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 불복 소송 중 또 다른 ‘은폐 의혹’ 터져…행정소송 판결 변수로 떠올라

넥슨이 자사 게임 ‘메이플스토리’ 확률형 아이템 판매와 관련해 거짓·기만 행위를 저지른 것에 대한 징벌로 공정위로부터 100억 원이 넘는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받은 지 약 2년 만에 다시 게임 확률형 아이템 조작 의혹이 터졌다.
이번에는 지난해 11월 6일 출시된 방치형 모바일 게임 ‘메이플키우기’에서 유료로 획득하는 ‘어빌리티(능력치) 옵션’의 최대 수치가 확률대로 등장하지 않는 오류가 발생했다. 어빌리티 옵션은 난수값이 일정 확률 구간에 포함될 경우 단계별 수치가 부여되는 구조로, 이 가운데 가장 높은 단계의 옵션이 등장해야 할 구간의 계산식에서 비교 연산자가 ‘이하’가 아닌 ‘미만’으로 설정돼 확률표상 존재하던 최대 수치 옵션이 실제 게임 안에선 등장하지 않은 문제가 발생했다. 이용자(유저)들의 잇단 문의에도 넥슨 측은 “게임 내 정해진 확률에 따라 결과가 결정되는 구조”란 입장으로 대응하다 별도 안내 공지 없이 오류를 수정해 문제를 조용히 덮으려 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넥슨은 최근 발생한 논란에 지난 1월 26일 “관리 부서가 해당 오류를 발견하고도 별도 공지 없이 패치를 진행한 점을 인정한다”며 담당자 징계를 비롯해 유료 재화에 대한 보상안을 마련하고, 전체 이용자에 대한 보상도 병행한다고 밝혔다.
넥슨은 함께 제기된 ‘공격 속도 옵션 미적용 문제’에 대해서도 입장을 내놨다. 해당 능력치는 수치가 높아질수록 공격 빈도가 증가하는 구조인데 일정 구간을 넘어서면 수치 상승이 실제 성능에 반영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유저들은 과금 등을 통해 공격속도를 지속적으로 높였음에도 그 수치가 66.67%를 넘는 구간부터는 체감 성능에 변화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문제와 관련해 넥슨은 “(공격속도 상승에 따른) 기기 발열과 끊김 현상을 줄여 보다 쾌적한 게임 가동이 가능하도록 1초당 공격 모션이 동작할 수 있는 프레임을 최대로 설정해 뒀다”며 “해당 옵션에 과금한 유저에 별도 보상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막상 넥슨이 제시한 보상안이 아이템 지급과 일부 재화 환급 수준에 그치자 유저들은 피해 규모에 비해 보상이 형식적이라는 비판하며 집단 대응에 나섰다. 이에 한국게임이용자협회는 지난 1월 27일 메이플키우기 이용자 1507명의 위임을 받아 공정위에 전자상거래법 위반 신고서를 접수하고, 게임물관리위원회에는 피해구제 신청을 진행했다. 넥슨은 다음 날(28일) 오후 “원하시는 모든 이용자에 대해 전액 환불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넥슨의 이러한 결정으로 한국게임이용자협회가 낸 신고와 피해구제 신청은 취소된 상태다. 업계에서는 누적 매출 규모 등을 고려할 때 환불 규모가 1500억~2000억 원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메이플키우기는 출시 이후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 스토어, 양대 앱 마켓에서 매출 1위를 기록 중이다.

업계에서는 넥슨이 확률형 아이템 표시 의무를 고의로 위반했다고 판단될 경우 이용자 피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 책임이 인정될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 리스크를 사전에 해소하고, 앞선 메이플스토리 큐브 확률 조작 사건과 관련해 진행 중인 116억 원 과징금 행정소송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 전액 환불 조치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월 개정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법)은 확률형 아이템 표시 의무를 고의로 위반했을 때 법원이 피해 금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 책임을 지울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했다. 이용자가 공정위 조사 결과나 처분 등을 근거로 민사소송 등을 제기해 사법부가 고의성을 인정한다면 넥슨은 피해 금액의 최대 3배를 배상해야 한다.
다만 이번 논란의 경우 유저들이 넥슨의 전액 환불 보상안을 수용하고, 한국게임이용자협회 차원 신고와 피해구제 신청도 취소돼 거액의 피해 보상 리스크는 사실상 해소된 상태다. 게임 관련 소송·법률 전문인 이철우 변호사는 “(유저들은) 넥슨이 자발적으로 전액환불이란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이용자의 피해 구제는 완료됐다고 봤다. 이용자 보호 관점에서 이례적 수준 조치가 이뤄졌다고 판단했다”며 신고 취하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메이플키우기 확률 논란은 앞선 메이플스토리 관련 과징금 행정소송이 추가 변론과 선고를 앞둔 시점에 불거졌다. 유사한 문제가 반복될 경우 ‘상습 위반’으로 판단될 수 있는 점을 의식해 넥슨이 전액 환불이라는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앞서 공정위는 메이플스토리의 유료 확률형 ‘큐브’ 확률을 허위로 공시한 혐의로 2024년 1월 넥슨에 과징금 115억 9300만 원을 부과했고, 넥슨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1월 28일로 예정됐던 1심 선고는 다음 달(3월) 18일 추가 변론기일 지정으로 연기된 상태다.
공정위는 지난 3일 넥슨을 상대로 조사를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위는 환불 조치와 별개로 넥슨의 전자상거래법 위반 여지가 있는지 정밀하게 들여다본다는 입장이다. 조사 결과 기만적 방법으로 소비자와 거래했거나 거짓 정보를 안내한 것이 적발되면 상습 위반으로 과징금 처벌이 최대 50% 가중될 수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별도로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 “조사 관련 보도들에 별도로 대응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메이플스토리 관련 행정소송 재판부가 넥슨 측 과실의 고의성을 입증할 추가 증거로 이번 메이플키우기 논란 관련 기록들을 채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철우 변호사는 “변론이 재개된 만큼 지난 번 메이플스토리 큐브 확률 조작 사태 이후 재발 방지 노력 등이 있었는지를 중점적으로 파악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메이플키우기 확률 조작 사태가 해당 행정소송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넥슨은 “환불 조치는 5일부터 규정대로 진행된다”며 “공정위 조사와 관련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환불을 신청한 계정은 메이플키우기 이용이 영구적으로 제한된다. 당초 이에 대한 일부 유저들의 불만이 있었으나 구글·애플 등 앱 마켓의 환불 정책에 따른 조치로 확인돼 큰 논란은 없는 상태다. 메이플키우기에 수천만 원 규모 결제 이력이 있는 한 유저는 “계정 정지보다 전액 환불로 얻는 금전적 보상이 더 크게 느껴진다”며 “신규 계정을 만들어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어 환불 처분을 수용하는 것이 크게 주저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동민 기자 workhar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