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 청약 논란 이어 특혜 입학 의혹 불거진 게 결정적 요인, 민주당과 지지층서도 비토 확산되자 청와대 결단

홍 수석은 “후보자는 보수 정당에서 세 차례나 국회의원을 지냈지만, 안타깝게도 국민주권 정부의 기획예산처 장관으로서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1월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가진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 후보자와 관련 “문제가 있어 보이기는 한다. 우리 국민도 문제의식을 가지는 부분도 있다. 이 지명자에 대해 어떻게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면서도 “본인의 해명도 들어봐야 하는 것 아니냐. 그게 공정하다”고 했다. 일단 청문회는 열어서 이 후보자에게 기회를 주자는 취지였다.
당시 국민의힘은 이 후보자의 부실한 자료 제출을 이유로 인사청문회를 보이콧하고 있었다. 민주당에서는 ‘청문회를 하고 난 후 결정하자’는 입장이었지만 내부적으론 이 후보자 비토가 만만치 않았다. 이 후보자에게 제기된 여러 의혹들이 국민들 눈높이에서 이해할 수준을 넘어섰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민주당에선 이 후보자 인선과 관련된 쓴소리가 나왔고, 대통령실이 이 후보자의 결단을 원하고 있다는 말까지 흘러 나왔다. 이 후보자 지명에 대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정적 반응이 60%대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도 여권을 압박했다. 이런 상황에서 열린 인사청문회를 이 후보자에겐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던 셈이다.
1월 23일에 시작돼 24일 새벽 끝난 청문회에선 이러한 민주당 기류가 그대로 반영됐다. 국민의힘 파상공세 못지않게 민주당에서 질책이 쏟아졌다. 이소영 김한규 민주당 의원의 부정 청약 관련 질의는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예리하다” “날카롭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진성준 의원은 부정 청약 의심을 받는 아파트를 팔라고 이 후보자를 압박하기도 했다.
1월 23일 청문회 도중 통화한 국민의힘 한 보좌관은 “내가 이 후보자라면 국민의힘과 민주당 중 누가 더 미울지 생각해봤다. 친정인 국민의힘에서야 야당이니 그럴 수 있지만 여당에서 이렇게 대통령이 지명한 후보자를 공격하는 사례가 있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면서 “이 후보자가 아마 민주당 의원들에게 상당한 섭섭함을 가졌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선 민주당 현 내부 지형과 연관돼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1인 1표제, 조국혁신당 합당 제안 등으로 맞붙은 상황에서 의원들이 이 후보자에 대해 엄호를 하지 않자 묘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이다.
정치권에선 이 후보자의 부정 청약 논란 외에도 청문회에서 나온 아들 연세대 특혜 입학 의혹을 낙마의 결정적 요인으로 꼽는다. 몇몇 청문위원들은 이 후보자 장남이 2010년 연세대에 입학할 때의 전형이 석연치 않다면서 특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는 “사회기여자 전형, 국위선양자로 입학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지만 그 자격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오갔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 대변인은 1월 25일 “이 후보자는 조부의 훈장 수훈을 근거로 해명했지만, 헌법상 ‘훈장은 받은 자에게만 효력이 있다’는 원칙은 분명하다. 조부의 훈장으로 손자에게 전형상 혜택이 돌아갔다면, 이는 헌법 정신에 반하는 불법 의혹”이라고 했다. 최 대변인은 “부동산·병역·입시·갑질, 이른바 ‘국민 4대 역린’을 모두 건드린 인사”라며 이 후보자에게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청문회를 지켜보자”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발신해왔던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는 청문회가 끝난 후 “여론의 추이를 살펴보겠다”고 했다. 이 후보자 해명이 국민 눈높이를 충족했는지 따져보겠다는 것이었지만 1월 25일 오전부터 정치권에선 ‘(지명 철회) 발표 시기만 남았다’는 얘기가 빠르게 퍼졌다.
국민의힘, 개혁신당은 물론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조국혁신당조차 이 후보자에게 등을 돌렸고 심지어 여당 지지층에서도 반발 움직임이 확산되자 이 대통령이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의 몇몇 의원도 새롭게 임명된 홍익표 정무수석에게 당의 분위기를 전하며 이 후보자 임명을 반대했다고 한다.
이 후보자 낙마로 이 대통령의 통합 인선 카드는 무산됐다. 하지만 여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 배경, 부실 검증 등은 여권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자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한편, 인사 실패 책임에 대한 이 대통령 사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