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우·원두재 부상 이탈 속 황인범 중심 재편…A매치서 백승호·박진섭 등 경쟁 본격화

홍 감독의 고심이 깊은 포지션은 미드필더다. 그는 지난 16일 열린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중앙 미드필더 포지션은 월드컵에 가기 전까지 실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고민이 반영된 듯 직전 대표팀 대비 새롭게 이름을 올린 인원 5명 중 3명이 중앙 지역에서 뛰는 미드필더다.
대표팀은 중앙 미드필드에 가용 자원을 연이어 잃었다. 홍 감독 체제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던 박용우는 지난해 9월 소속팀 알아인에서 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입었다. 이후 '대안 1순위'로 불리던 원두재마저 지난 2월 어깨 부상으로 5개월 이탈이 확정됐다.
홍 감독은 이들과 같이 좋은 피지컬을 갖추고 안정적인 플레이를 하는 수비형 미드필더를 즐겨 사용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박용우와 원두재는 울산 HD에서 뛰던 시절 홍명보 감독과 함께한 인연이 있고 이들은 중용을 받았다. 국가대표팀에서도 그 기조는 이어졌으나 가장 중요한 무대인 월드컵 본선에서는 이들을 활용하기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이 중 황인범은 대표팀 핵심 자원으로 꼽힌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에 올랐던 2018년부터 건강이 허락된다면 꾸준히 A매치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소속팀 경기에서 부상을 당했음에도 홍 감독은 그를 불러들일 정도로 믿음을 주고 있다.
결국 중앙 미드필더 두 자리 중 한 곳을 황인범이 꿰찬다면 나머지 한 자리를 누구에게 맡기느냐가 현재 대표팀의 주요 이슈다. 후보군 중 A매치 출장이 가장 많은(23경기) 백승호는 전임자 박용우, 원두재에 비해 다소 공격적이라는 평을 받는다. '미드필드 붙박이' 황인범과 역할이 다소 겹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어깨 부상을 안고 있다는 변수도 존재한다.
박진섭은 활동량과 몸싸움 등 비교적 수비적인 능력에 밸런스가 치우친 자원이다. 그간 홍명보 감독 체제에서는 주로 수비수 포지션에서 출전했다. 실제 수비수와 미드필더를 오갈 수 있는 자원이다. 이번 명단에서는 미드필더로 분류돼 향후 활용 방안에 관심이 집중된다.
권혁규 역시 대안으로 다수의 입에 오르내리는 인물이다. 신장 191cm의 좋은 피지컬이 장점으로 꼽힌다. 대표팀 내 이렇다 할 장신 미드필더가 없다는 점도 그에게는 이점이다. 이번 2025-2026시즌에는 프랑스에서 활약하다 독일로 무대를 옮겼다. 다만 A매치 출전 1경기로 홍 감독과 호흡을 맞춘 경험이 많지 않다.

김진규와 홍현석은 공격적인 롤을 맡는 미드필더로 분류된다. 부상으로 빠진 박용우와 원두재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무리가 있다. 홍현석의 경우 '황인범 이탈을 대비한 자원'이라는 설명이 뒤따르기도 했다.
결국 홍 감독의 고민은 월드컵 본선 직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정해진 것은 없다. 5월이라도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대표팀에 뽑힐 수 있다"는 말을 남겼다.
이상윤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도 "홍명보 감독의 고민에 100% 공감한다"고 말한다. 그는 "중앙에서 안정감을 잡아주는 미드필더는 오랫동안 우리 대표팀이 부족함을 느껴왔던 포지션이다. 부상자가 나오면서 팀을 구성하기 더 어려워졌다"면서 "그간 출전 시간도 그렇고 백승호, 박진섭이 앞서 있다고 봐야한다. 권혁규는 분발이 필요하다. 이번 평가전에서 실험이 중요하다. 상대에 따른 맞춤 기용도 고려해볼 수 있다. 홍 감독 말대로 마지막까지 지켜봐야 한다. 더 이상 부상 선수만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미드필드 외에 공격과 수비 지역에서도 변수는 존재한다. 대표팀은 2025년부터 백3 실험을 이어오고 있다. 평가전 일정 막판에는 다시 백4 시스템을 혼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공격에서는 백업 자원에 대한 선택, 최근 호조를 보이는 오현규의 활용 방안에 대한 고심이 지속될 전망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