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 출연 오바마 농담성 발언에 트럼프 정치적 대응…실제론 과거 소련에 대한 연막용으로 ‘음모론’ 조장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64)의 입에서 나온 이 짧은 한마디가 수십 년간 지속 되어온 외계인 논란에 다시 불을 지폈다. 곧이어 직접 본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미국의 전직 군 통수권자가 외계 생명체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사실은 많은 미국인들에게 놀랍게 다가왔다. 이 발언을 계기로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일명 ‘외계인 고문 및 실험 장소’라고 불렸던 ‘51구역’의 정체를 둘러싼 의혹 역시 다시 불거졌다. 오바마의 폭탄 발언이 주말 사이 온 미국을 강타하자 심기가 불편해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79)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오바마가 국가 기밀을 유출했다고 비난하는 한편, 국방부를 비롯한 관련 부처와 기관들을 향해서는 외계인의 존재와 관련된 파일들을 공개할 것을 지시했다.

대통령이 된 후 가장 먼저 묻고 싶었던 질문이 무엇이었느냐는 물음에도 오바마는 농담조로 “외계인은 어디에 있나?”였다고 답했다. 이처럼 오바마는 시종일관 가볍게 답했지만, 그 후폭풍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전직 군 통수권자의 입에서 나온 ‘진짜’라는 단어는 순식간에 전 세계 음모론자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고, 소셜미디어(SNS)와 유튜브에는 “전직 미 대통령이 외계인의 존재를 인정했다”라는 자극적인 콘텐츠들이 쏟아졌다.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결국 오바마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장문의 해명글을 올려야 했다. “스피드 퀴즈 분위기에 맞추려다 오해가 생긴 듯하다”고 운을 뗀 그는 “통계적으로 우주는 너무나도 광대해 어딘가에 생명체가 존재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태양계 간 거리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멀기 때문에 외계인이 우리를 방문했을 가능성은 낮다. 재임 기간 동안 나는 외계 지성체와 인류가 접촉했다는 증거를 본 적이 없다. 정말이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의 반응은 매서웠다.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한 트럼프는 즉각 전임 대통령인 오바마를 향한 정면 공격에 나섰다. 에어포스 원에서 진행된 즉석 기자회견에서 트럼프는 “그는 기밀 정보를 유출했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큰 실수를 저질렀다”며 비난을 퍼부었다. 이에 기자가 “외계인의 존재를 확인해주는 것이냐”고 되묻자 답을 피하면서 “그들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오바마가 기밀 정보를 유출했다는 사실이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오바마의 발언을 실언이나 농담이 아닌 ‘기밀 유출’로 규정하며 정치적 압박을 가한 것이다.

트럼프의 이런 저돌적인 행보를 두고 미 언론은 정치적 계산이 깔린 노림수라고 분석했다. 오바마를 ‘기밀 유출자’로 몰아붙이는 동시에 자신은 ‘숨겨진 진실을 공개하는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차지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한편 외계인 논쟁이 시작될 때마다 미국인들의 머릿속에는 항상 특별한 장소가 하나 떠오르곤 한다. 바로 네바다주 사막 한가운데 위치한 ‘51구역’이다. ‘호메이 공항’ 또는 ‘그룸 레이크 공군기지’가 정식 명칭인 이곳은 지난 수십 년간 UFO 마니아들에게는 성지로 통했다. 지하 기지인 이곳에서 비밀리에 미 정부가 추락한 우주선을 역설계하고 있다거나, 외계인 사체를 해부하고 있다는 음모론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의혹에도 줄곧 침묵으로 일관해왔던 미 정부가 ‘51구역’의 존재를 처음 인정한 건 2013년이었다. 하지만 밝혀진 진실은 외계인과는 거리가 멀었다. 당시 CIA가 기밀 해제한 355쪽 분량의 보고서에 따르면, ‘51구역’은 외계인 수용소가 아니라 미국이 소련을 따돌리기 위해 개발한 첨단 병기를 비밀리에 테스트하는 시험장이었다. 즉, 미국의 자존심이었던 U-2 고고도 정찰기와 옥스카트, 그리고 훗날의 B-2 스텔스 폭격기까지 당대 기준으로는 비현실적으로 보였던 비행체들이 이곳에서 시험됐다.

더 충격적인 반전은 사실 따로 있었다. 2024년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한 미 국방부 산하 ‘전영역 이상현상 조사국(AARO)’의 조사 결과가 그랬다. 이 조사로 미 정부의 침묵이 단순한 방관 수준에 머물렀던 게 아니었음이 드러났다. 다시 말해 국방부가 소련의 눈을 속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UFO 음모론을 조장하고 퍼뜨렸다는 것이다. UFO 미스터리를 일종의 ‘연막’처럼 활용했던 셈이다.
이와 관련, AARO의 초대 국장이었던 숀 커크패트릭 박사는 스텔스 전투기와 극비 무기 프로그램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조작된 사진과 허위 정보가 퍼져 나갔다고 폭로했다. 일례로 1980년대 한 공군 대령은 ‘51구역’ 인근의 한 술집을 방문해 주인에게 UFO처럼 보이는 조작된 사진들을 건넸다. 이 사진들은 곧 UFO가 실제 존재한다는 증거인 양 술집 벽에 걸렸고, 이후 술집을 비롯한 ‘51구역’ 인근에는 UFO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하지만 훗날 해당 대령은 조사관들에게 “기밀이었던 F-117 나이트호크 스텔스 전투기에 대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공식 명령에 따라 행동했을 뿐이다”라고 시인했다.

이에 수십 년 동안 공군의 신임 지휘관들은 부임 당시 브리핑의 일부로 UFO 사진이 담긴 서류를 건네받았으며, 자신이 외계 기술을 연구하는 초특급 비밀 부대에 합류했다고 믿었다. 이들은 이 거짓말을 철저히 믿었고, 배우자에게조차 평생 이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조사 결과 최소 12명 이상의 고위급 군인이 여기에 속아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으며, 펜타곤은 AARO가 이 문제를 지적한 2023년에서야 비로소 이 관행을 공식적으로 금지했다.
AARO가 1945년부터 현재까지의 모든 목격담과 정부 조사를 분석해서 내린 결론은 허탈할 정도로 명확했다. 즉, “외계 지성체나 외계 기술의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라는 것이었다. 우리가 보았던 기이한 궤적의 비행체들은 대부분 미국의 비밀 무기였거나 기상 현상이었다. 또한 보고서는 대중문화(영화, 책, SNS)가 UFO에 대한 대중의 환상을 강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으며, 이것이 정부의 기만전술과 결합돼 거대한 음모론의 성을 쌓았다고 분석했다.
이제 공은 트럼프에게 넘어간 상태다. 그가 약속대로 정부 파일을 낱낱이 공개했을 때 대중은 과연 실망할까, 아니면 또 다른 비밀을 목격하게 될까. 한 가지 확실한 건 지난 70년간 펜타곤이 쏘아 올린 연막탄이 이제야 서서히 걷히기 시작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