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하오훙 당이페이 왕싱하오 등 강자들 연파…“랭킹 1위 탈환? 신진서 뒤 든든히 받쳐줄 것^^”

반면, 어느덧 서른을 훌쩍 넘긴 박정환에 대한 기대치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2021년 삼성화재배 우승 이후 메이저 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고, 특히 초읽기가 짧은 피셔 방식의 속기전은 반사 신경이 뛰어난 10대와 20대 기사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분석 때문이었다. 박정환 스스로도 “2021년 이후 계속 벽에 부딪히는 느낌이었다”고 고백했을 만큼, 그의 우승을 점치는 이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박정환은 보란 듯이 그 모든 편견을 실력으로 깨버렸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쉬하오훙, 춘란배 우승자 양카이원, 응씨배 우승자 이치리키 료, 란커배 우승자 당이페이 등 각국을 대표하는 강자들을 차례로 잠재우며 결승에 올랐고, 결국 중국이 신진서의 대항마로 애지중지 키워온 북해신역배 우승자 왕싱하오마저 노련한 승부 호흡으로 제압했다.
박정환은 2021년 11월 삼성화재배를 우승한 이후 4년여 만에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을 맛봤다. 또한 통산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 횟수를 공동 7위에 해당하는 7회로, 프로 통산 우승 횟수를 37회로 늘렸다. 또한 30세가 넘어 세계대회를 제패한 기사는 2003년 12월 조치훈 9단이 47세로 삼성화재배를 우승한 이후 22년여 만이다.

준우승을 차지한 왕싱하오 9단 역시 패배를 깔끔하게 인정했다. 그는 “박정환 9단의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중반 전투에서 내가 기회를 날린 뒤 심리적으로 흔들렸고, 박정환 9단의 노련함을 넘지 못했다”고 총평했다. 비록 우승컵은 내주었지만, 왕싱하오 또한 “뼈를 깎는 심정으로 준비해 다시 결승 무대를 밟겠다”는 포부를 밝혀 향후 박정환-신진서 라인과 중국 신예들 간의 치열한 각축전을 예고했다.
박정환 9단의 우승 소식이 전해지자 바둑 팬들은 열광했다. 주요 바둑 커뮤니티에는 “그동안 새가슴이라 비판받던 박정환이 나이를 먹어 심장 싸움에서 이겼다”, “신진서에게 연패할 때 끝난 줄 알았는데, 이창호와 이세돌도 못 한 서른셋의 우승을 해내다니 정말 장하다”는 응원 글이 쏟아졌다. 특히 팬들은 그동안 묵묵히 한국 바둑의 암흑기를 지탱해 온 박정환의 헌신에 주목했다. 한 팬은 “신진서 9단이 독보적인 1위로 고군분투하는 상황에서, 선배인 박정환 9단이 그 짐을 나누어 진 것 같아 더욱 감격스럽다”는 댓글을 남겨 많은 공감을 얻었다.

제1회 신한은행 세계기선전의 우승 상금은 세계 최고 규모인 4억 원, 준우승 상금은 1억 원이며 제한시간은 피셔 방식을 택해 각자 기본 30분에 착수할 때마다 추가로 20초가 주어졌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