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R 과세 기준 모호 업종별 사정도 달라 자산 재평가 의무화 필요…관심 커진 ‘저PBR주’ 차별화 전망도

지난 3월 5일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다음 입법 과제로 주가 누르기 방지법이 부상했다. 앞서 2월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앞으로 주가 누르기 방지법 같은 추가적인 제도 개혁이 뒷받침되면 자본시장 정상화 흐름도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3월 5일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도 이 대통령은 “저평가된 시장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공정, 합리성, 예측 가능성이 중요하다”면서 주가 누르기 방지법 등 입법에 속도를 높일 것을 주문했다.
주가 누르기 방지법은 기업 승계를 앞둔 오너 일가가 상속·증여세를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회사의 주가를 누르는 행위가 만연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법안이다. 현재 상장주식은 상속·증여세가 부과되는 재산의 가액을 계산할 때 상속·증여 시점 전후 2개월간 평균 시가로 평가한다. 주가가 높을수록 세금이 증가하는 구조다. 지난해 5월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엔 PBR 0.8 미만인 기업은 상속·증여세를 계산할 때 시가로 평가하지 않고 순자산가치에 0.8을 곱해 세금을 책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주가 누르기 방지법은 정부의 대표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 중 하나다. PBR이 1배 아래라는 것은 기업을 청산했을 때보다도 주가가 낮게 평가받고 있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올해 1월 기준 코스피 상장사 중 66% 정도가 PBR 1배 미만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동시에 잡음도 나오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PBR 0.8 이상의 기업도 주가를 누르고 싶은 유인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장사 소액주주 대표를 지낸 한 투자자는 “PBR 0.8 이상의 개별 종목은 지배주주의 절세 유혹으로 주가 하방 압력을 받게 된다”며 “PBR을 배제하고 모두 순자산가치 기준으로 상속·증여세를 과세해야 온전히 기업 가치로만 평가받는 시장 논리가 작동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업종별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건설이나 철강 등 설비투자가 많이 필요하거나 업황 전망이 좋지 않은 업종은 구조적으로 PBR이 낮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월 5일 기준 코스피에 상장한 제약 업종의 PBR은 3.26이었다. 반면 건설, 화학, 유통 업종의 PBR은 각각 0.98, 0.85, 0.84였다. 기재위 소속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상속세율은 과도하다는 인식이 있는 것은 맞지만, 시가보다 공정한 평가 지표는 없다”라고 말했다.
PBR에 자산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과거 기업이 취득한 토지 등 유형자산에 재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상장사의 자산 재평가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의 투자자는 “상장사의 자산 재평가를 의무화하면 PBR은 하락하고 주당 순자산가치(BPS)는 증가한다”며 “시장의 가치 반영은 자연스럽게 주가 상승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형평성 문제에 대해 앞서의 이소영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비상장사도 주식가치를 순자산가치의 80%로 하한선으로 두고 있어 (PBR 0.8 미만인 상장사에 과세할 때도) 최소한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부담이 지나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지난해 발의한 법안엔 상장사 최대주주의 상속·증여세 20% 가산세율을 삭제하고, 세금의 현금 납부가 어려우면 물납을 허용하는 내용도 담겼다. 기업 부담이 조금은 늘어날 수 있지만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주는 것”이라며 “(자산 재평가 의무화 논의가 가능한지 여부는) 아직 말씀드리기가 어렵다. 다만 합리적인 수준에서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법안에) 추가로 반영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라고 덧붙였다.
#“PBR 낮은 종목들 중에서도 차별화”
저PBR주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다. 은행주가 대표적이다. KRX 은행 지수는 2월 2일 1398.08에서 2월 27일 1655.74로 18% 상승했다. 이 기간 은행주 중에서도 PBR이 상대적으로 낮은 iM금융지주, 기업은행 등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더 올랐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은행주의 PBR이 많이 상승했지만 금융 업권 내 증권·보험주에 비해 낮다”며 “저PBR 중소형 은행주들의 키맞추기형 주가 상승이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PBR이 낮은 종목 중에서도 차별화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으로는 주가가 싸다는 이유만으로 오르는 현상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주가 변동성이 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정책 기대감으로만 오른 종목과 실적이 받쳐주는 종목의 차별화가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