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고소 석 달 만인 11월 서부지검으로 넘겨…피해자들 “수사 지지부진” 검찰 “사건 병합돼 검토중”
위치커머스는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 중소상공업체나 자영업체에 대한 홍보성 블로그 글과 사진 등을 해당 업체 대신 올려주던 곳이다. 이 사건 피해자들은 “검찰이 사건이 송치된 지 두 달이 지났는데도 피해자 조사조차 하지 않는다”며 수사 속도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이 사건은 2025년 8월 1일 경기도 김포시에 있던 위치커머스가 갑자기 사무실을 폐쇄하면서 불거졌다. 이 회사 이 아무개 대표 등 임직원 모두 다 잠적했다. 사무실을 폐쇄하기 직전까지 ‘정상적인’ 영업 활동을 벌였다. 당시 위치커머스에 근무한 직원은 “사무실은 폐쇄하기 전날까지도 정상 근무했다. 그런데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8월 4일) 출근 해보니 사무실은 컴퓨터와 집기 등이 반출된 상태였다. 난장판이었다. 회사 대표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당 업계에선 위치커머스에 홍보성 블로그 제작과 관리를 맡겼던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전국 2000여 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피해 업종도 카페, 음식점, 학원, 호텔, 유통 등 그야말로 다양하다.
업계에선 2024년 위치커머스 연간 매출을 감안할 때 피해금액은 40억 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한다. 위치커머스에서 텔레마케터로 일한 직원은 “회사가 문 닫기 두 달 전인 2025년 6월 한 달 동안 내가 혼자 올린 영업 매출만 1억 원 정도 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홍보성 블로그 제작·관리 비용으로 연간 200만 원 정도를 위치커머스에 선납한 광고주들이다. 위치커머스와 계약한 광고기간이 길게는 1년, 짧게는 몇 달 정도 남아있다. 이들은 하루아침에 계약금 전액이나 일부를 날린 셈이다.
피해자 일부는 위치커머스 대표를 경찰에 고소했다. 법적 대응에 나서지 않은 피해자도 고소 채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위치커머스 측은 이들과 계약 당시 △ 연매출 2400만 원 상승 보장 △ 매출보장이 더딜 경우 매출달성 시까지 광고 자동연장 △ 광고사(위치커머스)가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광고대금 전액 반환 등을 제시하며 계약을 유도했다고 피해자들은 전했다.
심지어 서울보증보험 가입 내역서를 보여주며 “환불을 보장하는 증서”라며 계약을 부추겼다고 한다. 피해자 상당수도 이를 믿고 광고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사무실 폐쇄 이후 계약 체결 당시 제시한 서울보증보험 가입 내용도 광고 대금 환불과는 무관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이 사건 피해업체 법률 지원에 참여한 빛길봉사회 김용민 변호사는 “빛길봉사회에서 피해자 고소장 작성 지원을 받은 위치커머스 광고주는 2월 기준으로 280여 명이며 이들 피해금액 합계는 6억 원 정도 된다. 여기에 확인되지 않은 피해자는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2025년 8월 초 위치커머스가 사무실을 폐쇄하고 임직원 모두 잠적하기 직전인 2025년 6월과 7월 사이 위치커머스와 연간 계약 체결한 광고주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로 빛길봉사회가 법률 자문을 해주고 있는 피해 광고주 가운데 70여 명은 사무실 폐쇄 1~2개월 전에 계약을 체결한 분들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위치커머스 사무실 폐쇄 직전에 계약한 이들 가운데 신용카드나 PG(결제대행사)로 할부 결제한 경우 일부는 위치커머스 사태 후 카드사나 PG사가 잔여 할부 기간을 취소해 그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2025년 7월에 계약금을 신용카드로 결제한 경우 8월에 결제 대금이 출금되기 때문에 전액 환불받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현금이나 체크카드, 계좌이체 등으로 결제한 광고주들은 한 푼도 건질 수 없었다.

전국적인 피해자 고소 사건을 병합한 서울 용산경찰서는 2025년 11월 21일 검찰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이 대표의 ‘범죄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피해자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만약 시스템 장애가 있었다면 이를 해결하려 노력했어야 하는데 오히려 직원들도 모르게 사무실을 폐쇄한 후 잠적했다”며 경찰에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2025년 11월 26일 피해자들에게 이 사건을 서울 서부지검으로 송치한다고 통지했다.
김용민 변호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 후 경찰 수사 단계가 매우 중요해졌는데, 경찰의 불송치 판단은 너무 성급하고 근거도 부족해서 피해자들에게 큰 상처가 됐다”며 “시스템 장애는 잠적을 정당화할 사유가 결코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더딘 수사속도에 대한 불만 목소리도 적지 않다. 검찰로 송치된 지 두 달이 경과한 2월 초 현재까지 피해자 조사는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피해자들은 “피해자들이 워낙 많은 사건이라 조사에 시일이 걸릴 수는 있다”면서 “아무래도 경찰에서 불송치한 사건을 이의신청한 것이라 검찰이 선입견을 가진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입을 모았다.
피해자들이 인터넷 형사사법포털에 접속해도 검찰 사건번호조차 조회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 서부지검 관계자는 2월 3일 “(피해자들의) 각 고소 사건이 하나의 사건으로 병합돼 아직 검토 중이라 사건 번호나 기타 사항을 (형사사법포털에) 기재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위치커머스 이 아무개 대표에게 전화 연락했으나 “지금 거신 전화는 없는 번호”라는 안내 음성만 흘러나왔다.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