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개 단체서 자녀 등 61건, 진종오 의원 “체육 행정 공정성 저해 우려”…최근 이해충돌 방지 규정 도입

28개 종목단체에서 보고한 ‘임원과 선수 간 친인척 관계’는 총 61건이었다. 이 가운데 54건은 선수가 임원의 직계비속(자녀)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체조협회를 비롯한 일부 종목단체에선 부모인 임원이 자녀의 국가대표 선발 관련 회의에 직접 참여했다.
44개 종목단체 가운데 39곳은 기타공직유관단체로 지정돼 있다. 승마, 골프, 롤러, 가라테, 주짓수 등 5개 종목을 제외한 나머지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기타공직유관단체 임원은 공직자로 분류된다. 공직자는 이해충돌 방지 의무를 지닌다.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제7조는 ‘직무관련자가 사적 이해관계자와 관련된 인사채용 및 우수자 선발 등 직무를 수행할 때 공직자는 (사적 이해관계자임을 안 날부터) 14일 이내에 신고 및 회피·기피 신청을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적 이해관계는 ‘친족’이다.

여서정이 포함된 국가대표 선발명단 유지를 위해 여 전무이사가 주도적으로 선발전 이후 평가배점표를 조작한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여 전무이사는 경기력향상위원회 소속이 아님에도 회의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관련기사 [단독] ‘여서정 보류’에 급했나…여홍철, 국가대표 평가점수 “사후 조작” 정황).
체육계 한 관계자는 “스포츠 레전드들이 타고난 재능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을 뭐라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면서도 “레전드 출신 부모나 친지들이 종목단체 임원으로 활동하며, 각종 행정적 요소에서 ‘태극마크’를 물려주려 시도할 경우엔, 체육계 전반에 걸친 공정성을 훼손할 만한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대한체육회가 개정한 규정에 따르면, 종목단체 임원 또는 경기력향상위원회 위원은 △심의대상자가 본인 또는 친족일 경우 △심의대상자와 동일한 소속팀일 경우 △그 밖의 공정을 기할 수 없는 타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중 하나에 해당하면, 국가대표 선발 관련 회의 심의·의결에 참여할 수 없다.
종목단체 임원이나 경기력향상위원회 위원이 위 세 가지 사유 중 하나 이상에 해당한다면, 이해관계자로서 그 사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해 이사회 또는 경기력향상위원회에 기피·회피 신청을 해야 한다. 세 가지 사유 중 하나 이상에 해당함에도, 심의·의결에 참여한다면 해당 안건 심의·의결은 무효화된다.
대한체육회는 종목단체 임원이 경기력향상위원회 겸직을 금지하는 규정도 신설했다.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 임원 개입 여지를 최소화시키려는 일환으로 풀이된다. 단 특정 분야에 전문적 식견이 있는 등 부득이한 사유가 존재할 경우엔 이사회 의결을 거쳐 임원에 대한 경기력향상위원회 겸직을 허용할 수 있게 된다.
체육계 안팎에선 이번 대한체육회 규정 변경 파급력이 클 것으로 본다. 그동안 대부분 종목단체에서 ‘임원 부모’와 ‘선수 자녀’의 조합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던 까닭이다. ‘임원-선수 간 친인척 관계’ 존재 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점도 호평을 받는다.
그러나 새로운 규정의 실효성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선수 출신 부모가 임원이 아니더라도, 친분 있는 임원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를 완전히 예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규정 개정과 별개로 체육계의 지속적인 자정 노력과 세밀한 모니터링이 동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 종목단체 관계자는 “스포츠 종목단체에서 부모가 임원이고 자녀가 선수인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라면서 “시스템적으로 친족관계 기반 특혜 발생 여지를 차단할 수 있다면, 체육계 전반에 걸쳐 경각심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진 의원은 “특히 일부 종목단체에서 자녀가 포함된 국가대표 선발 회의에 부모 임원이 직접 참여한 사례까지 드러난 만큼, 규정 위반 여부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책임 있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며 “대한체육회가 제척·기피·회피 의무를 명문화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조치로,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느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