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써 진정한 미제사건이 되는 것일까. 지난 2007년 발생해 부산에서 발생한 대표적인 장기미제사건으로 분류된 최낙율 부부 실종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이미 지난해 자살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사건 초기수사부터 유력 용의자의 등장, 그리고 결국 용의자가 자살하기까지의 사건을 재구성해본다.
@최낙율 부부 실종
2007년 4월 19일 부산 사상구 소재의 한 중소기업체 사장인 최낙율 씨(실종당시 57세)와 부인 조영숙 씨(52)가 실종됐다. 나흘 뒤 가족들의 신고로 대대적인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실종 초기 경찰은 채권ㆍ채무 관계, 치정 관계에 의한 실종, 단순 잠적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에 착수했으며 대대적인 인력을 투입한 일제수색도 실기했다. 그렇지만 별다른 수사 성과를 올리지 못한 채 사건은 그대로 미궁에 빠졌다.
@ 거듭 울리는 휴대폰
그나마 수사가 잠시 활기를 띈 것은 실종된 부부의 휴대폰 때문이었다. 이들 부부가 실종된 뒤 최 씨의 휴대 전화가 지인에게 걸려왔으며 최 씨의 승용차가 경주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또 부인 조 씨의 휴대전화로 지인에게 전화가 오기도 했다. 이로써 잠시 수사는 활기를 찾는 듯했지만 별다른 수사 성과는 없었다.
부산경찰청은 6년 전 부산 사상경찰서의 최 씨 부부 실종사건 기록을 인계받아 원점부터 재수사에 돌입했다. 그 와중에서 드러난 용의자가 바로 A 씨다.
A 씨는 중소기업체를 운영했던 최 씨와 동업자로 실종 전 최 씨 부부를 마지막으로 만난 최측근 지인이다. 심지어 최 씨 가족과 함께 경찰에 실종신고를 한 것도 A 씨였다.
@ 결정적 증거 휴대전화
A 씨가 용의자가 된 결정적인 증거는 바로 최 씨의 휴대전화다. 경찰이 수사 과정에 A 씨의 지인으로부터 최 씨 부부 실종 당일인 2007년 4월 19일 A 씨로부터 최 씨의 아파트 주변에서 최 씨의 휴대전화로 A 씨에게 전화를 건 뒤 버리라고 시켰다는 진술을 받아낸 것. 실제 최 씨의 휴대전화는 실종 나흘 만에 최 씨의 아파트 화단에서 발견됐다.
그 전까지는 이 통화기록이 최 씨의 마지막 행보였으며 A 씨의 알리바이를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였다. 그렇지만 해당 통화기록이 최 씨가 A 씨에게 전화를 건 것이 아닌 A 씨의 지인이 최 씨의 휴대폰으로 A 씨에게 전화를 건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A 씨의 알리바이는 의미를 잃었고 경찰은 최 씨 부부가 이미 실종일로 알려진 2007년 4월19일 이전에 살해당했을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경찰은 A 씨를 네 차례 소환해서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 용의자의 자살
23일 부산 사상경찰서와 부산경찰청은 유력한 용의자 A 씨가 지난해 5월 17일 경남 거제시 연초면 소재의 한 주차장에서 자살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자신의 차량 안에서 착화탄을 피운 채 숨져 있었으며 차량 안에서 ‘주식에만 손을 안 댔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라는 유서도 발견됐다.
경찰은 수사망이 A 씨에게 좁혀 들어오자 심리적 압박감을 느껴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실종된 최 씨 부부는 이미 숨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결국 장기미제로 분류됐던 이번 사건은 경찰이 6년 동안 꾸준히 수사를 벌여 용의자 검거 등 사건 해결이 임박해 있었다. 그렇지만 유력 용의자의 자살로 사건은 이제 영구미제사건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