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꽉 찬 ‘MB 낙하산’ “나 떨고 있니…”
▲ 박근혜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세운 ‘한국거래소 공공기관 해제’가 검토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회사 한국예탁결제원과 코스콤도 희망에 부풀어 있다. 일요신문 DB |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지난 22일 정부 조직 개편안 후속안을 공개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윤곽이 드러났다. 각 부처 하부 조직들의 이동과 폐지, 신설이 확정되자 부처 공무원들뿐 아니라 산하 공공기관(공기업)들도 자신들의 운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의 입맛에 따라 공공기관 지정과 해제가 이뤄지는 데다 기관장들의 자리도 오락가락하는 탓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공공기관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숨기지 않는 곳은 한국거래소다. 한국거래소는 이명박 정부 내내 공공기관 지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해외 거래소와 공동 사업을 벌이기 위해서는 공공기관 해제가 필요하다는 ‘명분’을 대기도 했다. 정부는 그때마다 독점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공공기관 해제를 막아왔다. 또 한국거래소 직원들의 높은 연봉(2012년 1인 평균 1억 1453만 원으로 공공기관 중 1위)을 들어 방만 경영을 막기 위한 공공기관 지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두고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거래소 본사가 있는 부산의 민심을 얻기 위해 한국거래소 공공기관 해제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탓이다. 실제 기획재정부는 오는 31일 있을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안건에 한국거래소 공공기관 해제 건을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사항인 한국거래소의 공공기관 해제를 4년 만에 적극 검토키로 한 셈이다.
한국거래소 공공기관 해제가 검토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거래소뿐 아니라 한국예탁결제원과 코스콤도 희망에 부풀어있다. 한국예탁결제원과 코스콤은 한국거래소가 각각 70.4%와 76.6%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공공기관에서 해제될 경우 자회사인 한국예탁결제원과 코스콤도 자동적으로 공공기관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 산업은행은 공공기관 재지정 가능성이 높아 긴장하고 있다. 일요신문 DB |
이에 반해 산은금융지주와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의 경우 다시 공공기관에 지정될 가능성이 높아 긴장하고 있다. 산은은 정부 지분이 100%로 사실상 정부 소유 기관이고, 기업은행의 경우 정부가 68.6%를 가진 대주주다.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정부의 투자·출자 또는 재정 지원에 의해 설립, 운영되는 기관은 공공기관으로 지정된다. 정부 지분이 100%인 산은이나 70%에 육박하는 기업은행 모두 공공기관에서 해제될 이유가 없다. 정부 지분이 하나도 없는 한국거래소가 공공기관인 것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극명하다.
산은과 기업은행이 지난 2012년 1월에 공공기관에서 제외된 이유는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 멘토인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의 입김 때문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강만수 회장은 회장 취임 때부터 산은 공공기관 해제를 약속해왔다. 기업은행은 산은지주와 산업은행만 공공기관 해제하기에 눈치가 보인 정부가 함께 해제시킨 경우다.
이처럼 각 기관들이 공공기관 해제에 몸이 다는 이유는 예산과 인사 때문이다. 공공기관에 속해있으면 매년 정부에서 정한 임금 인상률(2102년 2%) 등을 포함해 예산안에서 살림을 꾸려야 한다. 직원도 맘대로 뽑을 수 없다. 특히 이명박 정부에서 공공기관 직원 수를 줄이도록 해왔기 때문에 신입 직원을 뽑으려면 기존 직원을 먼저 내보내야 했다. 공공기관에서 해제되면 이러한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공공기관장이나 임원들 역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움직임에 신경을 쓰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정권 교체가 있은 뒤 공공기관장과 임원들에 대한 대규모 물갈이가 있었던 전례가 있어 인사 태풍이 또다시 불어 닥칠 가능성이 큰 탓이다.
임기가 1년 이상 남아있는 공공기관 기관장이나 임원들의 경우 교체시 낙하산 인사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올해 안에 임기가 끝나는 기관장 등이 교체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인 ‘알리오’에 공개된 공공기관 임원 현황에 따르면 올해 임기가 종료되는 기관장과 임원은 모두 367명이나 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산은금융지주와 중소기업은행의 공공기관 지정해제, 한국거래소 공공기관 지정은 기관장 인사 수용과 거부라는 다른 이유 때문이지만 근본적으로는 낙하산 인사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전문성이나 관련성이 있는 인사를 공공기관장이나 임원에 앉히지 않는 한 정부가 바뀔 때마다 공공기관 지정과 해제, 낙하산 인사와 물갈이 인사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준겸 언론인
공공기관 통제방식 변천사
예산권은 몰라도, 인사권은 못내줘!
공공기관을 지금처럼 5가지 유형별로 구분하고, 관리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6년부터다. 정부 수립 이후인 1948년부터 1962년까지는 공공기관에 대한 통일된 규정 자체가 없었다. 개별 설립법에 따라 공공기관들이 생겨난 탓에 주무장관들이 산하 공공기관에 대한 예산과 인사 권한을 행사했다. 그러다 1962년 ‘투자기관 예산회계법’이 제정되면서 공공기관은 주무부처뿐 아니라 재정당국의 통제를 받게 됐다. 재정당국이 예산을 통제하고, 주무장관은 임원 임면권을 가진 것이다. 단 기관장은 대통령이 임면하도록 했다.
‘투자기관 관리기본법’이 만들어지자 1984년 이후로는 공공기관에 대한 통제가 정부로 일원화됐다. 이와 함께 정부의 예산승인권이 폐지되면서 일부 통제 수단은 완화됐지만 대통령의 기관장 임면권은 그대로 유지됐다. 외환위기를 겪은 1997년 이후에는 공기업에 대한 민영화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한국통신(현 KT)과 담배인상공사(현 KT&G),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등이 민영화됐다. 2006년에 공공기관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공공기관을 공기업(시장형·준시장형), 준정부기관(기금관리형·위탁집행형), 기타공공기관 등으로 분류했다. 이 과정에 사각지대에 있던 기관들이 대거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서 정부 관리대상 공공기관 숫자가 101개에서 314개로 늘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9년에는 공공기관 전체 숫자는 297개로 줄면서 300개 이하로 내려왔다.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2012년에는 286개 기관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처럼 공공기관 지정과 통제 방식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기관장과 임원에 대한 정부의 임면권이다. 결국 정부의 뜻에 맞는 사람을 내려 보내거나 물갈이를 할 수 있는 권한은 포기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준겸 언론인
예산권은 몰라도, 인사권은 못내줘!
공공기관을 지금처럼 5가지 유형별로 구분하고, 관리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6년부터다. 정부 수립 이후인 1948년부터 1962년까지는 공공기관에 대한 통일된 규정 자체가 없었다. 개별 설립법에 따라 공공기관들이 생겨난 탓에 주무장관들이 산하 공공기관에 대한 예산과 인사 권한을 행사했다. 그러다 1962년 ‘투자기관 예산회계법’이 제정되면서 공공기관은 주무부처뿐 아니라 재정당국의 통제를 받게 됐다. 재정당국이 예산을 통제하고, 주무장관은 임원 임면권을 가진 것이다. 단 기관장은 대통령이 임면하도록 했다.
‘투자기관 관리기본법’이 만들어지자 1984년 이후로는 공공기관에 대한 통제가 정부로 일원화됐다. 이와 함께 정부의 예산승인권이 폐지되면서 일부 통제 수단은 완화됐지만 대통령의 기관장 임면권은 그대로 유지됐다. 외환위기를 겪은 1997년 이후에는 공기업에 대한 민영화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한국통신(현 KT)과 담배인상공사(현 KT&G),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등이 민영화됐다. 2006년에 공공기관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공공기관을 공기업(시장형·준시장형), 준정부기관(기금관리형·위탁집행형), 기타공공기관 등으로 분류했다. 이 과정에 사각지대에 있던 기관들이 대거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서 정부 관리대상 공공기관 숫자가 101개에서 314개로 늘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9년에는 공공기관 전체 숫자는 297개로 줄면서 300개 이하로 내려왔다.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2012년에는 286개 기관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처럼 공공기관 지정과 통제 방식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기관장과 임원에 대한 정부의 임면권이다. 결국 정부의 뜻에 맞는 사람을 내려 보내거나 물갈이를 할 수 있는 권한은 포기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준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