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림로봇·현대무벡스 급등락 패턴 판박이…“실적 괴리 따른 차익 실현” “작전세력 개입 의혹” 해석 분분

지난해부터 투자자들의 시선이 집중된 로봇 분야는 국내 주식 시장에서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5일(미국 현지시각) CES 2026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이 로봇 전문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공개하면서 로봇 분야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한층 커졌다. 현대차 주가는 지난 1월 2일 종가 기준 29만 6500원에서 지난 4일 종가 기준 50만 4000원으로 약 69% 뛰었다. 두산그룹 계열사 두산로보틱스 주가도 같은 기간 41%(8만 300원→11만 3600원) 올랐고, 삼성전자 계열사 레인보우로보틱스 주가는 53%(49만 3500원→75만 7000원) 상승했다.
휴림로봇과 현대무벡스의 상승률은 더욱 높았다. 휴림로봇은 지난 1월 2일 종가 8190원에서 같은 달 21일 2만 1500원으로 162% 상승, 현대무벡스는 같은 기간 2만 3700원에서 4만 6350원으로 95% 올랐다. 휴림로봇은 두 차례(1월 20일, 22일), 현대무벡스는 한 차례(1월 22일) 투자경고 조치가 나오며 거래가 일시 정지되기도 했다.
두 기업 주가는 이후 하루 만에 30~40% 급락하며 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휴림로봇은 지난 1월 23일 최고가 기준 2만 6600원에서 종가 1만 5280원으로 42% 하락, 현대무벡스는 같은 날 최고가 5만 400원에서 종가 3만 3550원으로 33% 떨어졌다.

반면 주가는 급등했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흐름을 보면 휴림로봇 주가는 최저 1650원(2025년 4월 9일)에서 이달(2월) 4일 종가 1만 4340원으로 약 9배, 현대무벡스는 최저 3170원(2025년 4월 7일)에서 이달 4일 종가 3만 4700원으로 약 10배 올랐다.
최승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로봇 기업들은 아직 대부분 적자이며, 수익성 개선 및 흑자 전환이 올해 주가의 가장 큰 동인이 될 것”이라며 “고성장 기업은 매출 성장률과 영업이익률의 합이 40%를 넘으면 균형 잡힌 성장을 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이는 매출 성장에 치중해 수익성을 희생하는 기업을 걸러낼 수 있는 실질적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일각에서는 휴림로봇과 현대무벡스, 두 기업의 주가 흐름이 외국인 창구를 빌린 한국의 작전 세력, 이른바 ‘검은 머리 외국인’으로 불리는 투자 세력의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외국인 계좌를 이용해 거래량을 인위적으로 올려 투자자들을 유인하고 최고점에 도달했을 때 주식을 개인 혹은 기관 투자자들에 넘기는 수법으로 차익을 실현하는 이들이 주가 흐름에도 영향을 줬을 것이란 얘기다. 2003년 홍콩의 증권감독당국에 투자자문사로 등록해 외국인 투자자 행세를 한 한국인들이 복수의 코스닥 상장 기업을 상대로 수천 건의 고가 주문을 내며 주가를 올려 수십억 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사례가 대표적이다.
두 기업은 주가 상승 과정에서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빠르게 확대됐다. 네이버 금융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3%대에 불과했던 휴림로봇 주식 외국인 보유율이 11%대로 급등했다. 현대무벡스도 0~1% 수준이던 외국인 주식 보유율이 12월 말 3% 후반대로 상승했다. 새해 들어서도 어느 정도 유지됐던 두 종목 외국인 보유율은 지난 1월 19~26일 외국인 대량 매도로 떨어졌다. 주가가 급락한 1월 23일 외국인 순매수는 휴림로봇 –386억 원, 현대무벡스는 –357억 원을 기록했다.
두 기업 주식은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 이후 개인 투자자 비중이 확대된 뒤 거래량이 급감했다. 휴림로봇의 1월 23일 거래량은 9240만 건, 26일(다음 영업일) 1억 5331만 건에 달했으나 27일 3122만 건으로 급감, 지난 4일 992만 건으로 떨어졌다. 현대무벡스 주식 거래량은 1월 23일 1961만 건에서 27일 689만 건, 지난 4일 228만 건으로 떨어졌다.

다만 의혹이 실제로 규명, 관련자가 검거되는 사례는 드물다. 2016년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스닥 상장 기업 코데즈컴바인 주식을 9거래일 연속 순매수해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2위까지 오른 일과 관련해 당시 금융당국은 외국인 매수 수량이 크지 않은 점 등 인위적 조작으로 볼 만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주가조작 등 불공정 거래에 대한 감시가 강화돼 시장의 긴장성은 고조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1월 14일 자본시장 불공정거래행위 척결을 목표로 출범한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을 2팀 체재로 확대 운용하기로 했다. 또 신고 포상금 지급액 상한을 상향할 전망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5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주가조작이 ‘패가망신으로 귀결된다’는 인식이 시장에 확고히 자리 잡도록 하겠다”며 “자본시장 불공정 거래는 끝까지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증권학회장)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 자금이 유입되면 그만큼 조작도 용이하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성장성을 보고 투자한다고 해도 최소한 해당 기업의 실적은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합동대응단이 업무를 처리하고 있지만 여러 기관이 모인 합의체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며 “단기적으론 거래소의 이상 거래 감지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국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필요하다. 금융감독원의 인지 수사권이나 민생범죄특사경도 검토되고 있어 적극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