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병합 결정 전년 대비 8배 폭증…병합 이후 액면가 밑돌면 퇴출 대상, 시총·매출 등도 고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2월 12일 발표한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방안’에 따르면 오는 7월 1일부터 주가가 1000원 미만인 동전주 대한 상폐 요건이 생긴다. 코스피·코스닥 시장 모두 동일하게 적용된다.
동전주에 대한 상폐 요건은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주가 1달러’ 이상을 유지해야 하는 페니 스톡(Penny stock) 규제를 참고한 것이다. 30거래일 연속 1000원 미만인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지정 이후 90거래일 중 45거래일 연속 기준을 미달하면 상폐 절차가 진행된다.
최근 동전주 상폐 규제를 면하기 위해 주식병합을 시도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주식병합은 여러 개의 주식을 하나로 합쳐 주당 액면가와 주가를 높이는 방식을 의미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초부터 3월 19일까지 공시된 주식병합 결정은 총 142건이다. 지난해 연간 공시 건수인 17건 대비 8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 주식병합을 결정한 기업 중 코스닥 비중이 78.2%(111개사)에 달했다.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유통되고 있는 주식 수가 너무 많다고 판단했을 경우에는 물량 조절 차원에서 주식병합을 단행했던 경우가 있었으며, 애초에 주가가 너무 떨어져 있는 경우에는 투자자 입장에서 메리트가 없어 보이기 때문에 이미지 탈피 차원에서 주식병합이 이뤄졌다”면서도 “최근 주식병합 결정이 많아진 건 향후 시행될 동전주 상장 폐지 요건을 회피해야 하는 목적이 강해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주식병합 후 주가가 액면가 미만인 기업에 대해서도 상장폐지 요건에 포함했다. 예컨대 액면가 500원, 주가 300원인 기업이 동전주 상폐요건 회피를 위해 4 대 1 비율로 주식병합을 하면 주가는 1200원이 된다. 주가는 1000원을 넘겼지만, 액면가(2000원)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여전히 상폐 대상이 된다.
주식병합을 단행해도 주가가 변동되지 않는 이상 시가총액은 그대로다. 상장유지를 위한 시가총액 기준은 코스닥 시총 기준은 2026년 150억 원, 2027년 200억 원, 2028년 300억 원이었으나, 2026년 7월 200억 원, 2027년 1월 300억 원으로 시기가 앞당겨졌다. 코스피 시총 기준도 2026년 200억 원, 2026년 7월 300억 원, 2027년 500억 원으로 단계적 상향된다.
상장을 유지하기 위한 매출 기준은 단계적으로 강화된다. 코스피 매출 기준은 기존 50억 원에서 2027년 100억 원, 2028년 200억 원, 2029년 300억 원으로 강화된다. 코스닥 매출 기준은 30억 원에서 2027년 50억 원, 2028년 75억 원, 2029년 100억 원이다.
완전자본잠식, 공시위반 요건도 강화된다. 현재는 사업연도 말 기준 완전자본잠식인 경우만 상장폐지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반기 기준 완전자본잠식인 경우에도 실질심사를 거쳐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된다. 공시위반에 따른 상장폐지 기준은 최근 1년간 공시벌점 15점 누적에서 10점으로 조정됐다. 중대·고의 불성실공시 위반을 1번이라도 하면 상폐 대상이 된다.
이와 관련, 김용진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주식병합이나 M&A 등의 방법을 통해 동전주 규제나 시가총액 유지 요건을 면한다고 해도 본질적인 기업 가치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러한 경우도 시장을 왜곡하는 행위이며, 투자자들 입장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할 요소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준서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인수 주체가 자기자본을 많이 들이지 않고 외부 자금이나 피인수회사의 자산·현금흐름을 활용해 회사를 사들이는 소위 무자본 M&A(인수합병) 세력이 동전주를 주 타깃으로 여겨왔는데, 해당 세력 입장에서는 올해 상반기가 마지막 기회”라며 “일반투자자 입장에서는 내부 상황을 확실하게 파악하고 무자본 M&A 등 자본시장 질서를 해치는 행위에 대해서도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