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에서 가석방·외부 진료 시까지 대상 확대…훼손·외출제한 위반 잇따르자 “처벌 더 강화될 것”

전자발찌를 통한 전자감독 제도는 2008년 9월 ‘특정 성폭력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본격 도입됐다. 성폭력사범의 높은 재범률, 성폭력 피해의 심각성 및 성폭력범죄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 등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이었다. 효과는 뚜렷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자장치 부착법 시행 이전인 2004~2008년 14.1%였던 성폭력 전과자의 동종 범죄 재범률이 2024년에는 0.57%까지 감소했다.
사회적 낙인 효과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고영욱(49)이다. 그는 2013년 미성년자 성폭행 및 성추행 혐의로 징역형과 함께 전자장치 부착 3년을 명령받아 ‘전자발찌 1호 연예인’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후 연예계 컴백이 어려워진 것은 물론이고 유튜브 채널 개설 시도조차 대중의 거센 비난과 신고 누적으로 인한 플랫폼의 제재로 차단됐다. 최근 자신의 SNS에 “13년 동안 실업자로 보냈다”면서 “이 사회에서 날 써줄 곳은 없고 사랑하는 우리 개들 사룟값 벌 방법은 없는 걸까”라고 하소연했다.
전자발찌 도입 초기에는 부착 대상이 ‘성폭력범죄자’로 한정됐으나 이후 미성년자 유괴(2009년), 살인(2010년), 강도(2014년) 범죄 등으로 법 적용 대상자가 확대됐다. 현재는 습벽이 인정되거나 재범 위험성이 높은 자, 가석방되는 수형자 중 보호관찰이 필요한 자 등이 모두 전자발찌 착용 대상자가 된다.
2020년부터는 ‘전자보석 제도’가 도입돼 구속·기소된 피고인에게 보석 허가 조건으로 전자장치 부착이 적용되고 있다. 2023년 외부진료를 받던 중 도주해 사흘 동안 수도권 일대를 누빈 ‘김길수 탈주 사건’ 이후에는 수용자의 외부 진료 시 전자발찌 착용을 의무화됐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출석이나 수감 등 신병 재확보가 담보돼야 하는 상황에서 전자발찌의 쓰임새가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스토킹 범죄 예방에도 전자발찌가 사용되고 있다. 2024년부터 법무부는 스토킹 범죄 예방을 위해 ‘전자장치 부착 잠정조치’ 제도를 시행 중이다. 법원이 잠정조치를 내려 전자발찌 부착을 결정하면, 전자발찌 피부착 스토킹 가해자가 피해자 근처 접근 시 법무부 위치추적 관제센터와 피해자의 스마트폰으로 즉시 알림이 전송된다. 특히 관제센터와 경찰의 112 시스템을 실시간 연계해 사건 발생 시 가장 가까운 순찰차가 즉각 출동할 수 있도록 했다.
곽준호 변호사는 “스토킹 피의자의 경우 확정범이 아니기 때문에 서면 경고, 접근 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등 단계를 거쳐 잠정 조치로 전자발찌를 채우고 있다”면서 “스토킹 범죄는 더 중한 범죄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 법원이 판단을 내리고,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여성이나 청소년 범죄자는 전자발찌를 차지 않는다’고 알려지기도 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여성 범죄자 중 재범 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면 전자발찌를 부착하며, 소년범도 강력 범죄를 저지르고 재범 위험이 높을 경우 법원 판단에 따라 부착 가능하다. 다만 청소년 범죄자의 실제 착용 사례는 드물며 여성 범죄자에게 전자발찌 부착 명령이 내려지는 일 역시 흔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곽준호 변호사는 “청소년은 선도의 기회가 있고 전자발찌를 차고 다니는 것 자체의 심리적 부담 등을 이유로 전자발찌 부착 명령이 거의 내려지지 않고 있다”며 “여성의 경우 재판부가 남성 범죄자에 비해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다소 적게 내리는 경향이 있는 것은 맞지만, 여성 범죄자의 전자발찌 부착 명령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제2의 강윤성’ 막으려면? “위험성별로 준수사항 차등 적용해야”

24시간 가동되는 위치추적 관제센터는 전자발찌가 보내는 신호를 감지한다. 다만 전국에 서울과 대전 두 곳뿐이다. 관제센터 직원들은 피부착자들의 위치가 ‘금지구역’에 진입하거나 장치에서 ‘훼손 신호’가 감지되면 즉시 경보를 울린다. 부착 장치 배터리가 25% 이하로 떨어질 경우에도 관제센터로 신호가 전송된다. 신호가 끊기거나 이상 징후가 보이면 인근 보호관찰관이 즉시 출동한다.
배터리 방전이나 고의적인 훼손 등은 사각지대다. 전자장치 부착법에 따르면 전자발찌를 신체에서 임의로 분리·훼손, 전파 방해 또는 수신 자료의 변조, 그 밖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미수범도 처벌받는다.

법무부는 전자발찌 훼손 및 훼손으로 인한 추가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내구성을 강화하고 있다. 1세대 전자발찌 스트랩은 실리콘으로 제작돼 공업용 가위로도 잘렸지만, 이후 스프링스틸, 스테인리스스틸 등이 더해지며 강도가 높아졌다. 7세대로 불리는 최신형 전자발찌는 금속 내장재가 15겹으로 늘고 외형도 금속 재질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발찌 피부착자들의 외출제한 규정 미준수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도 엄격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전자장치 부착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60대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성범죄 전과자 A 씨는 2023년 1월 17일 밤늦게까지 한 단란주점에서 술을 마신 뒤 택시를 잡지 못해 도보로 귀가했으며, 준수사항에 적시된 외출제한 시간을 10분 어긴 혐의를 받았다.
1·2심 재판부는 “고의로 제한 시간에 나갔다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 “(A 씨에 대한) 외출 제한의 취지는 달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A 씨가 단 1회 정해진 시간을 10분 넘겨 귀가한 것을 ‘규정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쟁점이었던 외출제한 준수사항 내 ‘삼갈 것’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원심과 다르게 ‘정해진 준수 기간 동안 야간 등 특정 시간대엔 원칙적으로 주거지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이 판결은 전자장치 부착법에 규정된 준수사항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판시한 첫 사례다. 또 대법원은 부과된 준수사항 내용, A 씨가 교육 또는 안내 받은 내용, 준수사항을 위반하게 된 구체적인 동기와 경위, 위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본 뒤 “준수사항 위반 행위에 해당하고,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도 없으며, 고의도 있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조두순의 사례도 유사하다. 조두순은 지난 2월 2일 외출제한 준수사항을 4차례 위반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그는 지난해 3월 1회, 5월 3회에 걸쳐 하교 시간대 무단 외출했는데, 모두 1~2분 만에 감시초소 근무자에게 제지당했다. 재판부는 다수의 형사처벌 전력이 있는 점, 외출 제한 위반으로 이미 실형을 선고(2023년 12월)받은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
곽준호 변호사는 “위치추적 전자장치는 관련법에 의해 사회적으로 합의된 내용”이라면서 “10분을 늦었더라도 법에 따라 처벌하는 것이 맞고, 대법원도 외출제한 규정을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다”면서 “전자발찌 사용례가 늘고 있어 앞으로 외출제한 규정 위반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는 것을 물론이고, 전자발찌 훼손에 대한 처벌도 엄격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출제한 준수사항을 개별 피부착자의 위험성에 따라 차등적으로 적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2023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KICJ)이 발간한 ‘전자감독 담당 보호관찰관의 지도감독 권한 범위에 대한 법적 검토와 해외 사례 연구’에 따르면 “전자감독 대상자의 위험성별로 준수사항을 차등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규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면서 “피부착자 전체를 대상으로 한 대폭적이고 일괄적인 감독 수준 상향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전자감독 기간 중 재범했거나 현행 감독기간 중 심각한 준수사항 위반 등이 있는 경우에만 대상자의 행동통제를 강화할 수 있는 준수사항을 차등 규정하는 등의 방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