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비중 낮고 팜유 등 값은 상승, 원화 약세까지…“검토 중이지만 인하 가능성 미지수”

공정위는 CJ제일제당, 삼양사, 사조동아원 등 7개 밀가루 업체도 비슷한 담합이 이뤄졌다고 보고 과징금 부과를 위한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에게 부과될 과징금이 설탕 담합 과징금 규모를 웃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담합 규모가 더욱 크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들은 담합 사실이 드러나자 설탕과 밀가루 가격을 낮췄다. 밀가루의 경우 최대 6% 가격을 낮췄다. 설탕·밀가루 가격이 내려가면서 이를 재료로 사용하는 식품업계도 가격 인하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밀가루와 설탕 비중이 높은 제빵업계에서 빠르게 움직였다.
파리바게뜨는 빵류 6종 제품에 대해 100~1000원 가격을 낮췄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도 빵과 케이크 17종 제품을 대상으로 가격을 인하했다. 평균 인하율은 8.2%다. 제빵업계가 제품 가격 인하에 나서자 시선은 자연스럽게 라면업계로 옮겨지고 있다.
하지만 라면업체들은 가격 조정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 취임 초부터 라면 가격은 주요 관심사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취임 직후 “라면 한 개에 2000원 한다는데 진짜인가요?”라며 라면 가격을 겨냥한 바 있다
라면업계는 이 같은 정부의 기조에 당장 화답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우선 밀가루가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 밀가루 가격 인하가 라면 가격 인하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라면업계 한 관계자는 “빵의 경우 밀가루와 설탕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라면은 그 절반인 10~20% 수준”이라면서 “이외에 라면을 튀기는 팜유나 포장재의 원료가 되는 원유 등 다른 부자재의 가격이 인상 압박을 받고 있어 실제 가격 인하를 단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팜유는 올해 들어 가격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거래소에 따르면 팜유 선물의 경우 2025년 대부분 톤(t)당 900달러 대에서 거래되다가 올해 들어 1074달러까지 치솟은 이후 1000달러 선을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WTI) 원유도 지난해 대체로 50달러에서 거래되다 올해 1월 13일 60달러를 돌파한 이후 지난 4일 75.94달러까지 급등한 상황이다.

정부가 이미 라면 가격을 통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하 여력이 없는 점도 가격 인하를 어렵게 하고 있다. 라면은 소비자물가 품목으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라면 가격 인상에 대해 민감하게 주시하고 있다. 라면 가격 상승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라면업계에 가격 인하 여력이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일반적으로 라면 가격은 정부의 통제를 받고 있어 애초에 마진율이 높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라면업계 다른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라면 가격 인하 여력이 있는지 검토 중에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소비자가 체감할 만큼) 인하하기 어려워 실제 인하까지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