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가액·분할 비율에 주가 변동 달리 반영해 법리적 의문…재파기 가능성 낮지만 대법원 기준 제시 주목

법조계에 따르면 최 회장 측은 재산분할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현금과 SK(주) 주식을 함께 지급하는 방안을 노 관장 측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부 금액을 SK(주) 주식으로 지급하면서 향후 주가가 하락하면 차액을 보전하고, 반대로 주가가 오르면 상승분은 노 관장 측에 귀속시키는 조건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노 관장 측이 전액 현금 지급 입장을 유지하면서 양측은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상고심의 핵심 쟁점은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SK(주) 주식을 2024년 당시 가격으로 평가하면서 이후 주가 상승은 재산분할 비율에 반영한 판단이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주) 주식을 노 관장과의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하되, 대법원 파기환송 전 2심 재판의 마지막 변론일인 2024년 4월 16일을 기준으로 가치를 산정했다. 당시 SK(주) 종가는 주당 16만 원이었다. 재판부는 이혼 청구가 이미 확정된 점과 관련 대법원 판례 등을 근거로 파기환송 전 2심의 마지막 변론일을 재산가액 산정 기준 시점으로 봤다. 노 관장 측은 파기환송심의 마지막 변론일인 지난 6월 26일 당시 종가 81만 5000원을 기준으로 SK(주) 주식 가치를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노 관장의 재산분할 비율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는 SK(주) 주식 평가액에 반영하지 않은 2024년 이후 주가 상승을 고려했다. 재판부는 파기환송 전 2심 변론이 끝난 뒤 파기환송심 변론이 마무리될 때까지 SK(주)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데에는 최 회장의 경영 활동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하면서도 부부가 혼인 기간 함께 형성한 공동재산을 공평하게 나눈다는 재산분할의 취지를 고려해 주가 상승을 분할 비율 산정에 참작했다.
이 같은 판단을 거쳐 노 관장의 재산분할 비율은 환송 전 항소심의 35%에서 33.3%로 낮아졌고, 최 회장이 지급해야 할 재산분할금은 9440억 원으로 결정됐다. 앞선 대법원 판결에 따라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은 노 관장 측의 기여로 인정되지 않았고, 최 회장이 SK그룹 경영 과정에서 친족 등에 증여해 더 이상 보유하지 않은 일부 주식도 분할 대상에서 제외됐다.

분할 비율 산정 과정에 대해서도 논쟁의 여지가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엄경천 변호사(법무법인 가족)는 “주가의 폭등락을 분할 비율에 고려하는 것 자체는 가능하지만, 가격 변동을 재산가액 산정에 참작한 뒤 같은 사정을 다시 분할 비율에도 반영하는 것은 다소 어색하다”며 “앞서 대법원이 노 관장의 분할 비율 35%가 높다는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는데 33.3%로 정한 것도 파기환송 취지와 다소 어긋나는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이번 재상고심에서 파기환송심 결론이 다시 뒤집힐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장예준 변호사는 “재산분할의 평가 시점이나 기여도는 재판부의 재량이 상당히 큰 영역”이라며 “파기환송 이후 새롭게 판단된 부분에서 다시 다툴 만한 법리적 쟁점이 많지는 않아 재파기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판결의 유지 여부와 별개로, 대법원이 재산가액 산정의 기준 시점과 예외 적용 기준을 얼마나 명확히 정리할지는 주목할 부분이다. 엄경천 변호사는 “법리상의 아쉬움이 판결 결과 자체를 다시 뒤집을 정도는 아니어서 상고가 기각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다만) 현재 재산분할 기준 상당 부분이 판례를 통해 형성돼 있어 일반인은 물론 가사 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루지 않는 법조인도 이해하기 쉽지 않은 만큼, 이번 재상고심에서 대법원이 재산가액의 기준 시점과 예외 적용 기준을 보다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