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총 통한 제명만큼은 피하려 탈당 결심 분석…국민의힘은 경찰 수사 의지 비판하며 특검 추진

1월 12일 윤리심판원 처분 직후 재심 의사를 밝혔던 김 의원은 13일에도 “제명을 당할지언정 스스로 친정을, 고향을, 전부를 떠나지는 못하겠다. 그것은 내게 패륜과도 같다”면서 탈당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 의원은 동료 의원들에게 “억울하다”면서 재심을 지켜봐달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 의원은 입장을 바꿔 당을 떠났다. 그는 민주당 의원 단체 대화방에 “반드시 진실을 온전히 밝히겠다. 모든 의혹을 온전히 씻어낸 후 다시 돌아와 인사드리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로서 김 의원 징계 절차는 종료됐다.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징계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탈당한 자는 5년간 복당 심사를 신청할 수 없다고 돼 있다.
김 의원은 앞서 1월 19일 기자회견에서 “제명 처분을 한다면 최고위원회 결정으로 종결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당에 요청했다. 이어 “굳이 의원총회 추인을 거치면서 선배, 동료, 후배 의원 여러분께 조금이라도 마음의 부담을 지우고 싶지 않다”고 설명했다. 국회의원 제명 처분은 의원총회에서 의결해야 하는데, 이를 생략해달라는 요구였다.
하지만 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당법상 국회의원 제명은 의원총회를 통해서만 확정할 수 있도록 돼 있기 때문이었다. 당헌·당규에도 제명 조건으로 재적의원 과반 찬성이 적시돼 있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당헌·당규와 정당법이 정하는 절차로는 탈당하지 않고는 의총에서 제명의결을 피할 방법이 없다. 그 점에 대해 (김 의원에게) 설명해 드렸다”고 밝혔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분위기로는 여유롭게 제명이 통과될 것으로 보였다. 과반이 되지 않는다면 ‘제 식구 감싸기’ 후폭풍이 엄청날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면서 “투표하기 껄끄러웠는데 김 의원이 스스로 당을 떠나 다행스러웠다”고 했다. 그는 “당 지도부가 막판까지 김 의원에게 탈당을 설득했던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김 의원 측은 의원들이 표결로 자신의 징계를 처리하는 것에 대해 여러 차례 부담감을 토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의원이 1월 19일 기자회견에서 의원총회 대신 최고위원회 의결을 요청했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정치권에선 김 의원이 명예회복을 강조했던 만큼, 향후 돌아올 가능성을 대비해 최후 수단인 의원총회를 피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당을 떠난 김 의원은 이제 무소속 신분으로 수사를 받는 처지에 놓였다. 경찰은 △공천헌금 수수 의혹 △대한항공 호텔 숙박권 의전 의혹 △쿠팡 이직 보좌관 인사 불이익 요구 및 고가 식사 의혹 △보좌진 텔레그램 대화 내용 무단 탈취 의혹 △배우자 수사 무마 의혹 등 13가지 사건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 의원 관련 고발만 29건에 달한다.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1월 14일 김 의원 거주지, 지역구 사무실, 의원회관 등을 압수수색했다. 또한 공천헌금 사건과 관련해 동작구 의원, 동작구 의회도 압수수색했다. 또한 김 의원 소유로 알려진 개인 금고 추적에도 나섰다. 1월 19일엔 배우자 업무추진비 유용 의혹 수사를 위해 다시 동작구 의회를 압수수색했다.
민주당이 김 의원 탈당 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것도 이처럼 경찰이 동시다발적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천헌금 의혹 일부분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는 김 의원 개인 일탈이 아닌, 당 전체를 휘감을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김 의원이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공신이자, 집권당 첫 원내대표라는 점도 민주당을 옥죄는 요인이다.
국민의힘은 경찰이 제대로 수사할 의지가 없다고 판단, 특검 추진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경찰이 수사의 기본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 가장 먼저 김 의원 휴대전화를 확보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면서 “이러려고 검찰 수사권을 빼앗은 것 같다. 경찰 수사를 믿기 어렵다. 용두사미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 제명 및 탈당에 대해서는 “꼬리자르기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국민의힘은 김 의원이 공천헌금을 받았다가 돌려줬다는 내용의 탄원서가 제출될 당시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까지 수사를 해야 한다고 본다. 당시 지도부가 김 의원을 비호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은폐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다. 앞서 민주당 출신 이수진 전 의원은 이 탄원서를 이재명 당시 대표 측에 전달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