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알짜 평가받았지만 실적 악화 속 시너지 부재…“지분 정리하고 재무구조 효율화할 것”

크래프톤은 지난해 7월 넵튠을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손자회사인 넥스포츠, 님블뉴런, 온마인드, 엔크로키, 프리티비지, 플레이하드, 트리플라, 이케이게임즈, 팬텀 등 9개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체를 계열사로 편입했다. 이들 중에서 인수 이후 매각된 기업은 온마인드 한 곳뿐인 것으로 파악된다.
2020년 4월 설립된 온마인드는 콘텐츠, 이미지, 영상 분야의 AI 디지털 휴먼을 주요 제품 및 서비스로 제공하는 국내 스타트업이다. 디지털 휴먼은 실존 인물이 아닌 소프트웨어로 구현된 가상의 인간으로, 온마인드는 가상 세계에서 실제 사람처럼 움직이고 행동하는 3D버전 휴먼 생성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게임업계는 이러한 3D 그래픽 기술력을 바탕으로 크래프톤의 ‘애나’, 온마인드의 ‘수아’, 스마일게이트의 ‘한유아’ 등을 잇달아 선보이며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Z세대를 공략해 왔다.
2020년 넵튠에 인수된 온마인드는 2021년 11월 SK스퀘어로부터 8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당시 기업가치 200억 원을 인정받았다. 이어 2022년 11월에는 하나은행이 20억 원을 추가 투자하며 기업가치를 300억 원으로 산정, 1년 만에 가치가 1.5배 상승하는 등 알짜 매물로 평가받았다.
팬데믹 당시 가상과 현실이 융합된 메타버스 세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디지털 휴먼의 활동 영역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온마인드는 좀처럼 흑자를 내지 못했다. 지난해 3분기에만 2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고 자본 총계 역시 전 분기 대비 급감했다.
엔데믹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메타버스 사업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지자 디지털 휴먼 사업도 덩달아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실제 사람처럼 정교한 하이퍼 리얼리즘 구현을 위해 막대한 개발비가 투입되는 것에 비해, 이를 뒷받침할 뚜렷한 수익 모델이 부재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디지털 휴먼 사업은 메타버스 버블과 함께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지만, 메타버스 버블이 꺼지면서 독자적인 가치와 상관없이 덩달아 쇠퇴했다. 과거만 봐도 신한라이프 광고에 ‘로지’라는 가상인간 캐릭터가 나와서 굉장히 이슈가 됐지만 지금은 그런 시도가 아예 사라졌다”고 말했다.
넵튠 및 모회사 크래프톤과의 사업적 시너지가 없었던 점도 이번 지분 매각의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해 크래프톤의 넵튠 인수 이후 양사는 시너지 극대화 방안을 논의해왔으나, 크래프톤이 기존에 전개하던 디지털 휴먼 사업 역시 사실상 방치된 지 오래인 만큼 실질적인 협업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관련해 넵튠 측은 “온마인드 측의 요청에 따라 진행된 건으로, 넵튠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고 재무 구조를 효율화하는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디지털 휴먼 시장은 한창 ‘옥석 가리기’가 진행 중인 단계로 일부 기업들은 팬덤을 중심으로 꾸준한 성과도 내고 있다”며 “단기적인 수익 모델에만 집착하기보다는 치밀한 스토리텔링과 세계관 구축으로 게임이나 가상세계 속 캐릭터의 완성도를 높이고 향후 AI 기술을 탑재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낼 여지가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유망한 분야”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원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유망하다고 봤다면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기업 차원의 뚝심 있는 투자가 이어졌을 것”이라며 “넵튠 등이 적자를 내는 자회사에 추가 투자를 해서 지분을 늘리는 게 아니라 지분을 없애는 쪽으로 협의를 했다는 것은 해당 분야에서 더 이상 기회를 엿보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넵튠은 지난해 7월 크래프톤에 인수된 지 반년 만에 450억 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2025년 연결기준 매출액은 1213억 원으로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었으나 영업이익은 75% 가까이 감소한 24억 원을 기록했다. 수익성 악화의 주요 배경으로는 게임 사업 부문의 실적 부진이 꼽힌다. 당초 다수의 신작 출시를 계획했으나, 최대주주 변경 이후 사업성 재검토와 전략 조정 등 인수 후 통합(PMI) 과정을 거치며 출시 일정이 대거 지연된 탓이 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수익을 못 내는 투자를 정리한 것은 사업 효율화를 위한 일종의 ‘군살빼기’ 차원으로 보인다. 넵튠은 올해 상반기 다수의 신작 출시를 앞두고 있어 조만간 이익 실현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회사 크래프톤 투자 방향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분석이다. 앞서의 증권사 관계자는 “크래프톤이 지난해까지 인력 확충과 게임 사업 확장에 공격적으로 투자해왔으나 뚜렷한 성과가 부족했던 만큼, 최근에는 무리한 투자를 자제하고 인원을 효율화하는 내실 경영으로 기조를 바꾼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Big 프랜차이즈 IP’ 확보를 핵심 축으로, 향후 2년 내 12개의 신작을 출시해 배틀그라운드(PUBG)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게임 제작 효율을 높이는 AI 기술과 중장기적인 피지컬 AI·로보틱스 분야를 차세대 동력으로 지목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크래프톤이 단기적으로는 자체 개발, 퍼블리싱, 인수 스튜디오 등을 총동원해 신작 라인업을 대거 확충하고, 일본 대형 제작사나 콘텐츠 업체 인수하며 장르 다변화에 집중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게임 기술력을 확장해 휴머노이드 산업까지 진출하려는 장기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