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4조 원대 회복, 52주 신고가 눈길…AI와 5G·6G 등 설비투자는 부담 요소

통신주는 전기·가스·수도와 같은 유틸리티, 필수소비재 등과 더불어 대표적인 경기방어주로 꼽힌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등 통신은 경기 변동과 상관없는 필수 서비스이기 때문에 경기 침체기에도 사용량이 급감하지 않아 매출과 이익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지난해 국내 통신 3사 모두 해킹사태로 곤욕을 치렀지만, 통신 3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2년 만에 4조 원대를 회복했다. SK텔레콤은 2025년 영업이익이 1조 732억 원으로 전년 대비 41.4% 감소했지만 KT와 LG유플러스의 영업이익은 각각 2조 4691억 원, 8921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05%, 3.4% 늘었다.
정지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통신사와 마찬가지로 국내 통신주도 증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구간에 방어주로서의 기능을 과거 여러 차례 입증해 왔다”고 분석했다.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인한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로 국내 증시에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도 국내 통신주는 방어주로서 면모를 보였다. 코스피 지수는 종가 기준 이란 사태 직전인 2월 27일 6244.13에서 3월 11일 5609.95로 10.16% 감소했다. 같은 기간 KRX 방송통신은 6.53% 감소했다.
다만, 통신사업의 매출 성장성을 두고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GlobalData)는 ‘한국 통신 사업자 국가 지능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통신 및 유료방송 서비스 매출이 2024년 318억 달러에서 2029년 326억 달러(약 43조 원)로 연평균 성장률 0.5%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5G 가입자가 꾸준히 늘어 모바일 데이터 서비스 매출은 향후 5년간 연평균 3.6%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유·무선 음성 서비스 매출 감소가 성장세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분석됐다. 무료 통화 분량을 요금제에 기본 포함하고, 카카오톡 보이스톡 등 인터넷·앱 기반 통화 플랫폼을 이용하는 추세 때문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이동통신은 기본적으로 해외 사업이 어려운 내수 산업인데, 각 국가가 국유자산인 주파수를 경매해서 통신사에 임대해주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에서는 휴대전화가 사실상 전 국민에 보급된 상태이고 인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성장에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통신 3사는 최근 앞다퉈 AI 수익화를 위한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3월 2일(현지시각)부터 5일까지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6’에서 통신 3사는 공통적으로 기존의 통신망 공급자 역할을 넘어 ‘AI 인프라’와 ‘AI 서비스 플랫폼’ 등으로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전략을 공개했다.
지난 2월 통신 3사는 수익성 기대감 등에 힘입어 지난 52주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SK텔레콤 주가는 2월 13일 장중 8만 8600만 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KT도 2월 23일 장중 6만 9400원까지 거래돼 민영화 이후 최고가를 경신했다. LG유플러스는 2월 26일 1만 7990원까지 올라 2019년 이후 1만 7000원대를 회복했다.
최유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통신업체들은 AI 생태계 내에서 경쟁력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액침냉각 시스템, 광섬유 인프라, 5G SA, 위성통신, 6G, AI-RAN, 양자암호, 로봇, 드론을 포함하여 AI 인프라 제공자로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며 “국내 통신사들이 AI 관련 사업에서도 수익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원년이며 비핵심자산 매각 등을 통한 포트폴리오 최적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다만 투자 재원과 향후 수익성에 대해서는 신중론에 무게가 실린다. AI 인프라뿐만 아니라 5G SA(5세대 이동통신 단독 모드) 전환과 6G 상용화 준비 등 설비투자(CAPEX) 요소가 많은 상황이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G·롱텀에볼루션(LTE·4G) 주파수 재할당 조건으로 2026년 연내 5G SA 도입 의무화를 내세웠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통신 품질 향상에도 신경 써야 하기 때문에 해당 분야에 CAPEX를 어느 정도 투입해야 한다”며 “AI 분야에 CAPEX를 무작정 늘리는 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문형남 숙명여자대학교 글로벌융합대학 학장은 “통신사들이 그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BM)을 모색해왔고 AI를 대안으로 생각해봤지만, 명확한 BM을 확립하진 못했다”며 “AI 투자비용 자체가 만만치 않은 가운데, AI 전문 기업처럼 통신사들이 모든 역량과 비용을 AI에 쏟는 건 어려워 보이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AI 사업을 통한 수익성 확보가 단기간에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통신업계 다른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등 인프라를 제외하면 당장 이익 실현을 기대할 만한 AI 사업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보다는 B2B(기업 간 거래) 수익 규모에 따라 실적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의 통신사 관계자는 “모바일 에이전트 앱 수출을 타진해보고 있지만 통화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에 대한 규제가 나라마다 다양해 제약이 있다”며 “AI와 관련해서 수익을 당장 실현할 수 있는 사업 부문이 많지 않고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에 10~20년 뒤를 내다보고 장기적으로 투자해야겠다는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용희 선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형 독자적 AI 파운데이션 모델이 글로벌 기업과 비교해봤을 때 특출하다고 보이기는 어려우며, 오픈AI(챗GPT 운영사) 사례처럼 비용을 많이 투입해도 이익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며 “맞춤형 B2B로서 차별화된 AI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하느냐에 따라 해외 시장에서도 성공 여부가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