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초반부터 조작감 등 피드백 반영 못한다는 지적…펄어비스 “이용자 목소리 귀담아들을 것”

펄어비스는 최근 3년간 매년 100억 원대 영업적자를 기록해왔다. 기존 캐시카우 검은사막의 생명력이 다해가는 와중, 붉은사막의 성패는 기업의 운명을 가를 변수로 꼽힌다.
#“유저와 기싸움 하는 느낌”
붉은사막은 펄어비스가 자체 엔진으로 빚어낸 뛰어난 그래픽과 드넓은 가상 세계 구성, 화려한 액션 연출 등 ‘외관’은 합격점이라는 평이다. 하지만 불친절함을 넘어 기괴하기까지 한 사용자 경험(UX)과 미흡한 콘텐츠 완성도로 초반 혹평이 쏟아졌다. 특히 조작감은 콘솔(거치형 게임기) 시장을 노린 게임임에도 게임 패드 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키보드·마우스 컨트롤도 미흡하긴 마찬가지여서, 지도·가방 열기 등 게임계의 ‘상식’ 같은 단축키나 종료 메뉴가 발매 후 업데이트로 추가됐다는 점이 커뮤니티에서 조롱 받고 있을 정도다. 콘텐츠는 펄어비스 전작인 다중접속온라인게임(MMORPG) ‘검은사막’을 그대로 옮긴 듯 해 싱글 콘솔 게임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붉은사막을 초기부터 수차례 체험해본 한 게임 전문 리뷰어 A 씨는 “게임의 접근성과 완성도에 심각한 결함이 보여 출시 보름 전 체험을 시작하며 수없이 펄어비스 측에 피드백을 보냈다”며 “10여 일간의 최종 체험 기간 동안 3차례 업데이트가 이뤄지는 등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콘텐츠 외 조작·편의성 관련 사항은 단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콘솔 환경을 배려하지 않았다는 점이 글씨 크기에서조차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TV가 기본인 콘솔 게임은 유저와 화면 거리가 모니터로 즐기는 PC 게임보다 길 수밖에 없다. TV로 즐길 시 글씨가 너무 작아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출시 버전의 조작감이 “그나마 나아진 것”이라고 했다. 체험 때마다 컨트롤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해왔고, 출시 직전에도 강한 어조로 피드백을 남겼으나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캐릭터 옷 하나 갈아입히는 것조차 격투 게임 '철권'의 커맨드를 입력하듯 조작해야 한다”며 “콘텐츠 관련 피드백은 제법 수용하는 듯했으나 컨트롤 지적은 '익숙해지면 재밌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게임사가 유저를 가르치려 들고 기싸움을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를 두고 예견된 ‘인재’였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개발 단계부터 쏟아진 외부 피드백이 개발자 중심의 내부 수뇌부 ‘고집’에 부딪혀 묵살됐다는 증언이 나온다. 업계에선 이를 펄어비스 특유의 경직된 기업 문화와 구조적 한계에서 찾는다. 20대 초반부터 ‘릴 온라인’ ‘R2’ ‘C9’ 등을 연이어 히트시키며 게임 엔진 개발자로서의 자부심이 높은 창업주 김대일 의장을 정점으로 기획 등 타 직종을 외면한 채 ‘개발자와 창업공신’만을 우대하는 폐쇄적인 문화가 독이 됐다는 의미다.
붉은사막 개발진으로 입사했다 몇 달을 버티지 못하고 퇴사한 한 개발자는 “김 의장 측근들이 개입한 요소라면 ‘사용자가 불편하지 않을까’하는 일반적인 피드백조차 공격적인 반응만 얻는 조직”이라며 “결국 게임을 만들고 파는 개발자의 자기만족을 위한 요소만 끊임없이 덧붙여져 ‘게임’으로서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결과물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펄어비스 기업 문화는 B2C인 게임보다는 B2B 소프트웨어 개발사에 어울리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양치기 소년’ 된 펄어비스, 시장 신뢰 회복 가능할까
초기 민심을 잃은 펄어비스는 빗발치는 환불 러시에 매일같이 긴급 패치를 내고 있다. 그러나 단발성 판매가 매출과 직결되는 패키지 게임 흥행의 생명인 '초기 골든타임'은 지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펄어비스라는 기업 자체에 대한 시장 신뢰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펄어비스는 2021년 메타버스 기반 신작 '도깨비'의 화려한 티저 영상을 공개하며 주가를 14만 원대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후 실제 게임 개발이 착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주가가 폭락한 바 있다. 이후 2025년 출시를 자신했던 붉은사막이 또 다시 연기되자 지난해 8월 미래에셋증권은 이례적으로 ‘양치기 소년의 말로는 어땠나’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리포트를 내며 펄어비스의 신뢰도 하락을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 2월 붉은사막 출시 한 달여를 앞두고도 매도 리포트를 냈다.

업계에서는 펄어비스가 사용자 피드백에 기민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무엇보다 조작감 개선이 시급하다는 평가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블랙스페이스 엔진 개발 완료에 따라 차기작 도깨비를 2년 내 출시할 수 있다고 강조했으나 붉은사막 사태를 지켜본 시장이 이를 믿을지 의문”이라며 “소비자 중심으로 체질을 뜯어고치는 뼈를 깎는 쇄신 없이는 제2의 도약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펄어비스 관계자는 “전 세계 붉은사막 팬들 덕분에 한국 게임 최초 출시 당일 200만 장, 4일 만에 300만 장 기록했다”며 “이용자 목소리를 귀담아들으며, 붉은사막에서 더욱 즐겁고 뜻 깊은 여정을 즐기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민영훈 언론인 Journalist@ilyo.co.kr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