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사회 논란 속 국민연금 ‘일반투자’ 전환…사장 선임·사외이사 교체 앞두고 주주권 행사 여부 관심
KT 이사회는 최근 셀프 연임, 무자격 사외이사, 인사권 개입 논란 등으로 거버넌스 신뢰를 둘러싼 비판을 받고 있다. 외유성 출장, 사외이사 개인 관련 의혹도 제기돼 내부 통제 부실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복수의 KT 노조와 내부 구성원들은 이사회를 공개 비판하며 기존 이사들의 총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국민연금의 이번 투자목적 변경은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이행한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6일 국민연금공단 업무보고 자리에서 연기금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인 ‘스튜어드십 코드’를 언급하며 “보유하고 있는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한다. 기업의 경영을 좌지우지하지 않더라도 이상한 일을 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통제를 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KT 이사회 관련 각종 논란이 중첩되자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로 KT 이사회를 감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KT 이사회는 지난해 3월 이사 4명이 상호 추천과 자체 평가 방식을 통해 재선임되면서 ‘셀프 연임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해 11월에는 대표이사가 부문장급 인사나 주요 조직 개편을 단행할 경우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이사회 규정을 개정해 경영진 권한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KT 이사회는 구성원(사외이사)의 자격 변동 문제를 적시에 파악하지 못한 책임으로 관리 부실 논란도 키웠다. 조승아 전 사외이사는 KT 사외이사직에 있던 중 2024년 3월 현대제철 사외이사로 추가 선임됐고, 같은 해 4월 현대차그룹이 KT 최대주주가 되면서 이해관계 충돌 소지가 제기됐다. 규정에 따르면 당시 조 전 사외이사에 대해 이사직 상실 조치가 이뤄져야 했지만 이사회 차원 통제가 이뤄지지 않은 사이 조 전 이사는 연말 사장 선임 절차에 참여, 12월 최종 심층 면접 전 단계까지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이보다 뒤늦은 12월 17일이 돼서야 조 전 이사의 사외이사 자격 상실 사실을 공시했다.
지난해 해킹 사고 수습과 가입자 대량 이탈, 인사·조직 개편 등을 앞둔 중대한 시점에 KT 사외이사들이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 전시회 ‘CES 2026’에 대거 참석하면서 ‘외유성 출장’ 논란도 불거졌다. 사외이사 개인 관련 의혹도 있다. 이 아무개 사외이사는 독일 위성업체 리바다 투자 알선과 인사 청탁 의혹을 받고 있으며, 현직 고려대 교수인 김 아무개 사외이사는 KT와 고려대가 기술연구개발 협약을 맺은 것과 관련해 이해관계 충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렇다 보니 국민연금의 적극적 개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KT 전·현직 임직원으로 구성된 ‘K-Business 연구포럼’ 한영도 의장(전 상명대 교수)은 지난해 12월 30일 지속경제경영연구원 블로그를 통해 “이사회 등 내부 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외부의 최소 통제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지키는 장치가 될 것”이라며 “국민연금 등 주요주주들은 KT를 흔들기 위해서가 아닌 정상화를 위해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민연금은 KT 이사회 운영 관련 사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국민연금은 KT 이사회가 주요 조직 개편을 단행할 때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규정을 개정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이에 KT 이사회는 9일 쇄신안 발표를 통해 국민연금과 협의를 통해 이사회 규정과 정관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KT 이사회는 이외에도 사외이사 8인 중 2명을 교체하고, 사외이사 평가제 등 이사회 투명성 강화를 위한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의혹이 불거진 사외이사에 대해서는 제3의 독립적인 기관에 의뢰해 객관적인 조사 등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KT새노조 역시 “껍데기뿐인 쇄신을 넘어 인적 적폐 청산과 실질적인 지배구조 개혁을 촉구한다”며 “해킹 사태와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경영진-이사회 간 유착과 갈등으로 기업 가치가 곤두박질친 상황에서 나온 이번 발표가 과연 KT의 고질적인 거버넌스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가올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이 대표이사나 사외이사 선임에 대해서도 주주권 행사 수위를 높일지 관심이 쏠린다. 국민연금은 과거 2023년 KT 대표이사 연임을 추진하던 구현모 전 대표와 이후 차기 후보로 내정된 윤경림 전 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에 대해 잇따라 반대 입장을 밝히며 선임 절차에 제동을 건 바 있다.
이번 주주총회에서는 지난해 이사회 의결을 거쳐 내정된 박윤영 신임 대표이사(후보) 선임 안건과 현 KT ESG위원회 위원장인 윤종수 김앤장법률사무소 환경 고문, 김영한 숭실대 전자정보공학부 교수, 권명숙 전 인텔코리아 대표이사 등 사외이사 선임 안건 등이 의결될 예정이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