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포화 맞고 있는 장동혁 하차 가능성 고개…반복된 비대위가 당 체질 악화시켰단 비판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제명 이후 국민의힘에는 인화물질이 켜켜이 쌓여가고 있었다. 결국 장동혁 대표를 향한 친한계 공세가 격화하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이어졌다. 이 와중에 장 대표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1심 무기징역 선고에도 불구, ‘절윤’을 거부하자 국민의힘 내부는 마침내 화염에 휩싸였다.
‘반 장동혁’ 선봉에 서있는 한동훈 전 대표가 가장 먼저 불을 붙였다. 그는 장 대표의 절윤 거부 발언이 나오자마자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보수 재건을 위해 장동혁을 끊어내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보수가 죽는다”고 장 대표를 직격했다.
국민의힘 현직 원외 당협위원장을 비롯한 25명도 한 전 대표 페이스북 글이 나온 직후인 2월 21일 성명을 내고 장동혁 대표를 향해 “더 이상 당을 민심 이반의 늪으로 밀어 넣지 말고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12·3 계엄에 대한 법원의 판결 취지를 양심의 흔적 운운하며 폄훼하는 반헌법적 인식에 우리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면서 “비판 세력을 절연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하며 당원들을 갈라치기 하는 리더십은 국민의힘을 스스로 폐쇄적인 성벽 안에 가두는 자해적 고립에 불과하다”고 쏘아붙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장 대표 언급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며 “고집스럽게 국민 대다수의 정서와 괴리된 주장을 반복하는 것으로는 국민의 사랑과 지지를 받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이성권 의원은 2월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 대표는 국민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며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과하라. 국민과 싸우는 당 대표가 설 곳은 어디에도 없다”고 했다.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2월 23일 시사인 유튜브 ‘김은지의 뉴스인’에 출연해 “장 대표와 국민의힘이 하는 행동은 결과적으로 이재명 정부를 도와주는 것”이라면서 “그쪽(민주당)에서 보면 (장 대표는) 귀염둥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또 “윤석열 씨의 계엄이 있었기 때문에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며 “그렇게 중앙 정권을 갖다 바쳤는데 이번에는 장동혁 대표와 극우파가 이렇게 행동해 지방 정권까지 갖다 바치고 있다”고 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2월 24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현재 국민의힘의 행보로는 6·3 지방선거에서 대구조차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리고는 장 대표를 향해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겠다면서 윤어게인을 하자는 건 이율배반적”이라며 “그런 사고방식으로는 일반 국민에게 호소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안팎 모두에서 장 대표를 향해 비판이 쏟아지는 형국 속에 엄호 사격도 나왔다. 당협위원장 25명의 장 대표 사퇴 촉구가 나오자 당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는 2월 22일 성명을 내 “장 대표는 115만 당원의 지지와 신임을 받는 합법적이고 정당한 지도자”라며 “장 대표의 정당성을 흔드는 모든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했다.
조광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월 25일 SNS(소셜미디어)에서 “내부 분란만 일으키는 사람이 있다”며 “이재명 정부와 여당의 오만한 국회 운영에는 한마디도 못하면서 당내에서 소란만 피운다고”고 저격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때리는 발언으로 받아들여졌다.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지금 분위기상으론 장 대표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장 대표의 개인 자질과 능력이 문제라는 여론이 퍼지고 있다”면서 “선거를 목전에 두고 당이 뒤숭숭하다. 비대위건, 선대위건 뭐라도 해야 하는데 또 그 과정에서도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비대위 출범을 거론하지만 ‘백약이 무효’라는 한탄이 많다. 당 대표만 교체한다고 당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 시선이다. 습관적으로 비대위를 띄우는 것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높다.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가결 직후였던 2016년 12월말 ‘인명진 비대위’를 출범했다. 새누리당은 같은 해 4월 치러진 총선에서 패배하고 ‘김희옥 비대위’를 구성한 바 있다. 한 해에 비대위를 두 차례 출범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시절인 2010년 김무성 비대위를 시작으로 2011년 정의화 비대위, 2012년 박근혜 비대위, 2014년 이완구 비대위까지 보수정당의 비대위 의존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비대위원장이었던 인명진 목사는 훗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비대위 체제에 대해 “위기모면용이지, 제대로 혁신하고 받아들이려고 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일갈했었다. 자신이 비대위를 맡았을 당시 상황에 대해서도 “당을 수습하고 전당대회 열고 대통령 후보를 뽑는데 딱 100일이 걸렸는데 (끝나고 나니) 나보고 나가라고 하더라. 언제 떠나냐고 하더라”고 회고했다.
인 목사 언급처럼 비대위를 혁신의 기회가 아닌 위기를 잠시 모면하는 수단으로 삼았던 국민의힘은 이후에도 비대위를 반복했다. 대선 패배를 했지만 2017년 7월 당대표로 복귀했던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2018년 6월 지방선거 참패로 물러나자 같은 해 7월 김병준 비대위가 출범했다.
2019년 2월 황교안 대표가 선출돼 미래통합당이 출범했지만 2020년 4월 총선에서 또 다시 패했다. 같은 달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간판을 올렸고 국민의힘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후 2021년 6월 30대 이준석 대표가 들어오는 파격을 드러냈지만 이 대표 역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당을 떠나야 했다.
이준석 전 대표가 나간 후 ‘정진석 비대위→김기현 당대표→한동훈 비대위→황우여 비대위→한동훈 당대표’로 이어지며 제대로 된 리더십을 세울 기회는 없었다. 한 전 대표가 물러난 뒤 ‘권영세 비대위→김용태 비대위→송언석 비대위’를 거쳐 장동혁 대표 체제가 들어섰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고깃집에서 불판 갈듯이 지도부를 쉽게 무너뜨리는 악습을 만들다보니 보수정당의 지도부 권위가 완전히 무너졌고 민주적 정당성의 무게감도 사라졌다”며 “이제부터라도 구성원들 모두 선을 넘지 않는 인내의 모습을 보여야 당의 무질서 현상이 해소되고 이런 내부 정비를 거쳐야 선거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고 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최병준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