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핵심 자회사 지분 보유 상황에 따라 차이…지주사 체제 전환 여부도 영향

그룹 시총 1, 2위를 다투는 삼성과 SK그룹 총수가 가장 대비된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해 274%, 올 들어 38% 넘게 급등해 각각 125%, 41% 오른 삼성전자보다 시총 증가폭이 훨씬 더 컸다. 그런데 총수 개인의 주식평가액 증가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압도한다.
최태원 회장이 개인으로 보유한 핵심 상장사 지분은 (주)SK에 사실상 집중돼 있다. (주)SK 주가는 지난해 95%, 올해 29% 상승했다. 지난해 초(2025년 1월 2일 시가)부터 지난 2월 4일(정규장 종가 기준)까지 최 회장의 (주)SK 지분 가치는 2조 5873억 원 증가했다.
반면 이재용 회장은 삼성전자 외에도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SDS 등 여러 상장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11조 3390억 원, 삼성생명 2조 2000억 원, 삼성물산 6조 8000억 원, 삼성SDS 3000억 원 등 지분 가치 증가액이 20조 6907억 원에 달했다.
그룹 시총 3, 4위인 현대차와 LG도 비슷하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오토에버 등 주요 계열사의 주가가 고르게 오르며 같은 기간 상장 주식 가치가 4조 6655억 원 늘었다. 반면 구광모 LG 회장은 보유 상장지분이 (주)LG에 집중돼 있는데, (주)LG 주가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제한되면서 같은 기간 주식평가액 증가는 5396억 원에 그쳤다.

지주사는 여러 자회사를 지배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주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된 경우가 많다. 특정 자회사 기업가치가 상승해도 지주사에는 지분율만큼만 반영되는 구조다. 여기에 ‘지주사 할인’도 존재한다. 예컨대 지주사가 보유한 자회사 지분 가치(순자산가치·NAV)가 100이라면 지주사 주가가 70에 거래되는 일이 흔하다. 자회사 가치의 합계가 100인데도 지주사는 70만 인정받는 셈이다. 왜 이럴까.
첫째, 자회사 이익이 곧바로 지주사 현금흐름으로 올라오지 않는다. 자회사 배당 정책, 세금, 지주사의 관리비용 등이 중간에 끼며 ‘자회사 가치=지주사 가치’가 1 대 1로 연결되지 않는다. 둘째, 지주사는 자회사 지분을 ‘가지고는 있어도’ 쉽게 팔 수 없다. 지분을 팔면 지배력이 흔들리고 시장 충격도 커지기 때문이다. 셋째, 지배구조 리스크다. 시장은 지주사 체제에서 주주환원이 자회사만큼 공격적으로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 할인율을 붙이곤 한다.
LG와 SK는 2000년대 초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사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총수 일가는 사업회사 지분을 지주회사에 현물 출자해 자금 투입 없이 지배력을 높였지만, 보유 지분은 할인(디스카운트)의 굴레에 묶이기 쉬운 구조로 바뀌었다.
반면 삼성과 현대차는 삼성물산과 현대모비스라는 사실상의 지배 축이 있었지만,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지 못했다. 금산분리(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정리)와 순환출자 해소(총수 일가의 핵심 계열사 지분 매입)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은 주력 계열사 지분을 직접 보유한 형태를 상당 부분 유지할 수 있었고, 주가 상승의 과실이 보다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구조가 됐다.
#경영권 승계 방식도 변수로 작용
사실상 지주사 체제에 가깝지만 공식 지주사 형태는 아닌 시총 5, 6위의 한화와 HD현대 총수 일가의 희비도 지배구조에 따라 엇갈린다. 상장사 ‘직접 보유’뿐 아니라 총수 일가의 비상장 지배회사(개인회사)를 통한 ‘간접 보유’가 차이를 만들었다.
한화는 최근 주가 랠리에서 시총이 가장 크게 늘어난 기업집단으로 꼽힌다. 지난해부터 지난 4일까지 주가 상승률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306%, 한화오션 286%, 한화시스템 439%에 달한다. 그룹 내 시총 1~3위 계열사가 모두 급등하며 지주사 격인 (주)한화 주가도 355%나 급등했다. 이에 따라 김승연 회장과 아들 삼형제(김동관·동원·동선)가 보유한 (주)한화 지분 가치는 6433억 원에서 2조 9312억 원으로 크게 불어났다.
눈길을 끄는 것은 아들 삼형제가 지배하는 한화에너지다. 지난해 12월 28일까지는 삼형제가 100% 지배하다 일부(20%)를 매각했지만 여전히 총수 일가의 개인회사에 가깝다. 한화에너지는 (주)한화(22.16%), 한화에어로스페이스(0.35%), 한화시스템(12.8%) 등의 상장 계열사 지분을 보유 중이며, 4일 종가 기준 가치가 5조 2533억 원에 달한다.
한화에너지(자회사 포함)는 한화오션 지분도 2237만 주가량 보유했지만 지난해 2월 이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1조 3000억 원에 매각했다. 현재까지 보유했다면 가치는 3조 2287억 원에 달했을 것이다. 한화에너지는 올해 기업공개(IPO·상장)를 추진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4조~6조 원 수준이 거론된다. 상장이 성사될 경우 삼형제의 ‘시장평가(가치)’가 크게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반면 HD현대그룹은 총수 일가의 지분이 사실상 지배회사인 HD현대에 집중돼 있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정기선 회장의 지분 가치는 2025년 이후 지금까지 HD현대 주가가 238.5% 상승하면서 4조 971억 원 늘었다. 상장사 기준 증가액만 놓고 보면 한화 총수 일가의 상장사 직접 보유분(2조 2879억 원)보다 많다. 다만 한화에너지가 상장하면 구도가 역전될 여지도 있다.

총수가 있는 금융그룹 간 대결도 눈길을 끈다. 지주사 체제가 아닌 미래에셋, 다우키움그룹과 지주사 체제인 메리츠, 한국금융지주의 상황이 엇갈린다.
미래에셋은 미래에셋증권 주가가 2025년부터 2월 4일까지 539% 폭등했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사실상 개인회사인 미래에셋캐피탈을 통해 미래에셋증권을 간접 지배하고 있다. 미래에셋캐피탈이 보유한 미래에셋증권 지분 가치는 2025년 초 1조 5049억 원에서 지난 4일 9조 6194억 원으로 8조 1114억 원 이상 폭등했다. 미래에셋캐피탈은 박현주 회장과 가족이 35.06%, 박 회장이 지배하는 가족회사가 49% 등 83.75%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지주사 체제가 아닌 키움증권 김익래 회장도 비슷한 구조다. 김익래 회장은 다우데이터와 다우기술을 통해 키움증권을 지배한다. 키움증권 주가는 2025년 이후 282.4% 상승했고, 다우기술이 가진 지분 가치는 1조 2927억 원에서 4조 9435억 원으로 3조 6508억 원 증가했다. 다만 키움은 ‘개인→비상장’ 사다리가 아니라 ‘상장→상장’으로 연결된 구조다. 다우기술도 상장사이고, 최대주주도 상장사인 다우데이터다. 그래서 주가 상승의 과실이 최상단(총수 개인)으로 올라오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완만할 수 있다.
메리츠금융그룹과 한국금융지주는 총수가 직접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 지분 가치는 2025년 이후 8236억 원에서 2조 4569억 원으로 1조 6333억 원 늘었다. 같은 기간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 지분 가치는 10조 1168억 원에서 11조 8567억 원으로 1조 7399억 원 증가했다. 메리츠금융 시총이 한국금융지주의 2배에 달하고, 조정호 회장의 지분율도 55.78%로 김남구 회장(20.7%)보다 높아 주가 상승률이 낮아도 보유지분 가치 증가액은 비슷한 수준이 됐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