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률 10% 미만’ 뒤집고 경이적인 21연승…누적상금 100억 돌파 25세 최연소 달성

이번 최종국은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대역전 드라마였다. 대국 초반, 신진서는 평소답지 않은 완착을 범하며 고전했다. 상변 접전에서 행마가 꼬이면서 백 대마가 사활의 위기에 몰렸고, 인공지능(AI) 승률 그래프는 한때 ‘흑 16집 이상 유리, 승률 90% 이상’을 가리키며 신진서의 패배를 예견했다. 프로 데뷔 이후 일본 기사에게 44승 무패라는 압도적 성적을 기록 중이던 신진서였기에 현장의 충격은 더 컸다.
그러나 위기의 순간 신진서의 진가가 드러났다. 승부처에서 그는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추격을 시작했다. 특히 시간 관리에서의 우위가 결정적이었다. 제한시간 1시간의 바둑에서 이치리키 료가 초읽기에 몰린 반면, 신진서에게는 25분의 여유가 남아있었다. 결국 131수 무렵 초읽기에 몰린 이치리키 료에게서 치명적인 자충수가 나왔고, 신진서는 이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정확한 수순으로 응징하며 단숨에 형세를 뒤집었다.

경제적인 성취도 독보적이다. 이번 대회 우승 상금과 연승 상금을 더해 신진서의 통산 누적 상금은 100억 5648만 원을 기록했다. 이는 이창호, 박정환 9단에 이은 역대 세 번째 기록이자, 만 25세라는 최연소 나이에 달성한 최단기간 기록이다. 이창호 9단이 40세 무렵 100억을 돌파한 것과 비교하면 신진서의 기세가 얼마나 압도적인지 알 수 있다.
우승 후 인터뷰에서 신진서는 “이치리키 료 9단이 정확하게 보고 있을 줄 알고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실수가 나왔을 때는 기회가 왔다고 믿었다”며 “반성해야 할 바둑을 둬서 아쉬운 마음도 컸지만, 우리 팀원들과 감독님께 기쁨을 드릴 수 있어 행복하다”고 전했다.

이번 대회 최연장자로 일본의 4장으로 나선 이야마 유타는 중국 양카이원, 한국 박정환, 중국 딩하오 9단을 잇달아 꺾으며 일본 팀에 엄청난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가 중국의 두터운 허리를 끊어준 덕분에 일본은 오랜 만에 최종 우승 결정전에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아쉽게 마지막 주자 이치리키 료 9단이 우승컵을 놓치긴 했지만, 일본이 농심배에서 중국을 밀어내고 한국과 최종 우승 결정전을 치른 것은 무려 20년 만의 일이다.
한편 한국 바둑은 이번 우승으로 농심배 통산 18회 우승이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이어가게 됐다. 신진서라는 확실한 에이스가 이끄는 한국, 여전히 강력한 선수층을 보유한 중국, 그리고 오랜 침묵을 깨고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일본까지. 신진서의 21연승 신화와 일본 바둑의 부활이 맞물린 이번 농심배는 향후 세계 바둑 판도가 더욱 치열하고 흥미진진하게 전개될 것임을 예고하며 막을 내렸다.
(주)농심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하는 제27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의 우승 상금은 5억 원이다. 본선 3연승부터는 1000만 원의 연승 상금을 지급하며 이후 1승을 추가할 때마다 1000만 원이 적립된다. 이번 대회 3연승을 거둔 신진서 9단과 이야마 유타 9단에게는 1000만 원의 연승 상금이 수여됐다. 제한시간은 각자 1시간에 60초 1회가 주어졌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