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호·김봉식 내란 혐의 “평가 훗날로 미루겠다”…“경찰국 논란 악의적 프레임, 현 정부 경찰 통제 더 심해”
이런 가운데 '전임 경찰 수장'인 윤희근 전 경찰청장은 다가올 6·3 지방선거 충북도지사 출마 준비로 분주하다. 윤 전 청장은 윤석열 정부 대표 인사로 꼽힌다. 그였다면 12·3 비상계엄 상황에서 달랐을까. 현 상황은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윤 전 청장은 '12·3 비상계엄' '조지호·김봉식 등 후임 경찰 지휘부의 내란 종사 혐의' 등에 "제가 당장 평가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입장 표명을 피했다. 그 대신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경찰국' '이태원 참사' 등에 적극 항변했다.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은 뚜렷했다.

일요신문은 조지호 전 경찰청장과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이 '내란 중요 임무 종사' 등 혐의로 각각 징역 20년, 15년을 구형받고 이틀 지난 1월 16일, 윤희근 전 경찰청장에 연락했다. 현직 경찰 1·2인자가 일제히 내란 혐의에 연루된 충격파가 워낙 컸기 때문이다.
윤 전 청장은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 인사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윤석열 정부가 처음 임명한 경찰청장이다. 당시 정부에서 8개월 만에 치안감, 치안정감을 거쳐 경찰 수장까지 오르며 '역대급 초고속' 승진을 했다.
윤 전 청장은 윤 전 대통령이 노태우 정부 이후 31년 만에 세운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적극 힘을 보탠 인물로도 평가된다. 전임 김창룡 전 경찰청장이 경찰국에 반대하며 중도 사임하자, 그가 승진과 함께 직을 승계했다. 재임 기간 윤 전 대통령과 호흡이 잘 맞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2·3 비상계엄 약 4개월 전인 2024년 8월 퇴임해 초유 상황은 피했다.
그는 2025년 12월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지난 1월 6일 충북 청주시 충북도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 6월 3일 치러질 지방선거 충북도지사 출마를 선언했다. 페이스북 등 SNS(소셜미디어)도 최근 시작했다. 오는 2월 7일 충북 청주에서 본인 책 '윤희근의 숨' 북콘서트를 개최한다.

윤 전 청장은 일요신문과 통화에서도 지방선거 출마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는 '선거 준비 잘 되는지' 질문에 "아직 많이 부족하다"면서도 "남들만큼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12·3 비상계엄' 등에 관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윤 전 청장은 "(12·3 비상계엄 관련) 많은 생각을 해봤다"면서도 "제가 경찰청장 퇴임 후 3~4개월 지나 발생한 일"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저라면 어땠을지 떠올려 봤지만, 당장 가정으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후임 조지호 전 경찰청장과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의 현 상황을 놓고도 뚜렷한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이들은 전부 윤 전 청장의 경찰대 선배이기도 하다. 윤 전 청장은 경찰대 7기, 조 전 청장이 6기, 김 전 청장이 5기 출신이다.
윤 전 청장은 "조지호, 김봉식 두 분 모두 어쨌든 저와 근무했던 동료이자, 한때 부하였고, 전부 저의 학교 선배"라며 "제가 인간적으로 참 좋아하는 면도 있어서 많이 안타깝다는 게 인간적 심경"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지금 상황에 대한 평가나 이런 부분들은 좀 훗날로 미루겠다"고 했다.
기자가 '출마를 선언한 만큼, 비상계엄 관련 명확한 입장'을 물었으나, 그는 "제가 알아서 하겠다"고 했다. 윤 전 청장은 "역사에 가정은 없다"고 반복해 강조했다.

그가 경찰청장이었던 때 제기된 각종 비판에는 적극 해명했다. 대표 사례가 2022년 10월 발생한 '이태원 참사' 책임론이다. 윤 전 청장은 참사 당일 충북 제천시 모 캠핑장에서 여가와 음주 등을 즐긴 후 잠이 든 탓에 보고 전화를 놓쳤다. 당시 '관외 출타 미신고' '캠핑장 체크인 기록 없음' 등 의혹이 불거져 직무유기 혐의로 수사까지 받았지만 기소되지는 않았다.
그 무렵 정계 안팎에서는 '윤 전 청장이 2024년 22대 총선을 준비하다 이태원 참사로 무산됐다'는 말이 파다했다.
윤 전 청장도 이 소문을 알고 있다. 그는 일요신문에 "그런 소문은 들었고, 저는 곳곳에 분명 '경찰청장 임기 반드시 채운다'고 했는데 아무도 안 믿었다"고 설명했다.
이태원 참사 책임 회피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당시는 여러 사정 탓에 말할 수 없었으나, 이제는 가능하다"며 "저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이고, 참사 직후 사직 의사를 밝힌 데다, 퇴임사까지 준비했었다"고 강조했다.
윤 전 청장은 '군사정부 치안국 회귀'와 '정부의 경찰 통제' 등 논란이 거셌던 경찰국 신설에는 "악의적 프레임"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자세히 보면 별 게 없는 사안"이라며 "경찰국은 현 정부에서 폐지됐지만, 이전 정부 경찰이 과연 정권에 예속됐었나"라고 되물었다.

그는 이재명 정부의 경찰 통제가 더 심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진행된 '경찰청-행안부' 업무보고 등을 예시로 들었다.
앞서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지난 1월 2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을 찾아 6·3 지방선거 관련 선거사범 철저 수사 등을 당부했다. 이어 1월 12일 경찰청 주요 지휘부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행안부 소속 청·기관 업무보고에 참석해 각종 현안을 보고했다.
윤 전 청장은 "회의 때 전부 행안부 장관이 경찰 간부들을 정복을 입혀 줄을 쭉 세워 놓고 회의를 주관했다"며 "역대 이런 장면을 본 적 없다"고 지적했다.
경찰청이 2025년 12월 26일 발표한 총경급 전보 인사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인사 직후 일부 언론에서는 '2022년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며 전국 총경 회의에 참석한 인사들이 주요 보직으로 옮겼다'고 분석했다.
윤 전 청장은 "현 정부 행안부의 이 같은 모습이나 직전 총경 인사 등을 자세히 보면 알 수 있다"며 "이런 일들이 윤석열 정부 때 일어났더라면 어땠을지 생각해 보라"고 꼬집었다. 그는 거듭 "이번 정부 출범 후 경찰 인사와 행안부 태도를 보면 모순이 많다"며 "무엇이 중립이고 경찰 독립인지 생각해 보라"고 강조했다.
윤 전 청장은 경찰 내 각종 현안을 두고 '구체적' 질문을 요구하면서도, 기자의 '대면 인터뷰'는 사양했다. 또 12·3 비상계엄 및 경찰 지휘부의 내란 가담 혐의 등에도 "아니, 그건 제가 평가하지 않겠다"고만 말했다.
윤 전 청장은 충북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출신이다. 청주 운호고와 경찰대(7기)를 나와 1991년 경위로 입직했다. 충북 제천경찰서장과 서울 수서경찰서장, 청주흥덕경찰서장, 경찰청 경비국장, 충북경찰청 제1부장, 경찰청 차장 등을 지냈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