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삼성전자·포스코 투입 계획 구체화…원청보다 하청 더 큰 피해, 정치권 AI기본법 등 준비

현대차그룹은 아틀라스의 활용을 구체화했다. 2028년까지 3만 대 규모의 로봇을 양산해 부품 분류작업에 투입하고, 2030년에는 부품 조립까지 활용도를 높일 계획도 밝혔다. 현대차그룹의 핵심 계열사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반발했다. “노조와의 합의 없이는 단 한 대의 로봇도 현장에 들어올 수 없다”며 사측의 투입 계획에 선을 그었다.
노조의 이 같은 반응은 궁극적으로 로봇이 노동자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자리잡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작업 현장에 투입되면 인간에 맞춰 설계된 설비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어 파급력이 크다.
현대차그룹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주요 생산 현장을 무인화하는 ‘무인공장’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계열사 레인보우로보틱스와 협력해 반도체 생산 라인에 로봇 투입을 검토하고 있다.
포스코는 미국 로봇 스타트업 ‘페르소나 AI’와 협력해 제철소 내 철강 제품 물류 관리에 휴머노이드 로봇 투입하기로 했다. 2026년 2월부터 실증 사업을 시작해 20~40톤(t)급 코일 작업 등 위험 공정에 사람과 로봇의 협업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피지컬 AI 기반 로봇의 산업 현장에 투입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AI와 로봇의 산업현장 투입에 대해 “거대한 수레를 피할 수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과 중국도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발표한 리포트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미래 핵심 산업으로 지정하고 2023년부터 중앙과 지방 정부가 연계해 발전 방향과 단계별 목표를 구체화하고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베이징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및 체화지능 표준화기술위원회’를 지난해 12월 설립해 중국 로봇 산업 경쟁력 제고를 꾀하고 있다. 미국 정보기술혁신재단(ITIF)도 미국 과학기술정책실(OSTP)의 ‘첨단 제조 국가전략계획’ 관련 요청정보에 대한 의견서를 통해 로봇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연성 덕성여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산업이 변화하면 이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역사적으로 늘 있어왔다”면서 “만약 업계에서 로봇 도입을 시작하면 싫든 좋든 발빠르게 투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도 “생산 현장에서의 로봇의 투입을 무조건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다”라면서 “노사 간 조율을 통해 로봇을 투입하면 더 큰 발전을 모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일자리가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유재원 메이데이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변호사·회계사·변리사 등의 인력이 하던 업무 상당 부분을 AI가 대체하면서 해당 인력에 대한 수요가 감소했다”면서 “피지컬 AI의 등장으로 AI의 영역이 확대되면 대부분의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일자리는 감소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로봇이 실제 산업 현장에 투입될 경우 신규 노동시장에 진입해야 하는 신입 구직자들이나 법률적인 사각지대에 있는 하청업체 노동자의 고용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면서 “이들이 시장에서 밀려나지 않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정치권 대응책 마련 고심
정치권에서는 선제적으로 해법 찾기에 나섰다.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일 AI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 개정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AI기본법의 ‘AI 기본계획’ 수립 시 △AI 기술 발전에 따른 고용 환경 변화 대응 △국민의 고용안정과 노동 전환 지원에 관한 사항을 명시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마련했다.
최 의원은 “AI와 로봇 도입을 통한 생산성 혁신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근로자의 고용 불안을 방치한다면 심각한 사회적 갈등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 발전의 혜택이 고용 안전망 강화로 이어지도록 정부 차원의 선제적이고 체계적인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지원도 고려 중이다.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은 지난 6일 AI 확산에 따른 산업전환에 대해 “헌법상 근로권을 정책의 출발점으로 삼아 노동시장 격차 해소와 지속 가능성 확보를 핵심 방향으로 가져가고 있다”며 “청년, 중소사업장, 비정규직 등 구조적으로 취약한 영역에 정책 자원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승길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피지컬 AI를 기반으로 한 로봇의 등장과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법과 제도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