. 개인의 취향인데, ‘빨간 뚜껑’ 소주는 중년의 상징이라 생각해요. 마지막 하루를 정리하는 한 잔이라는 의미에서 ‘노동주’이기도 하죠.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며 ‘빨간 뚜껑’ 소주 한 잔을 마시고 잠들곤 합니다. 여기서 한 잔은 한 글라스입니다.(웃음)”

최강록 셰프는 ‘무한도전’으로 유명한 김태호 PD와 손잡고 촬영한 신규 예능 ‘식덕후’ 공개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이미 촬영을 마쳤다. ‘마스터셰프코리아 시즌2’ 우승 당시 “상금은 빚 갚는 데 쓰겠다”고 했던 최강록. 이번 상금 3억 원은 어디에 쓸 계획일까.
“다행히 이번에는 망한 가게가 없어 빚도 없습니다. 노년에 국숫집을 내고 싶은데 그때 쓸 예정이에요. 아직 입금되지 않았습니다.”
안진용 문화일보 기자 mast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