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까지 ‘셀 코리아’… 대형주 쇼핑족 주의
연초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뱅가드’다. 뱅가드는 세계 인덱스펀드(시장지수에 따라 투자하는 펀드)업계 3위인 미국의 자산운용사. 뱅가드가 최근 투자기준을 ‘MSCI’(모건스탠리와 캐피탈그룹이 만든 지수)에서 ‘FTSE’(영국 파이낸셜타임즈가 만든 지수)로 바꾸고 있다. 전세계에 걸쳐 투자하는 이들은 코스피나 다우존스처럼 세계시장을 아우를 주가지수(인덱스)를 만들어 투자기준으로 삼는다. MSCI는 전세계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다. FTSE는 이보다 덜 사용하지만, 상대적으로 이용 비용이 싸다. 뱅가드가 기준을 바꾸는 이유다.
문제는 한국시장이 MSCI에서는 신흥국인데, FTSE에는 선진국이란 점이다. 글로벌 인덱스펀드는 투자대상 국가들의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펀드 내 비중만큼 투자한다. 한국은 MSCI신흥국펀드 내에서는 15.3%의 비중을 차지하지만, MSCI선진국펀드 내에서는 2.3%의 비중에 불과하다.
뱅가드가 운용중인 인덱스펀드의 총 규모는 1700억 달러(약 181조 원, 2011년 말 기준)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선진국펀드가 1000억 달러, 신흥국펀드가 700억 달러다. 따라서 2011년 말 기준 뱅가드의 한국 투자규모는 107억 달러다. 뱅가드가 한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하면 신흥국펀드는 107억 달러를 팔고, 선진국펀드가 23억 달러를 사야 한다. 빼고 더하면 약 84억 달러가 한국시장에서 순유출되는 셈이다.
뱅가드는 1~6월 25주간에 걸쳐 107억 달러를 팔 예정인데, 매주 4억 달러가 넘는 규모다. 얼핏 얼마 되지 않아 보이지만, 이들이 주로 파는 종목들은 삼성전자, 현대차 등 코스피 지수에 영향이 큰 대형주들이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뱅가드 입장에서도 주가가 하락하면 손해이니만큼 급격한 주가하락을 바라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주가가 오르는 것을 방해하는 효과는 충분히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선진국펀드가 23억 달러를 매수해야 하지만, 그 시기나 방법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게 없다.
이 같은 뱅가드의 보유주식 매도는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적잖은 부담을 주고 있다. 지난해 증시에서 가장 많은 투자자들이, 가장 좋은 성과를 낸 종목은 삼성전자다. 특히 포트폴리오로 투자하는 기관투자자들이나 펀드투자자들은 삼성전자가 포함된 ETF로 재미를 봤다.
일반 인덱스펀드는 순자산 내 삼성전자를 담을 수 있는 비중이 전체 시장 내 삼성전자 비중인 15~17%에 불과하지만, ETF는 최고 30%까지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연초부터 뱅가드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주식을 내다팔면서 삼성전자 비중이 큰 ETF를 중심으로 수익률 타격이 현실화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에서는 매주 1000억 원 이상의 외국인 순매도가 감지되고 있다.
뱅가드 이후에도 복병은 있다. 코스피는 이미 4차례나 MSCI신흥지수에서 MSCI선진지수로의 도약을 시도하다 좌절했는데, 올해는 성공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MSCI선진지수로 편입되는 게 꼭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MSCI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 규모는 세계적으로 약 5조 달러다. 선진지수가 87%이니 약 4조 3500억 달러, 신흥지수가 나머지인 약 6500억 달러라고 한다. 한국시장 규모는 선진지수 내 2.3%, 신흥지수 내 15.3%다. 따라서 신흥지수 내 한국의 투자규모는 약 995억 달러다. 그런데 선진지수 내 규모도 1000억 달러로 비슷하다.
올해는 선진국 간에 수출경쟁력을 위해 경쟁적으로 자국화폐를 평가절하하려는 화폐전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값싼 선진국 자금이 신흥국 증시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신흥시장은 더 커지고, 선진시장은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
익명의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증시의 트렌드가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옮겨가는데 괜히 한국만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옮겨갈 경우 추가적으로 유입되는 자금 없이 괜한 자금유출입 빈도만 높아져 시장 불안이 가중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뱅가드는 한국에서 회수한 신흥국펀드 자금을 중국이나 브라질 등 신흥국에 투자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하반기 한국이 MSCI선진지수에 편입된다면 MSCI신흥국펀드 역시 비슷한 전략을 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글로벌 증시전문가들 가운데 올해 유망시장으로 한국을 꼽는 이도 거의 없다. 브라질이나 중국이 한국보다는 상대적으로 매력이 더 높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까닭이다.
최열희 언론인
뱅가드그룹은… 세계 인덱스펀드업계 3위인 미국의 자산운용사. 뱅가드가 기준 지수를 MSCI에서 FTSE로 바꾼 것은 이용료가 훨씬 싸기 때문이다.
사상 최대 실적 현대차그룹 주가 빠진 까닭
환율 장애물에 혼다 역습까지…
새해 들어 시가총액 2위 현대차 주가가 5%가량 빠졌다. 6위 기아차는 -7%, 가장 알짜라는 4위 현대모비스는 -8%의 ‘거꾸로’ 성적표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채 2%도 하락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곤두박질이라 할 만하다. 제쳤다고 여겼던 일본 혼다에 시가총액 역전도 허용했다.
가장 표면적인 이유는 환율이다. 2009년부터 4년간이나 이어졌던 엔(円)강세, 원(₩) 약세가 깨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가장 많다. 지난 24일 발표한 현대차의 지난해 영업실적은 매출 84조 4697억 원, 영업이익 8조 4369억 원이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다. 하지만 이날 증시에서 현대차 주가는 폭락했다. 기아차도, 현대모비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유는 내용에 있었다. 영업이익률이 10%로 전년 동기 대비 0.3%포인트 감소했는데, 분기별로 보면 지난해 2분기 11.6%로 정점을 이루다 3분기 10.1%, 4분기 8.1%로 내리막길이다. 게다가 올해는 미국과 유럽에 이어 일본 역시 내수부양에 사활을 걸고 있다. 자국 업체 보호와 환율전쟁을 통한 수출경쟁력 개선 노력이다. 현대차그룹으로서는 경쟁자들의 복귀와, 환율보호막 강화라는 양동작전에 걸려들 위험이 크다. 만만하던 중국 자동차업체들의 추격도 거세다. 소형차에 이어 현대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아성을 구축한 아반떼 급의 준중형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현대차도 일본이 내준 준중형급 시장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교두보를 마련한 경험이 있다.
해외시장이 어려울 때 든든한 언덕이 돼 주던 내수시장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이제 웬만한 수입차 브랜드는 다 국내시장에 터를 잡았다. 수입차 점유율도 중대형세단에서는 10%가 넘는다. 환율전쟁으로 인한 원화강세는 국내 소비자들이 수입차 구매력을 더 높이고 있다.
익명의 자동차 담당 애널리스트는 “현대차그룹의 서슬이 워낙 시퍼렇다보니 대놓고 얘기는 못하지만,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도 당분간 자동차주에서 크게 기대할 게 없을 것이란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면서 “수출주 대부분이 원화강세와 글로벌 경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글로벌 ‘넘버1’을 굳힌 삼성전자 등 일부 IT주가 아니면 요즘 같은 상황에서 좋을 실적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열희 언론인
환율 장애물에 혼다 역습까지…
새해 들어 시가총액 2위 현대차 주가가 5%가량 빠졌다. 6위 기아차는 -7%, 가장 알짜라는 4위 현대모비스는 -8%의 ‘거꾸로’ 성적표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채 2%도 하락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곤두박질이라 할 만하다. 제쳤다고 여겼던 일본 혼다에 시가총액 역전도 허용했다.
가장 표면적인 이유는 환율이다. 2009년부터 4년간이나 이어졌던 엔(円)강세, 원(₩) 약세가 깨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가장 많다. 지난 24일 발표한 현대차의 지난해 영업실적은 매출 84조 4697억 원, 영업이익 8조 4369억 원이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다. 하지만 이날 증시에서 현대차 주가는 폭락했다. 기아차도, 현대모비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유는 내용에 있었다. 영업이익률이 10%로 전년 동기 대비 0.3%포인트 감소했는데, 분기별로 보면 지난해 2분기 11.6%로 정점을 이루다 3분기 10.1%, 4분기 8.1%로 내리막길이다. 게다가 올해는 미국과 유럽에 이어 일본 역시 내수부양에 사활을 걸고 있다. 자국 업체 보호와 환율전쟁을 통한 수출경쟁력 개선 노력이다. 현대차그룹으로서는 경쟁자들의 복귀와, 환율보호막 강화라는 양동작전에 걸려들 위험이 크다. 만만하던 중국 자동차업체들의 추격도 거세다. 소형차에 이어 현대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아성을 구축한 아반떼 급의 준중형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현대차도 일본이 내준 준중형급 시장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교두보를 마련한 경험이 있다.
해외시장이 어려울 때 든든한 언덕이 돼 주던 내수시장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이제 웬만한 수입차 브랜드는 다 국내시장에 터를 잡았다. 수입차 점유율도 중대형세단에서는 10%가 넘는다. 환율전쟁으로 인한 원화강세는 국내 소비자들이 수입차 구매력을 더 높이고 있다.
익명의 자동차 담당 애널리스트는 “현대차그룹의 서슬이 워낙 시퍼렇다보니 대놓고 얘기는 못하지만,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도 당분간 자동차주에서 크게 기대할 게 없을 것이란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면서 “수출주 대부분이 원화강세와 글로벌 경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글로벌 ‘넘버1’을 굳힌 삼성전자 등 일부 IT주가 아니면 요즘 같은 상황에서 좋을 실적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